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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수 Sep 18. 2023

더 포기할 게 있는 건가요?

자기 밥상은 자기가 차리자.



기차역에 기차가 들어올 때 플랫폼에 서있으면 기차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에 놀란다. 기차처럼 돌진하면서 주중을 보낸다. 안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브레이크를 밝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렇게 주말까지 보내면 월요일에 또 너무 지칩니다. '탁' 긴장을 놓을 때도 있어야 사람은 숨통이 트인다. 주말까지 일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번 주말에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쉬었더니 월요일인 오늘 아침 기차의 엔진이 예열되는데 시간이 걸리고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생긴다. 하는 일은 많은데 성과는 나지 않는 것 같아 가뜩이나 지쳐가는데, 주말에 엄마의 호출로 친정에 갔다 왔더니 더 지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우리 형제는 모두 엄마께 상속이 다 되도록 '상속포기'를 했다. 그 많은 서류 중에 빠지게 있다며 '상속포기 각서'에 인감도장을 또 찍어야 한다고 해서 친정집에 갔다 와야 했다. 엄마가 왜 형제들한테 모두 이렇게 했는지? 우리 딸들은 이미 알고 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게 상속하기 쉽게 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어차피 부모인의 재산이 우리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동의했다.  부모님의 재산이므로 부모님 마음대로 처리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처리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 재산을 정리하기 위해서 아버지 고향, 시골에 여러 번 가야 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아프시면서 효도라는 것은 마음과 상황이 되는 자식이 하는 것이라는 것을 정실히 느꼈다. 프리랜서인 나는 상대적으로 직장에 메어있는 자식들보다는 시간이 많고, 항상 시간이 안된다는 다른 형제를 대신해서 전적으로 부모님을 도울 수밖에 없었다.


결코 한가하거나 여유가 있어서 그랬던 건 아니다. 나 말고 할 사람이 없음을 알기에 부모님이 안쓰러워서 했던 것이다. 그런데 좋은 마음에서 한 것들도 어느 순간 당연히 것이 돼 버리면 기운이 빠진다. 굳이 인정함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모두들 나의 고마움을 알 거라고 생각했다. 상속을 포기하는 과정에서 복잡하고 돈이 드는 일을 내 돈을 쓰면서 하는 내가 때로는 바보 같다는 생각도 든다.



사람의 관계는 역학관계가 존재한다. 주는 사람은 이상하게 주기만 하고 받는 사람은 받기만 한다. 나는 누구보다 남동생을 사랑한다. 그런데 부모의 사랑을 그렇게 주고 키웠는데, 아직도 중년인 아들이 안쓰러워서 모든 걸 줘야 한다면 엄마와 남동생이 알아서 할 수는 없는 건가?


밥상은 내가 차리고 밥만 남동생이 떠먹기를 바란다면 나는 과연 우리 엄마에게 무엇이란 말인가?

이 나이에 아직도 부모의 사랑을 받으려 징징 거리는 것으로 보이는 것인가? 난 크게 바라는 게 아니다. '똥은 각자 알아서 치우고, 밥상은 각자 스스로 차려서 먹었으면 좋겠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누군가에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한다면 과연 그 관계가 지속될 수 있을까?


그런 줄 알면서도 '이번 한 번만, 이번에는 힘드니까, 이번에는 예외로 한 번만....' 끝도 없는 이유로 계속 넘어갔던 일들이, 가을바람이 불고 나뭇잎이 나뒹구는 가을이 되니, 마음이 더 쓸쓸해진다.



도서관에 왔다. 그런 심란한 마음을 잠재우는데 치우제가 도서관에 있기 때문이다.

책에는 나보다 훨씬 힘든 사람이 많다. 나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많다. 어떻게 하면 심리적으로 힘듦을 치유해야 하는지 해결책을 알고 있다. 주저앉으려고 하는 나의 엉덩이를 발로 찰 따끔한 말을 할 사람들이 책 속에 많이 있다.


'지금 뭐 하는 거냐며? 그럴 시간이 어디 있냐며?' 꾸짖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다시 정신바짝 차리고 마음을 다잡고 월요일 마무리 하려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자!(제발~~) 너무 무리하지 말자! 그러니 받을 것을 생각하는 것이다. 누가 인정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가 나의 노력을 알고 있다. 내가 할 만큼 한 것을 알고 있다. 그러면 된다. 내가 나 스스로를 인정 해주면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은 다른 사람들의 것이다. 내가 내 맘대로 바꿀 수 없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내가 마음먹기에 라서 바꿀 수가 있다. 제일 어리석은 것은 도저히 바뀌지 않는 것에 대해 연연하는 것이다. 부모의 마음은 부모의 마음이다. 더 마음이 가는 자식이 있음을 인정하고, 서운해하지 말자!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까지만 하면 된다. 그건 내 마음이 힘들어서 하는 것이지, 부모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자! 그러면 마음이 편할 것이다. 우린 모두 누군가의 자식이다. 씩씩하게 내가 가고자 하던 길 가자! 그러면 된다. 내가 꼿꼿이 내 자리에서 잘 서있으면 다른 사람들한테 너그러워질 수 있다.


그래도 '각자 자기 밥상은 알아서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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