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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수 Feb 12. 2022

꿈꾸는 엄마는 행복하다.

나는 그렇다





꿈꾸는 엄마는 행복하다.

내경우에는 그렇다.

난 지금도 미래의 내 모습을 꿈꾼다.


내 나이가 몇 살이냐고?

난 이미 50이 넘었다.

50이면 지천명이라고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나의 뜻도 잘 알지 못한다.

오늘은 "이렇게 살고 싶다."가도 "내일은 또 다른 나를 꿈꾼다."


나이 40에 대학원 입학을 꿈꿨다.

사실 20대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을 가고 싶었지만, 그 당시 부모님께서

"네가 그 나이에 대학원을 가면 뭐할 거니?" 대학 졸업하고 취직한 다음에 결혼이나 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포기했다.


결혼을 하고 세 아이를 키우다 보니까, 세월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게 순식간에 가버렸다.

돈 한 푼 없이 2007년도 집을 샀다. 그런데 그 당시 대출 이자만 100만 원 가까이 나가다 보니까,

도저히 외벌이 직장인으로서는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 어린이집 가는 시간에 시간강사 하고 과외하면서 돈을 벌어야 했고,

그렇다고 풀타임으로 일을 할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혼자서 독박 육아를 해야만 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주변에 아이들 양육을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집안일까지 끝내고 

잠자리에 눕는 시간은 항상 새벽 3시가 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아침에 7시에 일어나는 생활을 10년 넘게 했다.

물론 그 이후 10년도 같은 생활을 했지만 말이다.


어느 날 정신 차려보니 40살이었다.

이때는 내가 나를 위해 뭔가를 꿈꾼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냥 좀비처럼 퀭한 모습으로 삐쩍 말라서 하루하루를 지냈던 것 같다.

40살 이어도 여전히 아직도 아이들은 모두 어렸다.

"이렇게 늦은 나이에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혹시나 싶은 마음에 대학원 시험을 봤는데, 떡~~ 하니 붙어버렸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남편한테 "어떻게 할까? 조금만 도와줄 수 있을까?"라고 얘기했는데 

돌아오는 답은 "아이들은 그럼 누가 보냐? 나는 모르니까, 네가 알아서 해라. 난 반대다!"라는 것이다.

'내가 현실은 생각 안 하고, 나만 생각했나?'라고 자책하면서 그냥 포기해버렸다.


모든 사람은 똑같다. 가지 않은 꿈에 항상 미련이 남는다.


이제는 남편이 "아이들 다 키웠는데, 왜 많이 돈을 못 버냐?"라는 시선으로 나를 본다.

요즘 친구들 얘기를 들어봐도 다 똑같은 느낌이다.

아이들 다 커서 집에 있는 와이프는 이제 아무것도 안 하고 노는 사람으로 보이나 보다.

은근 와이프가 나가서 돈 벌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그러면 "내가 그때 대학원 간다고 했을 때 왜 못하게 했냐?"라고 얘기하면,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다. "네가 의지가 있었으면, 하지 그랬냐? 네가 그때 의지가 없어서 안 한 것이다!"라고 말이다. "뭐? 아이 맡길 데도 없는데, 나 혼자 의지만 있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었냐고?"


그 후로 10년이 지났다.

이제 50이다. 40살에는 40이 너무나 많은 나이인 줄 알았는데, 50살에 보는 40살은 젊은이이다.

그럼 60살에 보는 50살도 젊은이 아닐까?

"지금 나의 나이는 남은 생 중에 가장 젊은 나이다!"


나는 아직도 꿈을 꾼다.

물론 40에 꿈꿨던 꿈은 아니다.

하지만, 또 다른 꿈을 꾸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아직 누가 봐도 훌륭한 거창한 인물이 되지도, 부러운 사람이 되지도 않았다.

"그러면 어떤가?" 나는 좀비처럼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꾸역꾸역 해내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위해 뭔가를 꿈꾸고 있는 지금이 훨씬 더 행복하다.


물론 그때도 아이들을 보면서 행복을 느꼈다.

그런데 나의 인생은 이번 한 번뿐이다.

이번 생이 마음에 안 든다고 다음 생을 다시 살 수가 없다.

그러니 이제 나를 우선으로 먼저 생각하고 나의 꿈을 지지하고 추구해도 되지 않을까?


남들이 볼 때 별거 없는 20년이었지만, 무탈하게 커준 아이들한테 너무나 고맙다.

엄마의 꿈 대신 아이들을 키웠으니 말이다.

하지만 절대로 그런 생색은 아이들한테 하면 안 된다.

아이들이 부담스러워서 줄행랑을 칠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도 그렇게 살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채찍으로, 수갑으로 나를 강요한 것이 아니다.

생각해보면 내가 선택한 것이다.

나의 꿈 대신에 아이들을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들한테 보답을 바라서는 안 된다.

나 혼자 힘들게 키워 온 것도 내가 그런 남편을 선택했기 때문이니까 말이다.


누가 인정 안 해주면 어떠나?

내가 알고, 우리 아이들이 아는데!!!

오늘도 나는 꿈꾸고, 그걸 위해 실천하는 행복한 50대이다.

나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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