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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수 Aug 29. 2022

똥 치웠는데, 그래도 잘못한 건가요?

강아지 산책의 고단함,  서로 존중이 필요하다.



나는 날마다 강아지와 산책을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괜히 시비를 거는 사람들이 있다.

한때는 나한테 원인을 찾은 적도 있다.

'내가 너무 만만하게 생겼나?'이런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지금 느끼는 것은 '사람들이 무례하고 화가 많은 사람들이 많구나!'라는 것이다.



최근 나의 화두는 '다른 사람의 나쁜 감정에 나의 감정을 잠식당하지 말자!'이다.

어느 날 공원에서 강아지와 산책을 하고 있었다. 우리 집 강아지 코코는 집에서 배변을 하지 않기 때문에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나는 산책을 해야만 한다.

처음 데려올 때는 나는 강아지에 관련된 잡다한 일은 하나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강아지가 우리 집에 왔다.

그런데 어느새 강아지 관련한 모든 일들이 나의 차지가 된 지 오래가 됐다.

특히 강아지와의 매일의 산책은 하루하루 열심히 밖에서 일한 후에 기쁜 일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지치고 힘들기도 하다.


그래도 내가 퇴근하면 나를 바라보는 코코의 눈빛에 바로 산책을 하러 나가곤 한다.

밖으로 나가면 어찌나 좋아하는지...

집에서 배변을 안 하는 우리 강아지 코코는 나가자마자 배변을 하기 때문에 흙이 있는 곳으로 쏜살 같이 달려가야 한다. 잘못하다가 사람들의 통행이 많은 곳에 배변을 하면 민망하기 짝이 없고 치우는 동안에 사람들의 시선이 그리 곱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걸 알기에 나는 누구보다 진심으로 강아지 배변 뒤처리를 깔끔하게 한다.




어느 날 공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나오자마자 배변을 했기 때문에 내 손에는 똥 봉투가 대롱대로 흔들리며 들려있었다.

그런데 지나가던 할머니가 다짜고짜 화를 내면서 반말로 '이 공원에 개랑 다니지 말아!' '개가 여기다 똥 누게 하지 마!'라고 하는 것이다. 

난 순간 어이가 없어서 '저는 개 똥을 잘 치우고 다닙니다' , '지금 들고 있는 것도 내가 치운 개 똥입니다.!'

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할머니는 귀가 안 들리는지? 아니면 안 들리는 척하는지? 나한테 계속 화를 내고 있었다.

'하라면 하지 말이 많아!', '너 같은 것들 때문에 공원이 개똥 천지다!'라는 것이다.

거기서 아무리 '나는 개똥을 정말 잘 치운다.'라고 얘기해봐야, 내 얘기는 전혀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할머니의 고함소리가 커질수록 지나가는 사람들이 흘깃흘깃 나와 우리 강아지를 쳐다봤다.

마치 내가 개똥을 안 치워서 혼나는 거처럼 말이다.


말이 안 통하는 사람과의 가장 단순한 해결책은 '삼십육계 줄행랑'이다.

나는 더 이상 상대하기 싫어서 부랴부랴 그 자리를 피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생각할수록 너무 열이 받는 거다.

'왜 내가 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다른 사람한테 비난을 받아야 하는가?'

'왜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데, 상대방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만 하는가?'


그런데 웃긴 건 우리 남편은 강아지 산책을 가서 한 번도 그런 일을 당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나는 그런 일이 여러 번 있었는데 말이다.

또 어느 날은 괜히 지나가고 있는데 할아버지들이 나를 보고 '개똥이나 치우고 다녀라!'라는 것이다.

'나는 치우고 다닙니다!'라고 얘기했지만, 반말로 여전히 본인들 얘기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하물며 남편과 같이 산책을 갈 때는 한 번도 그런 일을 겪은 적이 없다.

그냥 약한 여자라고 만만하게 생각하는 하는 것인지, 자기보다 쎄 보이는 남자들한테는 그런 얘기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나쁜 감정에 나의 감정을 잠식당하지 말자!'라고 다시 되뇌면서 감정을 털어버리려고 노력했다. 나의 감정은 나의 것이니, 계속 기분 나쁘게 있으면 나만 손해이니까 말이다.






오늘 신문에서 본 기사에 따르면 편의점에서 일하는 20대 청년이 편의점에 들어오자마자 반말로 얘기하는 70대 할아버지에게 같이 반말로 응대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화가 난 노인이 반말과 욕설로 청년을 대했다고 한다.

결국 화가 난 청년은 법에 호소를 했고, 법은 청년의 손을 들어주었다.

'자기가 존중을 받으려면 자기가 먼저 상대방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한다.


보통 우리는 그러한 일을 겪게 되면 '재수 없게 똥 밟았다!'라고 생각하지, 기사에 나온 청년처럼 고소까지는 하지 않는다. '청년이 얼마나 화가 났으면 그랬을까!'와 '의지가 대답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한국 사회는 너무 예의 없는 노인들이 많다.

젊은 사람이라고 보자마자 다짜고짜 반말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예전의 방식은 '동방예의지국'이라고 해서 무조건 노인을 공경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배웠다.

그렇지만 나는 '같은 성인이라면 당연히 같이 예의를 지켜야 한다.'라고 생각한다.


나만 존중을 받으려는 논리는 너무나 이기적이고 근거가 희박한 논리이다.




요즘은 '00세대'라고 무수의 세대를 나눈다.

세대 간의 생각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자기 자식이나 자기 손자도 아닌데, 자신보다 어려 보인다는 이유로 자신은 존중을 받고 싶어 하는데 자신은 존중하지 않는다면 어느 세대가 그걸 인정하겠는가?


이제 나도 나이가 들어간다.


우리 세대는 우리가 기본이라고 배워왔던 상식들이 기본이 아닌 시대에 살고 있다.

올바른 논리가 없는데 부모 말이라고 무조건 들으라고 하면, 예전의 우리 어렸을 때는 속으로는 수긍하지 못하더라고 앞에서는 듣는 시늉이라고 해야 그것이 예의범절인 줄 알고 살았다.


하지만 지금 젊은이들은 그렇지 않다.

앞에서 자신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닌 것이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확실하게 이야기하라고 가르쳤다.

우리가 자랄 때 너무 억압받고 살아서 그런지 몰라도, 요즘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웠다.


그런 새대의 아이들에게 '내가 나이가 많으니까, 무조건 내 말을 듣고 예의를 지켜라!'라고 한다면 자신의 주변에 아무도 없는 외로운 노인이 될 수밖에 없다.


'나는 그런 노인이 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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