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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ks May 18. 2019

이상한 숫자 '10'

   가끔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선배들에게 퇴직 얘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 경우가 있다. 퇴직 뒤 뭘 해야 하는지, 어디에 자리를 알아봐야 하는지 따위.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대화 자리에서 퇴직 얘기가 나오면 거의 듣는 처지였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는 말하는 쪽으로 많이 바뀌었다. “나도 이제 슬슬 퇴직 준비해야 할까 봐” 하고 말하면 대부분 “공무원인데 뭐가 걱정이야?” 하는 반응이다. 이 말은 너는 아직 10년 정도 아니면 그 이상 남았는데 무슨 걱정을 하냐는 뜻을 담고 있다. 거기에 더하여 큰 잘못만 하지 않는다면 잘릴 일도 없을 것이라고 하는 뜻도 있다.

     

  10년 정도 남았다는 말은 참 이상하다. 아니 ‘10’이라는 숫자가 이상하다. 손가락도 10개, 발가락도 10개다. 유대교와 기독교에서는 신이 모세에게 십계명을 전해주었다고 한다. 불교에서도 십계란 게 있고, 부처에게는 10명의 제자가 있었다고 한다. 또 10은 축구에서 가장 뛰어난 공격수에게 주어지는 등번호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라고 해서 십간을 사용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는 보통 뭔가 이루지 못하거나 지금 처지가 후회될 때면 ‘10년 전에만 알았더라도’, ‘내가 10년만 젊었어도’, ‘나에게 10년이란 시간이 주어진다면’ 따위의 말을 한다. 이렇게 10이란 숫자는 삶과 많이 얽혀 있다.

  그런데 10년 남은 나에게 아직도 10년이나 남았는데 벌써 걱정하냐고 말한다. 그럼 앞으로 넋 놓고 10년이 흐른 뒤에 그때 또다시 ‘아! 10년 전부터 미리 준비했어야 했는데’ 하고 말할 것인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10년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긴 시간이란 뜻도 된다. 즉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10년 뒤 나에게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10’은 참 이상하다. 

    

  지나온 10년을 되돌아보며 후회하는 대신 앞으로 살아갈 10년을 준비하자. 강산은 바뀌었는데 나는 바뀌지 않은 10년 뒤 내 모습을 그때 가서 또다시 후회하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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