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 생활이 내게 던져준 기쁨과 슬픔을 빚어 꾹꾹 눌러써 내려간 단어들은 나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수많은 문장이 되었다. 지난밤 냉혹한 칼바람에 명멸했던 수평선의 수많은 불빛들은 떠오르는 태양 아래 무기력한 부유물이 되어버리고 견고하지 못한 나의 문장들은 검열의 칼날을 피하지 못하고 한순간에 갈기갈기 찢기고 말았다. 밤새 대지에 내린 서릿발은 이글거리는 태양의 기세에 시들하고 내 감정은 노곤할 뿐이다.
한 해가 끝나는 날 승리의 팡파르를 울려야 옳다. 여전히 생의 한가운데 있음을 축하하며 샴페인을 터뜨려야 옳다. 하지만 겨울은 역시 냉혹한 계절이므로 춤추고 노래하는 축제의 순간에도 눈시울은 뜨겁다.
건조한 목구멍으로 쓰디쓴 눈물을 삼키며 때론 휘청거릴지라도 나는 유쾌하게 삶을 즐기겠노라고 다짐했다.
산다는 것은 신나는 일이므로 언젠가 내 육신이 신께 바쳐지는 번제물이 될지라도 그때까지 나는 기꺼이 생의 축제를 즐기고 노래하고 춤을 추리라.
지난날 가끔 스스로 삶이 진부하다고 투정 부렸던가. 늘 그렇듯이 나에게 이로운 일만 기억함으로 그때의 기억은 없다. 기억나지 않으므로 그저 짐작만 할 뿐인 지난 일로 인해 지금 이 순간 나는 진부함이 비집고 들어갈 한 치의 틈도 없이 스펙터클한 삶을 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쏜살같이 휙 하고 지나가 버리는 기쁨과 느림의 미학을 증명해 보이려는 육중한 슬픔이 쉼 없이 진주해 있는 이 삶을 산다는 것은 역시 신나는 일이라 스스로 주문을 걸어본다.
때로는 삶의 기세에 눌려 한없이 나약하고 무기력한 나를 인식하게 될지라도 내 심장이 펄떡이는 한 호탕한 웃음으로 되돌려 주리라 마음먹었다. 신은 나에게 삶에 대한 수용이냐 거부냐 양자택일만을 허락하였으므로 신의 뜻에 따라 이 삶의 진수를 속속들이 파헤쳐 만끽하리라 마음먹었다.
아, 산다는 것은 참으로 신나는 일이다.
문득 시선이 산에 머문다.
언제 봐도 산의 자태는 곱다.
또한 산은 결코 움츠리는 일이 없다.
산은 참된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본디 자유란 날개가 없는 것.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가려는 것은 참된 자유가 아니라
단지 속박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일 뿐이다.
어딘가로 떠나가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있는 곳에서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 참된 자유다.
산이 지닌 의연함은 견딤의 철학에서 비롯되었으리라.
이파리를 털어내듯 생의 고뇌를 바람에 털어내고
본연의 관능적인 자태로 누워
삶의 진수를 맛보는 산을 보고
자유를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곧이어 내 마음이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과 사기 진작을 도모할 때 바다에 일던 파도의 속삭임은 한없이 부드러웠다.
아, 산다는 것은 참으로 신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