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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수 Nov 13. 2023

왜 나는 지금 졸면서 글을 쓰고 있나?

집에 가서 자면 되는데도

왜 나는 지금 카페 한 귀퉁이에서 졸면서 글을 쓰고 있는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매일 카페에 들러서 2시간씩 글을 쓴다. 오늘은 브런치에 글을 쓰기도 하고 다른 날은 블로그에다, 어떤 날은 헤드라잇에 글을 쓴다. 


요즘 막바지 강의 준비 때문에 어젯밤에도 새벽 3시가 다 돼서 잠을 자야만 했다. 마지막이라고 하면서 준비했던 자료를 둘러보면 부족한 것이 계속 보여서 새벽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월요일만 무사히 넘어가면 일주일이 편하다. 무사히 '월요일 미션클리어!' 했으면 집에 가서 누워도 된다. 누가 강요한 사람이 없다. 내가 지금 있는 카페에 가라고 떠민 사람은 없다. 



하지만 나는 나의 빈약한 의지를 알고 있다.


일단 집에 들어가면 아침에 허둥지둥 나오느라 지저분해 있는 집안이 보일 것이다. 그러면 오늘의 내가 하고자 하는 일들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사라진다. 물론 '할 일'이 사라진다는 것이 아니라, 그럴 생각을 못한다는 것이다. 일단 집안을 정리하고 설거지를 할 것이다. 그러면 쌓여있는 빨래가 보일 것이다. 세탁기를 돌리고, 청소기를 돌리고 나면 저녁 할 시간이 될 것이다. 저녁밥을 하고, 먹고, 치우고 하면 3시간이 흐를 것이고 그러면 잠이 쏟아져서 다른 것(글쓰기, 영상 만들기 등)을 할 생각도 체력도 남지 않게 된다.


설사 집안일을 조금 미뤄두고 글을 쓰려고 하면 피로가 밀려온다. 자꾸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꾸벅꾸벅 책상에 앉아서 졸다가, 30분만 소파에 누워있기로 하고 눕는다. 그러면 끝이다. 눈뜨면 집안일이 홍수처럼 밀려올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올 것이고 저녁밥을 차릴 것이고, 나머지는 위와 동일하다.


이런 루틴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퇴근하면서 집으로 바로 가지 않았다. 설사 앉아서 꾸벅꾸벅 졸면서 몇 십 분이 지난다 하더라도 여기서는 눕지 못하고, 집안 일도 보이지 않으니까 결국에는 한 편의 글이라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라는 책을 읽었다.

나처럼 애기 엄마인 작가가 어떻게 해서 전업작가가 될 수 있었는지, 지금도 어떻게 전업작가로 살아남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다른 사람도 하는데 나라고 할 수 없는 건 아니지 않을까?' 뭐라도 되지 않을까? 날마다 읽고, 날마다 쓴다면 말이다. 아무것도 안 된다 하더라도 최소한 '보고서는 더 잘 쓸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나는 퇴근 후 카페로 향한다. 그리고 글을 쓴다.


오늘도 날마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나를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이들을 응원합니다!

그래도오늘 많이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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