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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수 Feb 27. 2023

20년 동안 프리랜서로 살아남은
방법

오늘도 잘렸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20년 동안 프래랜서로 살아남은 방법은 1희 1 비하지 않는 것이다.


1년 동안 너무나 열심히 일을 해줬던 거래처가 있었다.

계약 연장 의사가 있는지 미리 의견을 타진했더니, 당연히 같이 쭉 한다고 했다.

그래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느 날 전화가 왔다.

이런저런 이유로 계약을 연장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여러 가지로 설득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나는 '을'이고 그들은 '갑'이니까 말이다.

항상 이런 식이다. 안심하고 있으면 스멀스멀 뒤로 와서 뒤통수를 친다.


그렇다고 항상 뒤에서 뒤통수만 맞는 것은 아니다.

갑자기 앞으로 다가오는 새로운 기회들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멘틀이 흔들리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난 이렇게 생각한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계약을 유지해 주셔서! 그리고 미리 얘기해 줘서 감사합니다. 계약해지하는 당일날 얘기하면 더 멘틀이 흔들리니까요. 감사합니다! 내가 하마터면 안주하고 있을 뻔했네요. 프리랜서의 세계가 얼마나 추운 정글인지, 지금이 너무 따뜻해서 잊을 뻔했습니다. 나한테 가르침을 줘서 감사합니다!'라고 말이다.


'작년에 일이 너무 많아서 하고 싶은걸을 너무 못했군요. 이제 시간도 많이 생겼는데 이참에 몇 년간 생각만 하고 실천을 못한 유튜브 영상을 찍어봐야겠네요. 덕분에 헝그리 정신이 생겨서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숲 속 안에 들어가 있을 때는 거대한 숲은 보이지 않고 나무만 보인다. 

노동강도가 너무 높으면 자본소득을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가 없다.

먹고사는 것이 급급해서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부자들은 부자들의 생각법이 있다고 한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자본소득을 세팅할 수 있는 생각과 실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어땠나? 하루하루 닥치는 일을 노동으로 해결하느라 시간을 보내지 않았나?


이제 내 나이쯤 되면 어디에 집을 샀느냐, 어느 직장을 다녔는가, 어떻게 투자를 했느냐에 따라 저마다 자산이 많은 차이가 난다. 누군가와 비교를 하면서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너무나 어리석은 줄 알면서도 어리석은 인간인지라 나도 모르게 비교가 되고 위축이 된다.


남들이 볼 때는 프래랜서는 시간이 자유로울 것 같다. 직장인들은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프리랜서는 내 일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퇴근 시간이 없다. 그래서 일이 있을 때는 밤늦은 시간이나 새벽에도 일을 마무리해야 끝나는 것이다.




작년 1년 동안 노동 소득으로만 돈을 버느라 눈코 뜰 새 없었으니, 올해 한해 뒷걸음질 치는 것 같아도 괜찮다.

인간이 원하는 걸 모두 이룰 수 있으면 어찌 그게 '인간'일까? '신'이지?

나는 인간이니까 안 되는 것도 존재한다.

나는 그 일에 최선을 다했다. 그래도 인간인 이상 결과가 좋지 않을 수 도 있다. 

그것으로 나를 자책하지는 말자. 인간의 영역에서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안 되는 것이 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한 것을 나는 안다. 그러면 됐다. 그 정도면 됐다.


또 다른 일을 찾아보면 된다.

지금은 유사 이래로 SNS로 가장 돈을 벌기 좋은 시절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아직 SNS로 돈을 벌어보지를 못했다. 남들도 하는데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거기서 다시 기회를 찾아보면 된다.


모든 일에 '1희 1 비' 할 필요 없다.

사람의 일이란 기쁜 일이 생기면 나뿐 일도 생기기 마련이다.

'오늘도 잘렸습니다.' 그럼 새로운 일을 도모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것이다.

백조처럼 열심히 물밑에서 발길질을 하다 보면 천천히라도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라고 생각한다.

저마다 정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인생이 아닐까?

다른 사람의 정답이라고 나의 정답은 아니다.

나만의 정답을 찾아가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쉼 없이 퍼덕이는 '프리랜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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