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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수 Jul 22. 2023

'아드레날린'이 폭발한다.

이렇게 좋은 세상이 있었다니!

남편은 한동안 캠핑을 좋아했다. 물론 지금은 가지 않는다. 과거형이다. 캠핑을 다녀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할 일이 참 많은 것이 '캠핑'이다. 어느새부터인가 캠핑은 가지 않고, 창고에 쌓여있는 캠핑장비를 보면 그냥 나의 분노게이지가 높아질 뿐이다.


한동안 캠핑을 다녔고, 그게 시들해지고 나서는 여행이라면 가끔 여름에 바닷가펜션을 다녔다. 물론 가격이 저렴하다 보니 허름하고 낡았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고?' 여름에 텐트에서 너무 더워 지쳤던 여름을 생각하면 에어컨 나오는 빵빵한 원룸이라고 반가워했다. 그것도 코로나가 시작하면서 가지 않게 되었지만 말이다.


딸은 수영하기를 좋아한다. 초등학교 내내 수영을 배운지라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하게 되면 사람들의 시선에 흐뭇했고 자존감이 올라간 모양이다. 그러나 코로나로 수영장을 가본 지가 너무 오래됐다며 올해는 반드시 수영장에 데려가 달라고 한다.


계곡에 가면 맘 놓고 딸이 수영하기는 쉽지 않다. 바다도 마찬가지다. 파도에 몸을 맡기고 출렁거리는 재미도 있지만 아직 바다수영은 자신이 없어한다. 그럼 남은 건 실내 수영장뿐이다. 올해는 일단 아이의 취향에 맞춰서 가도록 마음먹었으니, 아이보고 '여행어플'로 원하는 숙소를 고르라고 했다.


호텔, 리조트, 펜션 등등을 검색한다. 돈만 많으면 갈 곳은 많다. 내가 맘에 들면 너무 비싸고, 내 마음에 안 들면 너무 지저분하고 초라해 보인다. 아이의 눈높이를 알았으니 그것과 비슷하면서 가성비가 좋은 곳을 찾는 것은 이제 내 몫이다. 그런데 '가성비는 개뿔!' 숙소가 있으면 다행이다. 도대체 숙소들은 언제들 다 예약한 것일까? 싸고 좋은 자리가 없다. (있었을지 모르나, 지금은 없다.)


남편의 숙소 고르는 기준은 명확하다. 싸야 한다. 숙소는 '그냥 잠만 자면 된다, '는 마인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들의 생각은 다르다. 수영장이 있어야 하고, 깨끗해야 하고, 넓어야 하고, 부대시설이 좋아야 하고, 리뷰도 좋아야 한다.  며칠 동안 숙소를 예약하려고 여행어플을 뒤적였다. 눈만 빠질 것 같지 뾰족하게 마음에 드는 곳이 없다. 그러나 답은 나와있다. 외국에도 못 데리고 가는데 그냥 백 프로 내가 결재하면 아무 문제도 없다. 남편한테 결재하라고만 하지 않는다면 얼마짜리 숙소여도 상관없을 것이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오션뷰, 인피니트풀이 있는 숙소를 예약했다. 백 프로 '내돈내산'이다. 그러니 모두가 만족하는 숙소를 드디어 찾게 됐다.(나만 빼고 ㅎㅎ)



만원 전철에 매일 출퇴근을 하다 보면 '아드레날린'이 과다분비된다고 한다.

'아드레날린'이 과다 분비되다 보면 사람이 많이 피곤해지고 지치게 되고 스트레스가 쌓이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신기한 것이 우리 몸은 생각을 바꾸게 되면 과다 분비되던 '아드레날린'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식구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제공하는 소중한 직장을 다니고 있다.'

'내가 지금 다니는 이 직장은 누군가가 그토록 다니고 싶어 했던 직장이다.'라고 생각을 바꿔보자.

그러면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아드레날린'의 양도 줄어들게 된다고 한다.


"그래, '뇌 내 물질'도 생각에 따라 바뀐다는데, 내가 왜 돈을 버는가?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다니는 것이 아닌가? 가족이 행복해하니까, 나도 행복하다!'라고 생각을 해봤다.


물론 돈 잘 버는 남편이 좋은 곳으로 시즌마다 데리고 다니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기대는 20년 전에 지워버린 지 오래이다. 요즘 남편은 돈 잘 버는 와이프를 부러워한다. 사람마다 입장이 다르니까, 상황에 따라 최선을 다하면 그만이다. 인생에 어디 정답이 있었나? 나를 가장 불행하게 하는 방법 중 최고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이라고 했다. <비교금물!!!>




예약한 날에 숙소를 방문했다. 

'세상에! 나는 또 돈을 열심히 벌어야 하는 이유를 발견했다.'

비싼 만큼 숙소는 좋았다. 난 한 번도 이런 곳을 가본 적이 없는데, 돈 많은 사람들은 매번 이런 곳으로 여행을 오는구나! 그래 열심히 일하자! 


흥분한 아이들은 지금 '아드레날린'이 넘쳐흐르고 있다. 나는 숙소에 대해서 한마디도 안 했던 터라 아이들은 평소에 우리가 가는 허름한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ㅎㅎ


좋아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나도 행복하다. 나도 이번에는 흥분의 '아드레날린'이 폭발한다. ㅎㅎ

(승부물질인 아드레날린은 흥분, 분노와 함께 분비된다.)


열심히 일해야 하는 저마다 자신만의 이유들이 있다.

일만 한다면 그건 오래가기 어렵다. 나만의 이유를 찾아보고, 가끔 나한테도 보상을 해주자. 그래야 멀리 오래갈 수 있다. 인생은 단거리가 아니고 장거리이니까.


열심히 일 한 당신, 떠나라! 

갔다 와서 열심히 일하면 되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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