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madland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기울어져가는 광산업으로 먹고사는 도시에서 살았다. 암에 걸린 남편을 옆에서 간호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보살폈다. 남편은 떠났지만 남편과 함께 사랑하며 살아온 죽어가는 도시 엠파이어 Empire를 떠날 수 없었다. 86년간 운영되어온 광산업 회사가 문을 닫았고 함께 한 곳에서 살던 사람은 뿔뿔이 흩어졌다. 결국 광산업을 위해 세워진 도시는 유령 도시로 변했고, 우편물을 배송할 필요가 없는 텅 빈 도시의 우편번호는 사라졌다. 영화 속 주인공 이름이 펀 Fern(Frances McDonald)인 중년 여인의 삶을 짤막하게 설명했다. 자가용을 개조하여 집으로 만들어 미국 곳곳을 여행하며 닥치는 대로 일을 찾아서 필요한 만큼 벌면서 사는 일명 자동차 거주인 Vandwelling (van + dwelling)으로 살아가는 펀의 삶을 담담하게 그려낸 영화다.
산다는 건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일까? 펀은 자기처럼 자동차 하나에 살기 위해 필요한 모든 요소를 싣고 이곳에서 저곳으로 흔적을 남기지 않고 여행하는 이들을 만났고, 그들이 하는 말에 집중했다. 어느 한 사람 파란만장하지 않은 삶을 살아오지 않은 이가 없었다. 슬픔, 분노, 후회, 좌절, 희망, 기억과 사랑. 철저하게 혼자였지만, 철저하게 혼자였기에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이는 '동지'가 될 수 있었다. 철저하게 외로웠지만, 철저하게 외로웠기 때문에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이며 다가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될 수 있었다. 철저하게 혼자 모든 걸 다 해내야 했지만, 혼자였기에 다른 이의 고통과 슬픔을 외면할 수 없었다. 결국에는 혼자여야 했기에, 결국에는 혼자였기에 다른 이의 삶에 바짝 붙었을 때조차 몇 발자국 떨어져 존중어린 시선으로 한 사람이 삶에 남긴 흔적을 차분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남편과 여행을 떠나며 여생을 보내기로 약속하여 이를 실천에 옮기려는 순간 남편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몇 달 후 남편과 헤어져야 했던 할머니는 어처구니없는 자기 삶을 남의 삶 이야기하듯 능청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언젠가는 모두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자살한 아들을 통해 깨달은 한 중년 남성은 만났다 헤어지는 이에게, 죽음으로 저 세상으로 떠나는 이들에게, 잠깐 스쳐 지나가는 모든 이에게 "저 아래에서 길가다 다시 만나요 I will see you down the road."라고 말했다.
자동차 운전석에서 끝없이 이어진 길 위를 고독과 침묵을 영원한 친구 삼아 달리고 또 달리는 펀을 기다리는 건 언제 시작했는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왜 여기에 있는지를 도무지 알 수 없는 광활하고 웅장한 '자연', 그저 그곳에 그렇게 스스로 있는 존재였다. 문득 살면서 내가 실수한 이들에게, 잘못한 이들에게 미안한 맘이 들었다. 어디선가 어떻게든 다시 이들을 만나고 말 텐데, 그때 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진작 내가 거하는 장소가 유목민이 거하는 곳이었음을 알았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