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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수 Feb 15. 2022

하고 싶은 말 다 하는 그녀

나와 정반대의 그녀


나는 소심하지는 않다.

하지만 속에 있는 말을 다른 사람한테 얘기하기가 쉽지가 않다.

일상적이고 긍정적인 얘기를 할 때는 괜찮다.

그런데 살다 보면 트러블이 생기기도 하고, 불편한 마음이 생길 때가 있게 마련이다.

그 말을 하기가 어렵다.

마음이 상하면 그걸 상대방 앞에서 얘기하기가 어려워서 속으로 꾹꾹 참아버린다.

"내가 이 말을 하면, 저 사람이 상처입지 않을까?"

"내가 이 말을 하면, 저 사람이 떠나지는 않을까?"

미리 앞질러 걱정을 하는 바람에 하고 싶은 얘기를 하지 못한다.

이런게 소심한건가?


영어사전에도 등재돼있다는 한국인들한테만 있다는 "한"이라는 단어!!

이렇게 계속 속상한 마음을 다른 사람한테 표현 못하다 보면 가슴에 자꾸 답답함이 쌓인다.

결국에는 그런 것이 쌓이면 "한"이 되는 게 아닐까?

"전에 네가 그 상황에서 나한테 그렇게 얘기했지?"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되면 시원하게 내가 받아쳐 보겠어!"라고 생각하지만, 

같은 상황이 오면 이내 또 말문이 막혀버린다.

그래서 평소에 다른 건 다 나 자신이 마음에 들지만,

이건 꼭 고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한테는 이런 나와 모든 면이 다른 지인이 있다.

아이들 때문에 알게 됐는데, 이제는 제법 친해져서 여행도 같이 가는 친구가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 1박으로 그 모임의 친구들과 여행을 가게 되었다.

그 친구는 나와 완전 정 반대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참지 않고 바로바로 얘기하는 사람이다.

시집 식구들한테도 전혀 개의치 않고 자신의 의견을 가감 없이 말하는 사람이다.

그런 걸 난 평소에 "나도 그랬으면!!" 하는 부러운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1박 같이 생활하면서 여행을 다니는데, 여러 사람이 같이 이동하다 보면 서로마다 속도가 다를 수 있다.

"왜 이렇게 늦게 오냐?"라고 말한다거나, 같은 장소에 가도 사람마다 보고자 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

"난 그건 안 보고 싶다! 그냥 내려가자!" , "조수석에 앉아서는 이렇게 하는 거야", "알겠는데, 난 이걸 먹고 싶으니까, 저 식당으로 가자!" 등등....

슬슬 피로감이 느껴지다가, '아~~ 왜 이렇게 피곤하지?', '아~~ 너무 자신만 생각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고, 할 말을 해야 한다지만 같이 무언가를 하려거든 다른 사람의 의견도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닐까?'

어는 집단이든지 앞에서 목소리가 큰 사람의 의견을 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여행이라 하면 일상에서 벗어나서 조용히 거닐며 속도전이 아니라,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고 싶은 사람도 있는 것이다.

누가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누가 틀린 게 아니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주고 조금 기다려줄 수도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속에 있는걸 바로바로 쏟아내야만 하나?' 한번 더 생각하고 그렇게 말했을 때 상대방의 마음은 어떨지? 헤아리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본인은 속이 후련할지 몰라도, 주변의 사람들은 상처를 받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 성격이 더 좋은지?'를 얘기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역시 이쪽저쪽으로 치우친 것보다 '중용'의 덕을 중요시 여기는 전형적인 나는 동양인의 사고방식인가 보다.

요즘 읽은 책 중에 "생각의 지도"라는 책이 있다.

서양 사람에게 "너무 아름다워서 기쁜데, 슬픈 마음이 들어!"라고 얘기한다고 하면,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슬프거나 기쁘거나 사람의 감정은 동시에 하나가 존재하지, 둘 다 공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동양사람들은 이런 이중적인 감정을 종종 느낀다고 한다.

그리고 동양인들은 집단에서 잘 지내는 것이 중요한 덕목이라, 모나지 않고 섞일 수 있는 '중용'을 중요한 덕목으로 여기지만, 서양인들은 모나더라도 개인이 언제나 우선이고 집단에서 잘 지내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행복이 최고의 행복 추구하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모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미리 짐작해서 아프지 않게 하려는데,

다른 사람은 나한테 그렇게 하지 않고, 남의 마음이야 어떻든 자신의 마음만 괜찮으면 된다는 식으로 행동하니, 썩 마음에 내키지는 않았다.


그럼 그 친구는 서양인의 사고방식을 가진 것인가?


어쨌든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그렇게 바꾸고 싶었던 나의 아쉬운 부분도 장점이 많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다르다고 해서 틀린 건 아니니까, 그 친구는 또 속 스트레스는 없을 것 같아서 자신의 성격을 좋아할 것 같다. 


다른 사람과 섞여서 지내는 것이 사회 아닌가? 물과 기름처럼 섞이기 어려웠지만, 

나와 다른 그녀도 그녀와 다른 나도 어쨌든 즐거운 여행이었다.

꼭 인생의 모든 순간에 답이 있어야 하나? 그건 아니니까, 그냥 흘러가는 데로 그렇게 살자!

다음에는 "내가 한마디 더 할게, 넌 한마디 줄여!" 실천이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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