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란 미로에 제법 깊어 들어갔다.
"아빠, 이제 안방으로 들어가세요." 미누가 큰 소리로 외쳤다.
"그래, 그럴게." 주섬주섬 머뭇머뭇 난 안방으로 들어갔다.
몇 분이 흘렀던가? 다시 미누가 소리쳤다.
"아빠! 이제 나오세요. 형, 노래 틀어."
"그래, 그럼, 나 이제 나간다. 생일 축하, 한 번 받아볼까?"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가 흘러나오는 거실은 깜깜했고, 아내는 서둘어 케이크에 놓인 숫자 41 촛불에 불을 붙였다.
"지누야, 그거 말고, 좀 다른 거 틀면 안 돼? 그거 좀 이상하다. 야, 더 신나는 걸로."
"네, 한 번 찾아볼게요." 황급히 아마존 킨들Amazon Kindle을 손에 쥐며 지누가 말했다.
"야, 이거 좋다. 자 이제 됐다. 생일 축하를 시작합시다!" 오른손에 손전화기를 들고 내 마흔한 번째 생일잔치를 동영상으로 기록에 남기며 처가 외쳤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른 후 처가 카메라 렌즈를 내게 돌리며 물었다.
"자, 마흔한 살이 된 소감 한 번 말씀하시죠? 어떤가요?"
"... 글쎄요. 새롭게 시작하고 싶지만, 이제는 어느새 제법 많이 걸어왔다는 생각. 그리고, 잠시 망설였지만, 지금 이 모습 이대로에 만족하고, 그래야만 한다는 다짐. 그렇지만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앞으로도 열심히 걸어갈 거라는 기대와 소망. 뭐, 여러 가지, 이런저런 생각이 뭉쳐져 있습니다."
지누와 미누와 함께 사진을 찍고 식탁에 둘러앉아 이 씨 가족 네 명은 '특별' 주문하여 사온 맛있는 모둠 초밥을 맛나게 먹기 시작했다.
40년. 나도 이제 제법 많이 살았다. 하지만, 나보다 더 산 이들에게 내 나이는 여전히 가능성과 희망으로 눈부시다는 걸 안다. 얼마 전 결혼 후 괌에서 1년 동안 살 때, 알게 된 한 목사님 연락처를 알게 되어 처와 함께 인사드리려고 전화했다. 경기도 한 지방 기감 감리사로 일하는 목사님의 목소리에 잔잔히 배어 있는 유쾌한 웃음은 여전하셨다. 불현듯 물어온 처와 내 나이. 마흔한 살이 된다고 대답했더니, "아, 그래. 그러면, 아직 인생 두 번은 더 살 수 있는 나이잖아!"라고 감탄해 주셨다.
한평생 죽어감과 죽음을 연구하며 삶에 마침표를 찍어야 할 사람의 마음 상태가 유순할 수 있도록 도왔던 엘리자베스 큐블러 라스는 잘 사는 삶을 후회를 줄여가며 사는 삶이라고 말했다. 산다는 게 곧 죽어가는 거란 걸 전제로 삼은 후에 한 말이다. 후회를 하지 않는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후회를 최소화한 삶을 살 수 있을까? 루이스 E. 분은 이런 말을 했다 - "인생에서 가장 슬픈 세 가지는 할 수 있었는데, 해야 했는데, 해야만 했었는데라는 말로 시작하는 후회다." 앞으로 40년을 더 살 수 있을까? 몇 년 전만 해도 60년이면 충분한 인생이라 생각했는데, 바꿨다. 지누랑 미누가 어떤 남자로 어떤 어른이 되는지를 확인하고 싶고, 이 아이들이 어떤 가정을 꾸리는지도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모든 게 불확실한 이때에... 삶의 한가운데에서 길을 잃어버렸던 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i가 생각난다. 나도 길을 잃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지옥, 연옥, 천국을 여행할 때 길잡이가 필요하지는 않다. 지누와 미누, 내 처 이현민이 내 삶의 길잡이다. 난 40대 라 이름 붙여진 이 미로를 뚫고 헤쳐 나가고 말 테다.
아내의 편지
"여보 41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요. 당신과 함께 삶을 꾸린 지 벌써 14년이 됐네요. 그동안 곁에서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나와 아이들을 사랑해줘서 고마워요.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가지고 한 발 한 발 삶을 견고하게 만들어주어서 고마워요. 당신과 살면서 물론 다르기에 싸운 적도 많지만, 이 또한 하나님의 은혜이고 축복인 것을 시간이 흐를수록 많이 느껴요. 내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남편... 앞으로의 발걸음도 함께 걸어가며 같이 울고 웃으며 그리고 사랑하며 살아요. 당신의 존재 그 자체로 하나님께 감사해요. 반짝반짝 빛나는 행복한 삶이 계속되길 기도해요. 진심으로 사랑하고 축복해요.
2021년 1월 9일 아내 현민"
첫째 아들 지누의 편지
"아빠에게, 사랑해요!
아빠, 내가 제일 어렸을 때 생각나는 기억이 뭔지 아세요? 내가 제일 먼저 생각나는 기억은 내가 2-3살쯤 되었을 때예요. 내 작은 다리 밑에 초록색 풀이 있었어요. 앞을 보면 엄마, 아빠랑 공이 있었어요. 그 흰색에 파란색 줄이 그어져 있던 나이키Nike 공이었습니다. 나도 공을 만지고 싶어서 공을 가지려고 했는데요. 아빠가 그때는 나보다 훨씬 더 빨라서 따라잡으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던 게 생각납니다. 아빠, 고맙습니다. 내가 제일 슬플 때, 괴로울 때, 그리고 제일 기쁠 때에 제 옆에 있어줘서 고맙습니다. 전 요즘 하나님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조금 의심스럽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제겐 너무 좋은 가족이 있습니다. 절 돌봐주고 생각해 주는 가족이 있어서 전 너무 고맙습니다. 딱 하나님만 이렇게 좋은 가족을 줄 수 있습니다. 너무 고맙습니다.
아빠, 사랑해요.
이지누 올림"
둘째 아들 미누의 편지
"압아 Happy Birthday! I love you and thank you for caring and playing soccer with us!
Love
Mi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