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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수 Jul 20. 2023

구명조끼만 입었어도...

군대에 아들 보낸 애타는 부모들


아직도 이런 세상이라니!


오늘 기사로 해병대원의 죽음을 알았다. 경북예천 호우 산사태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다가 급류애 휩쓸려 갔던 해병대원이 결국에는 죽었다는 소식이었다. 최소한 구명조끼만 입고 수색작업을 했더라면 그런 일은 없었을 텐데, 수색작업을 했던 해병대원들은 아무도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군대에 아들을 보내는 애타는 엄마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다는 말인가?

'케리비언베이'같은 물놀이장을 가더라도 파도풀에 들어가려면 구명조끼를 입어야 한다.

하물며 물이 불어서 산사태까지 났고 호우로 인하여 사람들이 실종된 현장 속에서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는 군인들이 구명조끼도 지급받지 못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시커멓게 일렁이는 계곡물에서는 아무리 수영을 잘하는 사람도 휩쓸려가기 쉬운 걸 몰랐을까?

아니면 군인에게 지급될 구명조끼도 없을 만큼 우리 군대가 돈이 없는 건가? 아니면 이쯤이면 수영 잘하는 해병대원들한테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상관의 안일한 대처 때문인가?


장손에 외동아들인 장병의 시신 앞에서 부모는 한없이 울부짖었다고 한다. 아들이 열이든 하나이든 그 고통이 다르겠는가? 나도 우리 아들이 군생활 할 때, 수색훈련은 받는 중에 개한테 물리는 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 직접 볼 수도 없고 만날 수도 없는데 아들이 다쳤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얼마나 마음이 애끓었는지 모른다.


하물며 실종됐고 결국에는 죽어서 돌아온 아들의 모습을 본 부모의 심정은 어떻겠는가? 보기만 해도 아까운 아들을 나라를 믿고 군대에 보냈는데, 왜 자꾸 이런 일이 생기냐는 말이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만 지켜도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일들이 너무도 많은데, 왜 도대체 '정도'를 지키지 않는 것인가?



 사살 나도 직접 나의 일이 아닐 때에는 그냥 넘겨버리는 일들도 많다. 하지만 무섭게 일렁이는 물살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는 아들이 정말 나의 아들이라고 생각하면 구명조끼를 지급하지 않았을까? 청춘의 제일 빛나는 시간을 우리 아들들은 군대에 가서 희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누구보다 더 안전하게 누구보다 더 대접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고귀한 희생은 없다. 엄마 앞에서 아들의 죽음은 그냥 고통스럽고 애통한 죽음일 뿐이다.

그러니 '돈' 있고 '빽' 있는 사람들의 자식들 대신에 군대에 간 우리 아들들이 무사히 목숨을 잃지 않고 재대를 꿈꾸는 것이 허황된 희망이어야 하겠는가?


나도 아들이 군대에 갔을 때 매일을 얼마나 조마조마 한 마음으로 잘 믿지도 않는 신에게 빌었는지 모른다.

'하느님 하나님 부처님, 제발 우리 아들이 무사히 우리의 품으로 오게 해 주십시오!"


이 기사를 보고 가슴을 쓸어내리고, 아들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할 이 땅의 엄마, 아빠가 얼마나 많겠는가!

"하느님 하나님 부처님, 제발 높은 군 관계자가 우리 아들이 자신의 아들이라고 생각하고 귀하게 대해주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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