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ll Gates, you quiz? Yes!
2025년 8월 27일에 한국에서 방영된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빌 게이츠(Bill Gates)가 출연했다.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사람.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어 세상에 처음으로 보급한 사람. 세상에서 가장 큰 자선단체를 만들어 수많은 사람을 돕고 있는 사람.
면담 내내 유재석 씨 얼굴에 긴장감이 감도는 모습을 그날 처음 봤다. 긴장감이 아니라면 존경심에서 우러나오는 조심스러움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평상시의 유재석 씨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한 마디, 한 마디 질문에, 아마도 미리 준비해 둔 질문이었겠지만, 조금 더 조심스럽고 사려 깊게 말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세상 누구 앞에서도 자신의 부족함(어리숙함과 전문 지식 부족)을 내놓아도 기죽지 않고 도리어 이를 다른 이와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도구로 만들어 사용할 줄 아는 조세호 씨는 빌 게이츠 앞에서 몇 마디 말을 하지 않았고, 유재석 씨가 묻는 질문에 답하는 빌 게이츠의 말에 집중하여 귀 기울이고 있었다.
30대에 세상에서 가장 부자인 사람으로 부상한 빌 게이츠는 컴퓨터 운영 체제 회사 사장에서 문자 작업 소프트 프로그램 개발 회사로, 다시 인터넷 운영 체제 회사 사장으로 변하는 세상의 물결을 거스르지 않고 그 흐름을 따라 헤엄칠 수 있는 능력을 겸비하여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런 그가 자기 인생이 이렇게 많은 이의 부러움을 살 수 있게 된 이유를 말할 때면 계속해서 외치는 단어가 하나 있었다. 그건 “LUCK”, 행운이었다. 자기가 잘하는 걸 다른 이에게 강요하며 회사를 이끌어 간 적도 있었지만, 그게 그다지 좋지 않다는 걸 깨달은 그는 자기보다 더 잘하는 이에게 과감하게 그 일을 맡겼다. 자기에 관해 잘 알고 있었다. 자기가 잘하는 게 뭔지, 자기가 좋아하는 게 뭔지, 자기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게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다. 또한 자기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아가는 과정과 비례하여 자기가 잘하지 못하는 게 무엇인지를 또한 용기 내어 알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끝없는 시행착오를 통해 그가 알아낸 건 협력과 협업의 중요성이었다. 그래서 성공의 주요 원인이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에 그는 자기를 지금의 위치로 데려와 준 주변 사람들이라고 대답했다.
“I will not die rich” - 전 부자로 죽지는 않을 겁니다. 마이크로소프트 회사에서 은퇴한 후 그가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지를 두고 갈등한 후 내린 결론이었다. 2045년까지 자기 재산의 99%를 자기가 직접 세운 복지 재단의 활동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현재까지 그는 그가 한 말을 행동으로 지키고 있다. 딱 한 번 살다 가는 인생의 일회성과 허망성, 공허성을 진지하고 차분하게 숙고하지 않았다면 결코 이를 수 없는 결정이라고 난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오래 살면서 이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걸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누리며 최대한 죽음을 자신의 숨구멍으로부터 멀리 떨어뜨려 놓기 위해 애쓰는데 몸과 마음을 다하는 게 현시대를 사는 인간인데, 그는 달라도 너무 다른 삶을 택했다.
범상치 않은 사람,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빌 게이츠에게 유재석 씨와 조세호 씨는 인생에 관해, 성공에 관해, 행복에 관해, 삶의 가치에 관해 물었다.
비전. 미래를 꿈꾸고 그 꿈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 몸과 마음, 시간과 돈을 바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기에 전 세계 사람들의 부러워하며 우러러보는 ‘성공’을 손에 쥘 수 있었다고 대답했다.
호기심. 갓난아이에서 지금의 자기를 하나로 꿰는 실 한 가닥이 있다면 그건 호기심이라고 대답했다. 현재 아동 의학의 관점으로 어린 시절 소년이었던 자기를 재단한다면 자폐증 환자였을 거라고 생긋 웃으면서 말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난 다시 한 번 ‘정신병’은 문명병이라는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부처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 외친 말로 전해지는 말. 우리는 모두 마냥 마음이 설레고 뜨거워지는 걸 쫓으며 살 자격이 있다. 설령 세상은 그런 사람을 비정상으로 규정할지라도.
유연성. 유연함은 마냥 흐느적거림과는 다르다. 유연성은 대나무 마디의 빈 공간처럼 꽉 차 있으면서도 비어 있을 수 있는 긴장감과 비슷한 마음 상태이다. 아니다. 유연함을 대표하는 자연물은 역시나 물이다. 하늘에서 산 정상에 떨어진 물 한 방울은 다른 물방울과 만나 개울을 이루고, 개울은 산의 경사면을 따라 흘러내려가며 또 다른 개울을 만나 강을 이루고, 강은 메마른 대지에 숨결을 흙 속에 불어 넣으며 어떻게든 땅의 끝자락까지 흘러가 바다를 이룬다. 그리고. 다시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고 다시 산 정상으로 떨어질 순간을 기다린다. 유연성은 변화를 수긍하고 변화를 내재화하고 변화를 통해 변화하는 능력이다. 늙음,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몸부림이 어느덧 삶의 끝자락을 향해 묵묵히 꾸준하게 걸어가는 빌 게이츠의 얼굴에서는 유연성으로 보였다.
가족과 문제 해결. 지금까지 살아오며 경험했던 셀 수 없이 많았던 문제들과 직면하여 하나씩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던 여정이 행복했다고 말했다. 자신과는 다른 세대에 태어나 자신과는 다른 경험을 하여 자신과는 다른 세계관과 가치관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사는 세 아이로부터 배우는 또 다른 세상이 행복이라고 말했다.
책 세 권. 일 년에 최소한 두 번은 일 주일 혹은 이 주일씩 세상과 철저하게 단절된 채 책을 읽으며 인생과 일, 자기에 관해 사색하는 시간을 가진다는 그가 그를 닮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세 권의 책을 추천했다. 그 세 권은 스티븐 핀커(Steven Pinker)가 쓴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The Better Angels of Our Nature)”, 한스 로슬링(Hans Rosling)의 “팩트풀니스(Factfulness)”와 바츨라프 스밀(Vaclav Smil)의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How the World Really Works)”이다.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