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휴가 때면 여지없이 이 광고 카피가 생각난다.
그렇다. 열심히 일한 당신은 충전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휴가의 다른 말은 충전이다. 며칠간 일을 벗어나 충전하게 되면 사고는 유연해지고 몸은 활력을 되찾게 된다. 여름휴가는 열심히 일한 당신에게 일 년을 버틸 힘이 생기게 할 것이다. 그러니 그대 망설이지 말고 떠나라.
7월 말, 8월 초는 여름휴가의 피크다. 가장 더운 시기이기도 해서 바캉스를 떠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선호하는 기간이다.
그래. 떠나야지. 여름휴가!
하지만 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그렇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COVID-19) 팬데믹으로 인해 적자 상태로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자발적 휴가가 아닌,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기에 어쩔 수 없이 전혀 휴가 같지도 않은 휴가를 보내고 있다. 유행이 잠잠해질 기미가 아직은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휴가랍시고 쉬고는 있지만, 마음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여태껏 이런 휴가는 처음이다. 팬데믹 상황이 2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나 스스로가 대단하게 생각될 정도다. 백신만 접종하면 끝날 것 같았는데 변이 바이러스가 생겨나면서 상황이 안 좋은 쪽으로 변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내년에도 올해와 별반 다름없을 것 같은 암울한 생각이 든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내년에는 국산 백신이 상용화될 것 같아서 미국 같은 선진국에 100퍼센트 의존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날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금의 좋지 않은 상황에 대해 더 이상 코로나 핑계를 대지 않기로 했다. 팬데믹 상황을 내가 일으킨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핑계만 대고 있을 수는 없다. 지금 내가 처한 문제는 내가 책임져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나태하지 않도록 하자.
기록은 나를 나로 살게 해주는 무기가 된다. 그래서 일기장에 하루 일과를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순간순간 나의 감정도 기록하고 있다. 생각이나 느낌 등의 감정을 기록함으로써 부정으로 치우칠 수 있는 감정을 바로잡아 행동까지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 훗날 이 기록을 통해 지금의 나를 되돌아볼 날이 있을 것이다. 그때 나 자신에게 당당해지기 위해 오늘 최선을 다하련다.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규칙적인 운동은 몸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맨땅에 헤딩하고 있는 느낌이다. 만약 내 선택이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면 어떻게 되는 걸까. 내년에도 이런 상황이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불안과 걱정이 밀려오면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근처에 있는 운동장으로 가서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를 때까지 달린다. 불안과 걱정을 떨쳐 버리기엔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 한참을 달리고 나면, 호흡은 거칠어지고, 심장은 터질 것처럼 막 뛴다, 얼굴은 열기로 달아오르고 두 다리는 서 있기 힘들 정도로 후들거린다. 땀이 비 오듯이 흐르고 후들거리는 다리로 겨우 집에 돌아와 찬물로 샤워를 하면 내가 왜 달렸는지까지도 잊어버린 상태가 된다. 몸은 녹초가 되었지만, 마음은 오히려 맑아지고 평온한 상태가 된다. 오히려 고맙다. 내가 이렇게까지 달릴 수 있어서. 숨이 턱 밑까지 찰 정도로 뛰어본 적이 언제였던가.
독서는 나를 성장하게 한다. 시간이 남아도 독서를 하고 시간이 없어도 독서를 한다. 팬데믹 상황에서 가장 잘한 일이 책을 많이 읽는 일이다. 독서에 몰입하지 않았다면 불안과 걱정 같은 오만가지 생각들이 나의 하루하루를 망치고 말았을 것이다. 독서는 내가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독서를 통해 배우는 것도 많고 무엇보다도 나만의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내가 휴가 기간에 한 일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찐 옥수수 먹으면서 바다 구경하기, 쭈쭈바 빨며 바닷가 산책하기, 도서관 열람실에서 책 읽기, 오이냉국 담그기, 콩나물 냉국 담그기, 미역 냉국 담그기, 시원한 물에 미숫가루 타서 꿀 넣고 얼음 동동 띄워 텀블러에 넣고 다니며 마시기, 하루 한 끼 단식하기, 아침 일찍 일어나 산책하기, 운동하며 땀 내기(마음의 근육뿐만 아니라 실제 근육도 중요함), 바닷가 벤치에 앉아 물 멍 때리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글쓰기, 평일 미사에 참석하기, 유튜브에 저장해 둔 강좌 시청하기, 가까운 사람들과 전화 통화하기.
이제 열심히 푹 쉰 나는 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