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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rea Apr 15. 2022

날씨가 주는 위안

날씨가 주는 위안



어제는 여름을 말하고

오늘은 날씨의 일탈을 말한다.    

 

기승을 부리던 비바람 때문에 인터넷까지 끊기고

우산은 차라리 펴지 않는 편이 나았던 하루였다.     


거울을 보며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수습하다가

갑자기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날씨도 이럴 때가 있는데,     


아침부터 마음이 산란했던 날,

궂은 날씨가 오히려 위안을 준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창문을 활짝 여는 일이다. 눈을 뜨고 성호를 긋고 잠자리에서 일어나 새 하루를 맞이하기 위해 창문을 열기까지 나는 마치 생일날 받은 선물 상자를 여는 어린아이의 심정이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나은 하루를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희망과 그렇게 될 것이라는 기대로 가득한 순간이다. 나에게는 창문을 열면서 바깥 풍경이 서서히 드러나는 순간이 하루 중에 가장 설레는 순간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창문을 열었을 때 어떤 날씨냐에 따라 그날의 기분이 달라지기도 한다. 

     

어제는 여름을 말하고 오늘은 어느 계절에나 있을법한 변화무쌍한 날씨에 대해 말하고 있다. 짙은 회색빛 하늘 아래 거뭇거뭇한 바람을 타고 그리 많지도 않은 양의 비가 내린다. 우산을 쓰려거든 두 손으로 온 힘을 다해 손잡이를 움켜잡고 바람에 맞서야 한다. 우산을 쓰기도 그렇고 우산을 포기하기도 애매한 그런 날씨다. 비록 머리카락은 비바람에 헝클어지고 옷은 조금 젖겠지만 차라리 우산 없이 가는 쪽을 택하는 사람들이 자유로워 보인다.      


살다 보면 마음이 몹시 소란스러울 때가 있다. 정신없이 불어대는 비바람처럼 이렇다 할 또렷한 이유도 없이 격정에 사로잡힌 날. 그럴 때 오늘 같은 날씨를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 봄에서 여름으로 순항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날씨도 이토록 거친 비바람에 몸살을 앓을 때가 있거늘 가끔 사람의 마음이 소란스러운 것이야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될 것이다.   

  

이렇게 비바람이 불어대다가도 언제 그런 적이 있기나 했는지 기억조차 없는 듯이 밝고 맑은 하늘을 드러내 보이고 따스한 햇볕과 잔잔히 흐르는 바람에 어제의 습기를 말릴 수 있는 뽀송뽀송한 날씨가 찾아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의 소란스러운 마음도 곧 평온을 되찾게 될 거라는 것을 기억하자. 그러면 마음에 일렁이는 조급함이 다소 가라앉고 별일 아닌 듯 그저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가볍게 지나칠 수 있게 될 것이다.           



2022.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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