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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수 Sep 14. 2023

이다지도 떨리는 운전이라니!

운전 경력이 벌써 몇 년인데...



운전 초보일 때 겪었던 아찔한 순간들이 있다. 그 당시는 차량블랙박스가 없었던 시절이라, 지금 얘기하면 '설마, 그렇게까지 한다고?' 하는 일들이 많았다. 초보인 데다가 둘째가 갓난아기였다. 초보인데 차에다가 아이들을 태우고 다니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었다. 초보라서 벌벌 떨면서 운전하는데, 뒤에서 아이들이라도 울고 떼쓰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가뜩이나 겁이 났는데 아이들까지 그런 날에는 도저히 겁나서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뒤에 따라오던 차가 계속 빵빵 거렸다. 물론 '초보운전'이라고 차 뒤에 쓰여 있었고, 뒤에서 불편해하는 것 같아서 비상깜빡이도 켰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 있던 차가 옆차선으로 급하게 이동하더니 내 차선으로 들어와서 내 앞을 차로 막아섰다.


갑자기 차에서 내린 그는 내 차로 다가왔다. 그리고 내 차의 문을 열려고 하는 것이다. 차 안에 아이들도 타고 있는데 말이다. 나는 겁에 질려서 차문을 잠갔다. 그 남자는 차문을 계속 흔들어댔다. 그러면서 나보고 내리라고 소리 질렀다. "아줌마가 집에서 운전을 못하면 밥이나 해라! 어디서 운전도 못하면서 차를 끌고 다니냐!" 이 말을 하면서 쌍욕을 적절히 섞어서 말했다.


 나는 문을 잠그고 겁에 질려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내가 내리지도 않고 가만히 있으니까 마저 쌍욕을 하고 자기차를 타고 가버렸다. 지금도 생각하면 얼마나 어이없는 일인지 모르겠다. 지금은 이런 행동이 보복운전으로 간주돼서 블랙박스 영상으로 신고하면 되겠지만, 그 당시는 그냥 억울해만 할 뿐이었다.



아이들과 얼마 전에 새로 생긴 사진관에 가서 사진을 찍었다. 거기는 상가가 밀집된 있는데 상가 주차장이 넉넉하지 않은 곳이었다. 아이들과 사진을 찍고, 사진관에서 무료 주차권을 입력해 준다고 해서 지하주차장을 막 빠져나 가려고 했을 때였다. 주차장 차단기가 자동으로 올라와야 하는데 올라가지를 않았다. 보니까, 무료주차권을 준다고 해놓고 안 준 모양이었다. 잠깐 주차했는데 주차료가 6000원이 나와서 결재를 해야 되는 상황이었다.


뒤에 차들은 점점 많아졌고, 주차장 입구는 언덕이고, 주차관리 호출을 눌렀더니 주차권 넣어주겠다고 한 업체와 얘기하라고 끊어버리고, 해당 업체에 전화했는데 전화를 안 받았다. 그야말로 등에 땀이 흐르고, 분노 게이지가 수직곡선을 그렸다. 할 수 없이 내 카드로 결제를 하려는데 뒤에서 빵빵 거리던 차에서 쌍욕이 날아왔다. '왜 이렇게 느려터진 거냐며!" 물론 쌍욕을 섞어가면서 말이다.


'와~~~ 그게 쌍욕까지 들을 얘기인가?" 물론 차에 아이와 같이 있었다. 여자와 아이는 물리적인 공격을 받게 되면 방어적일 수밖에 없다. 남자들이 맘먹고 력을 쓰면 당할 수밖에 없는 신체적으로 약하다. 그렇다고 함부로 대해도 되는 것인가? 특히 아이와 함께 있을 때는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게 된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친절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그렇게 믿고 싶다.)


요즘 '묻지 마 범죄가 자행되고 있다.'는 매스컴의 기사를 보면 나만 괜찮다고 안심할 수 없다. 왜 이렇게 사람들이 화가 많은 것인가? 다른 사람이 당황스러운 일이 생겼을 때 잠깐만 기다려주고 배려해 주는 사람은 찾을 수 없는 것인가?


초보때 느꼈듯이 그냥 속상할 뿐이다.ㅠㅠ


오늘 같은 날은 '참, 운전하기 힘들다!'

도시만 그런 것인지? 아니면 한국만 그런 것인지? 아니면 세계가 다 그런 것인지?

다들 너무 바빠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살기가 너무 힘들어서 그런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냥 다들 성격들이 나쁜 것인지? 아니면 오늘만 안 좋은 일이 많아서 그런 것인지? 궁금해지는 저녁이다.


이다지도 떨리는 운전이라니!

운전 경력과 상관없이 오늘은 속상하다. 운전하다 내가 왜 쌍욕을 들어야 하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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