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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수 Aug 15. 2020

부부라는 이름

부부로 살면서 정말 한 번도 난 이혼은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내 남편 또는 내 아내가 정말 천생연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물론 나의 경험에서 기인한 질문이기는 하다.

어떨 땐 훌훌 다 던져버리고 멀리 혼자 떠나고 싶기도 하다.

간통죄가 사라져 버린 2020년 현재 대한민국은 결혼이라는 것은 한낱 허울뿐이고 다들 밖에 애인을 두고 지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너무 결혼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가 싶기도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천생연분으로 서로 사랑하고 격려하고 서로의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사는 부부보다 파경을 맞은 부부를 많이 보게 된다.

바람을 피우다가 별거를 하고 이혼을 하고 사는데, 더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도 여럿 보았다.

물론 우리 부모님은 솔직히 젏었을때는 별로 친해 보이지 않았는데 노년이 되신 이후부터는 서로 의지하며 존중하시는 걸 보면 역시 나중에는 부부밖에 남지 않는다는 생각도 든다.

 

삶이 지치고 답이 없어 보일 때면 나는 책에서 길을 찾아보려고 한다.

그래서 최근 읽게 된 "이혼 시뮬레이션"이라는 책....

이혼 전문 변호사인 조혜정 변호사가 지은이다.

이혼 사례를 들어 법률적인 조언을 해주는 책이다.

사실 이 책을 선택한 건 이런 사람도 있는데 난 괜찮아~ 하는 위안을 받고 싶은 마음이 컸었다.

그런데 여러 사례를 볼 때마다 생각이 드는 것은 "인간의 본성은 바뀌지 않는구나!!"였다.

물론 변호사까지 찾아가 법정까지 갔던 이야기들이니까 평범한 우리 삶이랑 다르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사례를 읽으면서 느낀 건 과연 "이게 남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인가?"이다.

아니다 누가 결단을 내렸는가? 아닌가? 의 문제인 것 같다.

 


아이가 돌인데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

알고 봤더니 내가 아이를 임신해서 힘들었을 때부터 남편은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

그래서 "바람피우냐?" 다그쳤더니 "맞다고 바람피운다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이혼해 달라"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짓가랑이 라도 붙잡고 우리를 책임지라고 울고불고해야 하나? 아님 바람피운 너랑은 못 산다며 칼 같이 자르고 이혼을 선택해야 하는가? 그건 정답도 없고 각자 개인의 선택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때 옛날 막장 드라마의 단골 소재였던 바람피운 남편이 싹싹 빌면서 같이 살자고 하는 경우도 드물고  

처음에 눈치를 보고 미안하다고 했다면 그게 오래가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왜? 이리 계속 얘기하냐?"며 "난 할 만큼 했다."며 "이제 지긋지긋하다."며 "이제 헤어지자!"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간통죄가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간통죄가 사라지니 사람들의 도덕적인 마인드도 느슨해진 건지 남편 직장 가서 일인 시위를 한다고 해서 남편이 회사에서 잘리지도 않고(요즘은 개인사는 각자 사생활이라고 생각해서 사회생활과 별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큼), 남편이 바람피우는걸 섣불리 회사에 알리다가는 명예훼손으로 도리어 피소를 당할 수 도 있다고 한다.

세상이 바뀌었으니 부부라는 이름은 이제 언제 깨질지도 모르는 유리 성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든 남편은 붙잡았다고 해도 과연 여자가 임신했을 때 바람피운 남편을 진정으로 용서할 수 있을지? 그 과정에서 남편이 받았던 나름의 자존심의 상처와 사랑한다는 그 여자를 잊을 수 있는지?

이미 깨어져 버린 유리성을 풀로 붙이고 위태롭게 사는 건 아닌지.....???




하지만 이혼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하더라도 이혼의 이유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지 점검해봐야 할 것이다. 만약 이 질문에 분명한 답이 나오지 않으면 좀 힘들어도 자기 안에서 답이 분명하게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맞는 것 같다.

부부라는 이름이 그냥 허울뿐인 이름 같아서 훌훌 벗어버리고 싶을 때도 있지만, 

이혼은 한번 하면 돌이킬 수 없게 되니까 말이다.

부부라는 이름은 허울뿐인 껍데기 같아 보이지만, 그걸 유지하려면 같이 끊임없이 노력하고 서로 바라봐줘야 하지 않을까? 세상의 이치는 부부간에도 존재하는 거...   세상에 그냥 가질 수 있거나 그냥 되는 건 없는 거니까.

신데렐라 동화에서처럼 "결혼하고 그들은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다."

가 아니라 "그들은 싸우며 화해하며 행복해지려고 서로 노력했다."라고 해야 맞는 얘기인 것 같다.




확실히 어떤 책이든 책을 통해서 나를 돌아보게 되고, 위로받는다. 혹시 부부라는 이름으로 힘든 분이 있으면 

나 보다 더 힘든 다른 이의 책을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오늘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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