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세대를 가리켜 인내심이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뭔가를 시작했다면 그 일이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데도 요즘 젊은 세대는 그 기간을 좀처럼 견디지 못하고 쉽게 포기해 버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누나 아들이자 내게는 조카인 이 시대의 한 청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다. 길을 가다가도 궁금한 점이 있으면 아무런 망설임 없이 처음 보는 사람에게 다가가 묻고 답을 얻어냈다. 나는 그의 그런 행동을 신기한 듯 지켜보곤 했다. 어른들은 궁금한 것이 있더라도 모르는 사람에게 서슴없이 다가가 말을 걸진 못한다. 먼저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 자체를 부자연스럽게 생각한다. 이밖에도 어른들은 이것저것 따지는 것이 많다. 이를테면 그런 상황을 만들기엔 너무 조심스럽고 자칫 어른으로서 별거 아닌 것을 묻는다는 것이 체면이 서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누구에게라도 먼저 말을 건네고 대화를 이어나간다. 그가 말을 걸면 사람들은 처음에는 의아해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먼저 말을 건네준 것에 흥미를 갖고 친절하게 대하는 것 같았다. 그는 매우 사교적이다. 비록 그가 어린 나이였지만 그런 행동을 바라보는 나는 ‘어쩌면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 저런 모습이 아닐까’라고 생각한 적이 여러 번이다. 그런 그는 연기자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연기와 실용음악을 공부할 수 있는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그가 연기자의 꿈을 꾸게 된 데에는 영화 '타짜'에서 '고니'역을 맡았던 배우 조승우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새로 들인 반려견의 이름을 '고니'라고 이름 지을 정도였으니 그의 영향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별도로 3년 내내 연기학원에 다니며 연기 연습에 매달렸다. 처음으로 그의 연기를 봤던 것은 그의 졸업 연극 공연이었다. 초대장을 받고 누나와 같이 참석했을 때 처음 보는 그의 메소드 연기에 놀라서 집에 오는 내내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을 듣고 있었지만 그 연극을 통해 그동안 자신의 꿈을 위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연기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혼자 서울로 상경했다. 연기학원을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도 시작했다. 집에 손을 벌리지 않고 스스로 서울 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그의 힘들고 지루할 수도 있는 연기를 향한 서울에서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연기와 함께 음악을 꾸준히 하면서 자신이 작곡한 노래로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여기저기 결혼식 축가를 부르기도 했다. 도중에 군대에 갔다 와서도 역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하면서 연극을 하고 자신의 소개 파일을 만들어 여기저기 돌리면서 꾸준히 영화 오디션에 도전했다. 웹드라마를 촬영하고 이곳저곳의 단역을 맡아 촬영하다가 코로나19의 발생으로 한동안 연극, 드라마, 영화 제작이 멈춰버리면서 그 또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힘들다는 내색을 하지 않고 묵묵히 아르바이트하면서도 홍보를 소속사에만 맡겨두지 않고 직접 발로 뛰면서 자신의 파일을 돌리고 계속해서 영화 오디션을 봤다.
올해는 그가 연기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서울에 올라간 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 연말 그에게 좋은 소식이 있었다. 서울시 청년 전세자금 지원사업에 당첨되어 전세자금 1억 원을 지원받게 되었다. 지원금으로 전세를 구하면 월세가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큰 혜택임이 분명하다. 1월에 새집으로 이사하게 되었고 영화계에서 촬영도 재개되면서 해오던 아르바이트도 그만두고 앞으로 연기 오디션에 더 집중할 계획이었다. 그리고 설 연휴를 부산에서 보내고 서울에 올라가자마자 좋은 소식이 생겼다. 다름 아니라 유명 연예인과 함께 상업광고 촬영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그동안 수없이 봤던 오디션 중에서 한 영화에 캐스팅되어 3월부터 촬영에 들어간다는 소식도 이어졌다. 정말 가슴이 뜨거워지고 눈시울이 붉어지는 소식이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지만 지금 그의 모습이 무척 자랑스러운 것은 10년 가까이 서울에서 혼자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힘든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인내하며 노력한 그의 태도 때문이다. 나 스스로도 뭔가를 시작했으면 열과 성을 다해서 적어도 10년은 해 봐야 죽이든 밥이든 되지 않겠냐고 말하면서 끈기와 인내를 강조하곤 한다. 하지만 말이 10년이지 그 긴 시간을 견딘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님을 알고 있다. 그래서 더욱 그에게 있는 힘껏 박수를 쳐주고 싶은 것이다.
이제 새로운 시작점에 있는 그가 지금껏 노력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자신의 꿈을 향해 변함없이 나아가길 응원하는 바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꿈꾼다. 살면서 꿈을 갖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에 질문을 던져 끊임없이 그 답을 찾아 나아가는 거룩한 몸짓인 것이다. 그래서 꿈은 인생의 내비게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꿈은 신비스러운 것으로써 단지 꿈을 하나 가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된다. 꿈이 있는 사람과 꿈이 없는 사람의 삶은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꿈을 갖는다는 것은 자기 삶의 주도권을 갖는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꿈을 이루는 데는 인내와 책임이 따른다. 꿈을 갖는다고 해서 모든 일이 알아서 순조롭게 척척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꿈을 이루기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그 꿈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데는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고통도 인내해야 한다. 그래서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일은 일종의 성찰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자신을 일깨워 마음을 고쳐먹지 않으면 언제든지 포기해 버리기 쉽다. 세상에는 꿈을 버리고 그저 되는 대로 마음 편하게 살라며 유혹하는 일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혹 또한 견뎌내야 한다. 오랜 노력과 기다림 끝에 자신이 꿈꾸었던 일이 하나씩 현실이 되어 갈 때 감사한 마음으로 인생의 진수를 맛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