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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rea May 09. 2022

내가 추앙하는 구독자님들께

친애하는 구독자님들께


요즘 저는 글 쓰는 일에 시간을 많이 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브런치에 올릴 글이 아니라 작가의 서랍에 저장해두었던 글을 올리기도 합니다. 지금 그 글들을 발행하기엔 시기적으로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어 다음에 기회가 되면 올릴 마음도 있습니다. 


저는 올해 들어 오랫동안 해오던 일을 그만두고 공부하면서 소설 쓰기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취미로 썼던 글을 지금은 절실한 마음으로 쓰고 있는 중이지요. 그래서 지금 글을 쓰는 제 가슴은 예전보다 훨씬 더 뜨겁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일을 안 하고 있으니 여유롭게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렇게 여유롭지 못합니다. 한마디로 제 하루는 일할 때보다 훨씬 더 빨리 지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아침 8시에 컴퓨터를 켜고 책상에 앉습니다. 하루 중에 글이 가장 잘 써지는 시간대가 오전 8시부터 12시까지 입니다. 그래서 제게는 오전 시간이 매우 소중합니다. 


먼저 쓰고 있는 글을 다시 읽으며 교정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때로는 공모전에 응모할 소설을 퇴고하기도 합니다. 제가 쓴 단편소설이 대개 A4용지 15장에서 20장 사이입니다. 한 편의 단편을 퇴고하다 보면 금세 오전이 지나가버립니다. 오후에도 계속 퇴고를 이어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날 끝장 볼 생각은 안 합니다. 내일 다시 글을 읽으면 또 고칠 부분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며칠을 거쳐 여러 번 퇴고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제가 시를 쓰게 된 것은 치유를 위한 몸부림이었습니다. 그 과정을 꾸준히 이어오다 보니 수필과 소설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 동안 시를 짓지 않았습니다. 그건 제 시가 지나치게 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때 저는 어떻게 하면 글을 있어 보이게 쓸까에 치중했던 것 같습니다. 동인 활동을 하면서 시인들이 올린 시에 대해 비평이나 합평을 하던 적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아닌 척했지만 속으로는 고상하게 보이기 위해 어려운 말을 써야 할 것 같고 유식한 척하고 멋있는 척을 하려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쓴 시에 대해 다른 시인들이 쓴 합평을 읽어 보면 가슴이 조이고 뜨끔해질 때가 많았습니다. 합평에서 제 시가 너무 어렵다는 뉘앙스를 읽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 스스로도 어려운 시였습니다. 하지만 시를 계속 쓰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미 완고해진 스타일이 쉽게 바뀔 리 만무했습니다. 그때 여행이 주는 이로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집에서는 너무도 지루한 일상이 매일매일 반복된다고 생각되지만 집을 떠나 다른 곳에 있다 보면 집이 얼마나 나에게 큰 의미를 주는지 깨닫게 됩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당분간 시를 쓰지 않기로 마음먹었지요. 그러면서 제게 잔뜩 들어간 힘을 빼고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치유를 위한 자전적 소설까지 쓰게 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치유의 글쓰기를 통해 저는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 정점이 자전적 소설이었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소설 작품 공모전에 응모할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올해에 들어 소설 쓰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4월에는 단편소설 공모전에도 응모했습니다. 일단 응모할 작품이 하나하나 쌓이고 있다는 점에서 저는 부자가 되어가고 있는 기분입니다.  


