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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수 Apr 24. 2022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책에서 길을 찾다

읽다 보니까 길이 보였다.




뭘 해야 할지? 길이 보이지 않았다.

전에 무엇을 했었지?

과거의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을 현재 지금의 내가 할 수 있을까?

자신감이 없다.

아이 낳고 아이를 기르는 동안 집에서 보낸 시간이 벌써 오랜시간이 지났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나 자신을 챙길 수는 없었다.

아이는 많았고 막내는 태어난 이래로 1년 동안 혈변을 보면서 쉴 새 없이 설사를 했다.

설사를 하니까, 엉덩이를 아무리 잘 닦아줘도 헐고 상처가 나서 힘들어했다.


아이가 아픈 부모들은 알 것이다.

아픈 아이 말고는 다른 일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아이가 아프면 아이는 짜증이 는다.

우리도 그렇지 않나? 몸이 아프고 내 마음대로 무언가가 안되면 짜증이 나기 마련이다.

어린아이는 오죽하겠는가? 하루 종일 칭얼대는 아이와 실랑이하고 집안일하고 큰애를 챙기다 보면 무언가 나를 위해 한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몇 년을 지내고 다행히 아이는 건강을 되찾았다.

그러고 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려고 했다.


나는 집에서 아이와 있는 동안 세상은 변했고, 더 이상 나를 원하는 회사는 없었다.

이력서를 내봤지만, 돌아오는 건 실망뿐이었다.


이제 사회에서의 나의 쓸모는 다 사라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자아실현이 목표였으면 좋겠지만, 얼떨결에 산 집의 대출금의 압박은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를 원하는 회사가 없다니...

마음이 힘들고 지쳐갔다.


그때 나에게 힘이 되어준 것이 책이었다.

그냥 마음의 위로를 줄 수 있는 쉽고 편안한 책부터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하나, 아이들을 재울 때 아이들에게 읽어줬던 그림책들...

아이들과 같이 그림책을 읽고 있자니, 그림책의 내용이 나에게 위로와 감동을 주었다.

너무 오랫동안 긴 글을 읽지 않았더니, 처음에는 긴 글을 읽기가 너무나 오래 걸렸다.

책 한 권을 가지고 한 달 내내 읽었는데도 읽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최대한 끌까지 읽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시간을 두고 계속 읽다 보니, 점점 읽는 속도도 빨라지기 시작했다.


쉬운 책들이 이제 읽히니까, 다른 책들도 눈에 들어왔다.

아이는 아픈데 시부모님은 매주 시가에 오기를 바라셨다.

아픈 아이를 데리고 매주 주말 시가를 방문했다.

시가 식구들 치닥거리를 하고 일요일 밤에 집에 들어오면 몸은 지치고 마음이 더 지쳤다.

남편의 위로가 필요했지만, 어떠한 위로도 되지 못했다.

마음은 점점 지쳐갔다.


그때 보기 시작한 책이 심리학 책이다.

남들이 바뀌기를 그렇게 바랬는데, 남들이 바뀌는 경우는 없었다.

결국에는 내가 바꿔야지 나의 인생도 바뀌는 것을 그렇게 마음의 고통을 느끼고 나서야 알게 됐다.

결정론인 프로이트의 이론보다는 나의 의지로 바뀔 수 있는 아들러의 심리학이 나의 마음에 닿았다.

나의 인생은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는 것이다.

지금의 무력한 나도 더 단단해지고 포기하지 않다 보면 바뀔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느껴졌다.


고전 인문학, 철학서를 읽다 보면 삶의 방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기 계발서를 읽으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엔진의 온도를 높일 수 있었다.


책을 읽는다고 일순간에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점점 가라앉는 나의 희망의 배를 더 이상 가라앉히지 않아도 된다.

차츰차츰 눈에 띄지 않더라도 더 이상 가라앉지 않는다.

아직 식지 않은 희망의 엔진이 시동을 걸고 기다리고 있는다.


나는 공대를 나왔다.

기술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변한다.

오랜 시간 동안 전공 관련 책을 보지 않았다.

쉬운 글부터 시작 헸는데, 전공서적을 뒤적이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어느새 전공서적도 쉬엄쉬엄 보기 시작했다.

슬슬 보기 시작했던 전공서적은 한참 동안 꾸준히 보기 시작했더니, 어느새 더 이상 어렵지 않게 됐다.


그래서 결론이 뭐냐고?

ㅎㅎㅎ 지금 나는 디지털노마드를 꿈꾼다.

인문학 가슴을 가지고 있는 '공대누나'라고나 할까?


지금 돌이켜 보니, 나는 무슨 일이든지 공짜로 얻은 적은 없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다 보면 1등은 못해도 중간 이상은 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일이 일인자들만 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수히 많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당연히 책이었다.

나는 돈도 없고 빽도 없고 경력은 단절됐었으며 자신감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를 일으켜준 책의 도움으로 디지털노마드를 꿈꾸고  후배들에게 방법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난 오늘도 가방에 책 하나, 손에 책 한 권이 들려있다.

닉네임은 낙만독서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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