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늦은 오후에는 마침내 시원하게 비가 내렸다. 비는 가는 물보라를 일으키며 사선이 아닌 곧은 수직으로 내렸다. 오늘만은 바람도 비를 방해하지 않기로 했나 보다. 코로나 때문에 계속해서 창문을 열어두고 생활하는 요즘에는 세차게 내리는 비 소리를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다. 차들이 젖은 도로 위를 달리며 내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매년 봄이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벚꽃 길을 운전해서 내려오는 데 벌써부터 나뭇잎들이 물들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장 위쪽에 자리하고 있는 잎들은 붉은 색조를 띄고 있었다. 어느새 우리는 가을 속으로 물들어 가고 있음을 알아차린 날이었다.
우리는 실내 공기가 쾌적하지 않을 때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킨다. 잠시 창문을 열어두는 것만으로도 안 좋은 공기는 나가고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면서 훨씬 쾌적한 실내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일상에서 사람도 이와 같다. 생활하다 보면 공기가 탁해지듯이 사람의 감정도 혼탁해질 수 있다. 이럴 때 사람의 마음도 환기가 필요하다.
무엇이 우리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탁하게 만드는가. 그것은 사람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살아가는 과정에서 으레 생기는 것이다. 하고자 한 데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수도 있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겨날 수도 있다. 때로는 혼자서 너무 많은 생각을 하거나 너무 많은 정보를 단시간에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할 때도 생겨날 수 있다. 그렇다면 마음이 어지러울 때는 환기를 시켜야 하는데 어떻게 환기를 시키는 것이 좋을까. 마음에 창문이 있다면 열기만 하면 되지만, 없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
먼저 자신이 환기가 필요한 상태임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마음이 어지럽거나 머리가 복잡해지거나 좋지 않은 감정 조각들이 떠올라 나댈 때 의도적으로 마음을, 감정을 환기시킬 타임임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이것은 스스로 깨어있어야 알아차릴 수 있다. 달리 말하면 내 감정이 이런 상태일 때는 나는 이렇게 하겠다는 생각을 평상시에 해두는 것이 우선이다. 평상시에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이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감정을 환기시키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환기가 필요한 상황임을 알아차릴 때는 먼저 그 장소를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그 감정이 생겨난 장소에 머무는 것은 그 감정을 계속 붙잡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 감정의 주관적 영역에 머물지 말고 그 감정으로부터 객관성을 띠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감정을 떨쳐낼 수 있다. 옮겨간 장소가 실내가 아니라 바깥공기를 마실 수 있는 곳이라면 더 좋겠다.
그곳에서 잠시 자신의 호흡에 마음을 기울이다 보면 훨씬 마음이 맑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바람이 먹구름을 걷어내면 맑은 하늘이 드러나듯이 점차 좋지 않은 감정도 거치고 맑은 마음이 드러날 것이다. 이때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고 있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할 때 좋지 않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게 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겨나는 탁한 감정도 환기를 통해 감정에 대한 통제력을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잠시 화장실에 가서 찬물에 손을 씻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감정을 환기시키고 훨씬 더 이성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어느 정도 감정이 환기된 상태에서 차분하게 해야 할 말을 정리해보고 해야 할 행동을 계획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다시 그곳에 갔을 때는 상황을 보다 이성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감정 환기시키기>
- 자신의 감정 상태를 알아차리기
- 바깥공기 마시기
- 호흡에 집중하기
- 찬물에 손 씻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