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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수 Mar 16. 2023

세상에서 제일 신성한 일

그렇게 엄마가 된다.


육아맘들은 공감할 것이다.


'그 많던 옛 친구는 어디 갔을까?'

어렸을 때 친구들이 점점 사라진다는 것을....


우연히 결혼식 사진을 보게 됐다.

내 옆과 뒤에서 나를 축하해 주던 친구들의 모습을 봤다.


그런데 지금은 그 친구들과 거의 연락을 못하고 산다.

물론 동네 친구들, 직장 동료, 학부모 모임, 운동친구들은 있다.

박완서 선생님의 '그 많던 싱아는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책에 비유하자면, "그 많던 옛 친구는 어디에 갔을까?'


그 많던 친구들이 주변에 없다고 징징거리려고 꺼낸 말은 아니다.

결혼 한 여성의 30,40대 생애주기는 아이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 같다.(내 경우는 그랬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이들과의 추억, 아이들과의 일상을 빼고는 생각나는 게 없다.

나의 모든 세상이 아이들을 위주로 돌아간다.

나의 결정은 모두 아이들이 최우선이었다.


언감생심 멀리 사는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그 많던 친구들은 하나둘씩 사라져 버린다.


억지로 힘들게 친구 셋이 약속을 잡았다.

그러면 꼭 못 만날 이유가 생긴다.

한 명씩 아이가 아프거나 아이 학교에 급하게 갈 일이 생긴다.

그러면 '둘이 만나기 뭐 하다'라고 '다음 기회에 다 같이 만나자'가 돼 버린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멀리 있는 친구는 그냥 멀리서 있는 그리운 친구였다가 , 언젠가부터는 나의 기억에서 희미한 존재가 되어 버린다.




그래도 우리는 우리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고 살고 있으리라.

'명희야, 현숙아, 영숙아, 은희야! 잘 지내고 있지?'

'너희와 충무로, 명동, 종로 거리를 헤매고 다녔던 게 엊그제 같은데 우리 아이들이 이제 그때의 우리 나이가 됐네! 모두들 잘 지내고, 그때 고마웠어! 이 못난 친구를 소중히 여겨줘서!'


우리 세대 여성은 반반인 것 같다. 누구보다 의지는 있으나, 여건이 안 돼서 교육을 제대로 못 받은 여성과 불굴의 의지로 또는 부모의 선구적인 의식으로 잘 교육받은 여성도 있다.


하지만 결혼하고 나면 대부분의 여성이 경력단절을 겪게 된다.

교육을 잘 받았던 못 받았던 말이다.

지금은 대부분 여성이 결혼을 해도 일하는 게 당연한 시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경력단절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생긴다.

지금보다 10-20년 전에는 오죽했겠는가!


그런 선배 언니들을 보다 보니, 당연히 지금의 여성들이 결혼을 선택의 영역으로 미룬 게 아닐까?

선배 언니로서 결혼해서 성공하는 모습을 변변히 보여주지 못하니, 능력 있는 여성들이 결혼을 꺼리는 것이 당연한 것이리라!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브람스는 독신을 이렇게 얘기했다.

'자유로우나 고독하다.'


그러나 20년 결혼 생활을 한 기혼자인 나는 이런 말을 할 수밖에 없다.

결혼이란, '자유롭지도 못하고 고독하다.'




세상은 굉장히 불공평하고 반면에 굉장히 평등한 면도 있다.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선택해서 지금 내 옆에 소중한 아이들이 있는 거겠지!

물론 종종 외롭기는 하다. 자유롭지도 않고... 하지만 그렇다고 불행하거나 슬프지는 않다.


인간은 어차피 외롭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혼자 노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그러니 결혼을 했어도 서로 독립적인 인격임을 인정하자!

어차피 서로 외로운 걸 인정하자!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똘똘 뭉치는 게 가족이지 않을까?

서로 원수같이 으르렁거리더라도 누가 내 동생한테 돌을 던진다고 하면 가만히 있겠는가?

그렇게 꼴 보기 싫은 게 많아도 누가 내 남편, 아내한테 침을 뱉는다면 참을 수 있겠는가?

그게 가족이 아닐까? 그게 결혼이 아닐까?





"친구들아, 아이들 조금만 더 키우고 우리 다시 만나자!'

어제 만났던 것처럼~ 어제 헤어졌던 것처럼~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하루하루 고군분투 중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세상에서 제일 신성한 일을 하는 엄마들에게...

엄마들, 오늘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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