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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수 Jul 13. 2023

배추 전을 부쳤다. 처음으로 혼자 먹으려고!

엄마인 나, 응원한다. 힘껏!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

하루종일 헐떡거리면서 정신없이 뛰어다닌 후, 새벽이 되어야 일이 끝나는 일상은 끝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이들이 커서 하나둘씩 늦게 오기 시작했다. 학교, 학원, 직장, 독립 등등의 이유로 말이다.


퇴근을 하고 좋은 음식을 먹이고, 가사 일을 끝내고 잠을 청하려고 너무나 열심히 살았다.

아이들이 없는 저녁시간이란 상상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새 저녁 시간에 나 홀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이들을 위해서 남편을 위해서 저녁을 차렸던 일상이 이제는 가끔 있는 일이 되었다.


그래도 저녁밥을 혼자 먹는 일상은 익숙하지가 않다. 더군다나 나만을 위한 음식을 만든다는 건 더욱 익숙하지 않다. 나에게 있어 혼자 먹는 저녁밥은 그냥 지난 저녁밥이나 오늘 아침밥에 먹고 남은 음식을 데워서 먹는 행위였다. 나만을 위한 음식을 만든다는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 


혼자 먹는 저녁밥이 늘어날수록 남은 반찬으로 그저 허기를 채우는 나의 저녁상은 점점 더 초라해졌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계속 이렇게 먹다 보면 '나도 저녁상처럼 점점 더 초라해지는 건 아닌가?', '왜 나를 위한 밥상은 차리지 않나?'


장마얘기가 연일 매스컴에서 떠들고 있다. '비'를 생각하면 '전'이 생각난다. '전'을 부치면서 나는 지글거리는 소리가 빗소리와 비슷해서 비 올 때마다 '전'을 찾는다는 말이 있는데, 그게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나는 빗소리를 들으면 '전'이 먹고 싶다. 그날도 나 혼자 있는 저녁시간에 나는 냉장고에서 배추를 꺼냈다. 파와 고추를 송송 얇게 썰어서 간장과 섞어서 양념장도 만들었다. 양념장에는 친정엄마가 주신 들기름을 꼭 넣어줘야 한다. 시중에 파는 들기름과는 향부터 다른 내가 아껴서 먹는 들기름을 양념장에 듬뿍 넣었다. 나만을 위해서 말이다. 밀가루 반죽을 만들고 씻은 배춧잎에 하나씩 반죽을 묻혔다. 그리고 지글지글 소리가 나게 기름을 듬뿍 넣고 전을 부쳤다. 오로지 나를 위해서!


'아~~ 너무 꿀맛이다. 맥주 한 캔을 냉장고에서 가지고 왔다. 맥주 한 캔과 바삭하게 부친 배추 전을 양념장에 푹 찍어서 먹는 맛이라니! 너무 꿀멋이다. 나를 위해 오롯이 만든 배추 전을 먹자니, 기분이 좋아졌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파랑새' 책을 보면, 행복을 가져다주는 '파랑새'를 찾기 위해서 먼 여행을 떠났다. 아주 먼 곳으로까지 가서 행복의 '파랑새'를 찾았지만 찾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행복의 '파랑새'는 아이들이 키우던 집에 있는 비둘기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있다는 것을 작가는 이야기하고 싶었다.


나를 위해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는 것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얘기해주고 싶다. 가족을 위해서만 음식을 만들지 말자!

나를 위한 작은 음식이라도 소중한 나를 위해서 만들자!

나는 그만큼 대접받을만하다. 나를 위해 차리는 음식을 귀찮아하지 말자! 그냥 소중한 나의 몸을 위해서 시간과 돈을 투자하자! 나는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니까!


슬프게도 남편도 아내도 내가 죽으면 그들은 오랫동안 슬퍼하지 않는다. (너무 비관적인가?)

시가 외삼촌은 떡집을 크게 한다. 새벽부터 나와서 일하고 연중무휴이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반전은 외숙모가 가 자신의 모든 시간을 그곳에 희생하는 것이었다.


어느 날 시어머니 생신에 온 시외숙모는 이렇게 말했다. '제발 일주일에 하루라도 쉬고 싶다고! 너무 힘들어 죽을 것 같다고.'말했다. 가게가 열려있는 동안에 외삼촌은 가게 문만 열어놓고 중간에 취미생활한다고 외출하고, 피곤해서 집에 가서 잔다고 외출했다. 그 사이에 외숙모는 오롯이 가게를 지키며 일을 했다.


그렇게 시어머니 생신이 지난 지 얼마 안 있어서 우리는 '비보'를 들었다.

외숙모가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갑자기 돌연사를 한 것이다. 누가 봐도 그건 과로사였다. 더 슬픈 일은 외숙모가 죽은 지 6개월도 안돼서 외삼촌은 새로운 여자를 집에 들였다. 그냥 치정 드라마 같지만 그건 실지로 일어난 사실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을 위해서만 살지 말자! 세상에 내가 없으면 나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다. 나를 위해 울어줄지도 모르지만 그건 오래가지 않을 수도 있다. 나를 위해서 내가 좋아하는 좋은 음식을 열심히 준비해서 나에게 잘 대접하자.


나를 대접해 주는 다른 사람이 없으면 어때?

내가 나를 대접해 주면 되지.


세상에 열심히 사는 엄마들을 응원한다.

오늘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육아전쟁에서 지친 엄마들을 열렬히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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