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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ks Jun 17. 2019

그들은 왜 졸업증명서를 위조했나

올바른 삶의 목적을 세우지 못하면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10년도 더 지난 얘기다. 자격증 같은 문서를 위조한 사람들을 백 명 넘게 조사했다. 인터넷에 졸업증명서, 생활기록부 따위의 온갖 문서를 만들어준다는 광고가 있다.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 이메일을 보낸다. 문서를 위조해주는 업자들은 중국에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이 중국으로 건너가 이러한 짓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중국에 있는 업자에게 대학 졸업증명서를 만들어 달라고 이메일을 보낸다. 업자는 다시 이 사람에게 원하는 대학, 입학 연도, 졸업 연도, 전공, 이름, 생년월일 따위를 보내 달라고 한다. 이것을 업자에게 보내주면 업자는 샘플을 만들어서 이메일로 보내준다. 샘플을 받아본 사람이 마음에 들면 업자가 알려주는 계좌로 돈을 보낸다. 그러면 중국에 있는 업자가 국제우편 같은 방법으로 위조한 문서를 의뢰한 사람에게 보내주는 방식이다. 대학 졸업증명서 같은 것은 30만 원에서 50만 원 정도였고, 주민등록증은 50만 원 정도였다. 대학 졸업증명서, 토익성적표,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온갖 자격증 따위였다. 

출처 : freepik.com

  전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부터 미성년자까지 다양했다. 미성년자 몇 명은 나이트클럽에 가고 싶어서 주민등록증을 위조했다고 했다. 학원 강사는 흔히 말하는 스카이(SKY) 졸업증명서를 위조했다. 그 이유를 물어보자 지방대학을 나온 강사와 스카이를 나온 강사 사이에 월급이 많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떤 대학생은 토익성적표를 위조했다. 외국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가야 하는데 영어 성적이 나오지 않아서 위조했다고 한다. 수사하면서도 한편 많이 서글펐던 것은 어떤 여자분 사연이었다. 이분은 중학교 졸업장을 위조했다. 그 이유가 마트 계산원으로 취직하려고 하는데 중학교 이상 학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자신은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못했다고 한다. 이때 세상이 참 무섭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 사람들은 목적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 그래서 그에 대한 책임으로 형사처벌을 받아야 했다.     

  앞글에서 말한 다니엘 핑크의 책『드라이브』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로체스터대학교에서는 매년 1,300명의 졸업생이 나온다. 에드워드 디씨와 리처드 라이언은 동료 교수 크리스토퍼 니멕과 함께 졸업예정자들의 표본집단을 지정해서 그들의 삶의 목표를 조사하고 나중에 그들이 새내기 직업인이 된 후에 어떻게 지내는지를 추적해보기로 했다.
  로체스터대학생 중 일부는 부자가 된다거나 명성을 얻는 등의 ‘외부적 열망(디씨와 라이언, 니멕의 용어)’, 즉 ‘수익 목표’를 마음에 품었다. 한편 다른 이들의 삶이 나아지도록 도와주고 배우며 성장하기를 바라는 ‘내재적 열망’, 즉 ‘목적 목표’를 갖고 있는 학생들도 있었다. 연구자들은 이 학생들 모두 실제 세계를 1, 2년 정도 겪은 후에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를 추적해서 조사했다.
  목적 목표를 마음에 품고 자신이 그 목표를 달성하는 중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은 대학생일 때보다 만족도와 주관적인 행복도가 높고 불안감과 우울감이 줄어들었다. 이 결과는 그다지 놀랍지 않다.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목적을 가졌으며 자신이 그 목적에 도달하는 중이라고 느끼고 있으면 누구도 기분이 꽤 괜찮을 것이다.
  그러나 수익 목표를 품었던 사람들의 결과는 다소 복잡했다. 자신이 목표를 달성하는 중이라고 말한 사람들, 즉 부를 축적하고 명성을 얻어가는 사람들은 대학생일 때와 비슷한 수준의 만족도와 자존감, 긍정적인 영향력을 드러냈다. 다시 말해서 그들은 자신의 목표에 도달했지만, 그 이상의 행복감은 느끼지 못했다. 더욱이 수익 목표를 품었던 졸업생 중에서 목표를 달성했는데도 불구하고 불안감과 우울감 등 부정적인 신호가 늘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결과는 상당히 놀라웠다. 특정한 목표(이 경우에는 수익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행복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으며 실제로 불행에 기여했다”고 디씨와 라이언은 밝힌다.
  라이언은 “부에 대한 외부적 목표가 매우 높은 사람들은 부를 획득할 확률이 매우 높지만 그래도 여전히 불행하다”고 말한다.     

  또한,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프레임(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에서 행복을 결정하는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환경미화원에게 어떻게 항상 그렇게 행복한 표정을 지을 수 있냐고 물었다. 이에 환경미화원은 “나는 지금 지구의 한 모퉁이를 청소하고 있다네!”. 이것이 바로 행복한 사람이 지닌 프레임이다. 자신의 일을 ‘돈벌이’나 ‘거리 청소’가 아니라 ‘지구를 청소하는 일’로 프레임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구를 청소하고 있다는 프레임은 단순한 돈벌이나 거리 청소의 프레임보다는 훨씬 상위 수준이고 의미 중심의 프레임이다. 행복한 사람은 바로 이런 의미 중심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이 책 내용의 핵심은 하나다. 삶의 목적을 갖는 것이 중요하며 그것도 제대로 된 목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목적을 가지지 않으면 반드시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때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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