-저는 드라마를 보지는 않습니다. 올해에 들어 넷플릭스도 끊었습니다. 독서와 글쓰기에 보다 많은 시간을 들이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누나가 저에게 요즘  '추앙'이라는 단어가 돋보이는 인기 드라마에 대해 소개해 주었습니다. 누나는 늘 제가 글 쓰는 것을 응원해주고 있습니다. 그런 누나가 '나의 해방일지'라는 드라마에서 등장인물의 내레이션이 마음에 와닿더라는 말과 함께 그 부분을 보면 글 쓰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한 번 시청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드라마를 한 번 봤습니다. 여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에게 자신은 지금껏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었다고 말하면서 자신을 추앙해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자신을 채워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멋진 대사였습니다.- 


여하튼 제가 쓴 소설이 늘어나다 보니 제 안이 가득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드라마의 대사를 빌리자면 '내가 나 자신을 추앙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제가 언제부터 소설의 매력에 빠졌는지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저는 소설의 소재를 어디서 얻고 있을까요. 지난해에 쓴 소설 두 편은 반이상이 제가 경험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다음엔 무얼 가지고 글을 썼을까요. 그것은 간접 경험입니다. 간접경험을 하기에 좋은 곳이 바로 브런치입니다. 올해에 들어서 저는 보통 밤 10시부터 12시까지 브런치에 올라온 글을 읽습니다. 시도 읽고 수필도 읽고 소설도 읽습니다. 제가 글을 쓰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인간애입니다. 인간애란 말을 이렇게 표현하기도 하도 저렇게 돌려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을 읽다 보면 제 생각과 관통하는 지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사람은 그래서 작은 우주라고 하는구나, 란 생각도 하게 됩니다. 사연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의 중요성에 대해 여러 번 쓰기도 했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입니다. 


브런치에 올라온 글을 읽다 보면 밝은 글도 있고 슬픈 글도 있습니다. 비록 보이지는 않지만 제 나름의 방식대로 공감하며 글을 읽습니다. 안타까운 일이 있는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서 화살기도를 하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글의 소재를 얻기도 합니다. 실제로 얼마 전에 퇴고한 단편은 어느 작가님의 글을 읽다가 곧장 쓰기 시작해서 완성한 글이었습니다. 그래서 브런치는 저에게는 놀이터란 말이 딱 들어맞는 말이 되었습니다.  


-브런치를 구독하면서 있었던 안타까운 일이 생각납니다. 지금껏 제가 구독하는 브런치 중에서 구독을 취소한 적이 딱 한 번 있었습니다. 작년이었는데 그 작가님은 새벽 독서, 일명 미러클 모닝을 실천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 작가님이 발행한 글에는 새벽에 몇 시에 일어나서 독서하고 책 읽었다는 것뿐이었습니다. 서너 개의 단문이 한 달 이상 계속 발행되었습니다. 토씨까지 같은 글이었습니다. 읽을 준비를 하고 페이지를 열었는데 그때마다 느끼는 실망감이 커져서 나중에는 모욕당한 느낌이 들기까지 했습니다. 결국 저는 그 작가님의 브런치 구독을 취소하고 말았지요. 물론 제가 성숙하지 못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구독자가 수천 명인 작가님에 대한 저 나름의 항의였다고 생각하고 구독 취소를 돌이키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 작가님에게는 구독자 한 명 들고 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작가님 입장에서는 그 당시 그렇게 하는 것이 최선이었고 도전이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그 작가님이 반드시 잘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


그리고 최근에는 단편소설만 응모하는 것이 아니라 단편소설들을 모아서 소설집 형태로도 응모했습니다. 이러한 일이 나 자신을 스스로 추앙하는 방식입니다. 이 글은 이전부터 쓰려고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 생각을 글로 옮기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누나의 권유로 '나의 해방일지'라는 드라마를 보고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오늘 썼던 글의 스토리 전개를 메모지에 옮겨 적은 다음 컴퓨터를 끄려는 순간 문득 드라마의 대사가 생각나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 말하려는 것은 제가 요즘에 소설을 쓰고 있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먼저 우리 스스로를 추앙하자는 말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제 브런치에서는 여러분이 주연입니다. 물론 저는 당신을 충분히 빛나게 할 조연이 되겠습니다. 그러니 각자 나름의 방식대로 스스로를 끊임없이 추앙함으로써 밥 안 먹어도 마음이 든든하고 충만한 하루하루를 살아가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나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기로 해요.  

오늘도 건강하고 행복으로 충만한 하루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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