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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수 Aug 15. 2020

내 이름은 코코

나는 믹스견이다.

난 집에서 똥을 못 눈다. 오줌도 못 눈다. 애기 때 실수로 패드 말고 다른데 똥, 오줌을 눴다가 아저씨한테 크게 

혼난 다음에 집에서 무서워서 똥, 오줌을 못 누게 되었다.

그래서 난 날마다 산책 갈 때까지 꾹꾹 참는다. 그리고 지금의 엄마가 오면 슬프고 갈망하는 눈망울로 엄마를

 열심히 쳐다보면 엄마가 산책을 데리고 나가준다.

맞다 ~~  난 강아지 코코이다.


난 태어난 지 7개월 되었을 때, 진짜 엄마와 헤어졌다. 그리고 지금의 이 집으로 오게 되었다.

우리 엄마와 난 애견삽에 살았는데 정확히 말하면 애견샵 사장이 우리 엄마의 주인이었다.

우리 엄마는 베를 링턴 테리어이다. 엄마의 몸값은 아주 비싸다고 했다. 우리 아빠는 푸들이다. 사장님 부부가 잠깐 한눈판 사이에 우리 엄마, 아빠는 첫눈에 반해 사랑했단다. 

우리 형제는 5남매이다. 사장님은 우리를 다 키울 수 없다고 우리를 키울 수 있는 사람을 찾았다.

사람들은 우리 형제를 믹스견이라 불렀다. 이상하게 우리는 너무 사랑스러운데도 사람들은 우리들을 키우는 걸 꺼려했다.

믹스견은 필요 없다고...  그래서 우리 형제는 도통 입양하려는 사람이 없었다.

같이 놀던 몰티즈는 성격이 까칠하고 가끔 사람을 물기도 했는데 사람들은 너무 귀엽고 예쁘다고 금방 입양해서 데리고 갔다. 다리가 짧고 못생긴 것 같은데 치와와, 시츄도 작고 순종이라고 금방 입양이 됐다.

나는 아무리 사람들이 쓰다듬고 귀찮게 해도 한 번도 으르렁 거리지도 않고 예쁘게 웃으며 꼬리만 흔들었는데 믹스견이고 크다고 그냥 보고 만지고 하다가 입양하지 않았다

애견샵에 왔던 사장님의 처제 앞에서 나는 배를 보여주고 꼬리를 열심히 흔들어 애교를 부려서 드디어 이 집에 오게 되었다.

사실 이 집 딸이 날 보자마자 너무나 예뻐해 주고 안 데리고 가면 안된다고 울고 불고 했기 때문에 이 집에 올 수 있었다.  처음에 이 집에 왔을 때 지금의 엄마는 날 싫어했다.

지금은 나의 최애 장소가 된 소파에도 못 올라오게 했고 내가 가까이 가면 깜짝 놀라고 무서워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가장 사랑해주고 예뻐해 주는 사람은 엄마이다.

집에 처음 온 날 난 헤어진 엄마를 생각하며 너무 슬퍼서 하울링 하며 밤새 울었다. 그런데 날 무서워하면서도 "너무 불쌍하고 얼마나 무섭겠냐!"라며 내 곁에 같이 있어준 건 지금의 엄마였다.

그리고 내가 똥, 오줌이 마려워서 안절부절못하면 나를 데리고 산책을 가주는 것도 엄마이다.

한겨울 눈이 펑펑 내리고, 한 여름 장마철에 비가 와도 엄마는 나를 데리고 산책을 가준다.  난 집에서 배변을 못하기 때문이다.

아침에 물을 주고 사료를 챙겨주는 것도 엄마이다. 산책을 나가면 난 너무 신나서 엄마를 질질 끌고 다닌다. 엄마를 힘들게 하려는 건 아닌데 너무 신나서 나도 모르게 앞장서서 엄마를 끌고 가게 된다.

그리고 길을 가다 친구들을 만나면 너무 반갑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그래서 난 자꾸 짖는다. 원래 처음 왔을 때는 나도 친구들을 길에서 만나면 반갑기만 해서 꼬리치고 짖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작은 몰티즈 녀석이 반갑다고 가까이 와서는 내 목을 세게 무는 것이다. 난 너무 아파서 한참을 낑낑거렸다. 그날 이후부터 친구들이 가까이 오면 날 물었던 그 꼬마 친구가 생각나서 친구들한테 가까이 오지 말라고 큰소리로 짖게 된다.

어떤 날은 목줄을 안 한 작은 강아지 친구들이 나한테 달려온다. 그 강아지 주인은 "자기 강아지는 안 문다."라고 하면서 끈을 풀어놓았다. 하지만 지난번에 날 물었던 몰티즈도 끈을 하지 않은 아이였다.

왜 사람들은 자기는 괜찮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괜히 작은 강아지들을 제대로 간수 못한 사람들 때문에 나처럼 목줄도 잘하고 사람들이 가까이 오면 가장자리로 피하고, 똥도 잘 치우는 펫티켓을 잘 지킨 강아지들이 욕을 먹는 것이다.

펫티켓을 잘 지켰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를 보고 무서워하는 사람도 줄 것 같다.

지금은 소파도 다 양보해주고 가끔 아저씨 없을 때 침대도 양보해주고 매일 산책도 해주는 엄마가 너무 좋다.

그래서 항상 집에서 엄마만 졸졸 따라다닌다.

엄마가 내일도 모래도 날 사랑해주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가끔 맛있는 캔도 많이 줬으면 좋겠다.




우리 집 강아지 코코 입장에서 글을 써 봤습니다.~~^^

믹스견이고 중형견이라고 입양이 안 된 강아지, 우리 코코는 너무너무 똑똑하고 순합니다.  7개월까지 입양이 안되던 강아지를 봤을 때 너무 안돼 보였고, 딸이 너무나 원해서 집으로 데려 왔습니다. 

덩치가 커서 무섭다고 생각한 건 저의 잘못된 선입견이었습니다. 여러분도 혹시 강아지 입양하실 생각이 있으시면 믹스견 강력 추천합니다. 그리고 강아지 데려오시기 전에 정말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 심사숙고하시길 바랍니다.

매일 산책하는 것도 사실 쉬운 건 아닙니다. 하지만 산책은 강아지의 기본권입니다. 꼭 해주셔야 합니다.  아이와 마찬가지로 사랑해줘야 하고요, 그럼 나한테 맹목적으로 사랑을 되돌려 주는 강아지를 보면 기쁨도 크답니다. 

휴가 철마다 휴양지에 유기견이 늘어난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강아지는 장난감이 아닙니다. 소중히 지켜줘야 할 생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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