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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 강물처럼 May 29. 2021

미누의 시 <오 로션>

2020년 3월 15일

2020년 3월 15일 현재 미누는 3학년이다. 이 녀석에게 이런 시적 영감이 있으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학교가 문을 닫았고, 대체 수업을 위해 학교에서 사용하던 크롬북Chrome Book을 집으로 가져왔다. 뜬금없이 자기가 쓴 시라며 엄마에게 보여줬고, 보는 순간 깔깔거리고 웃던 처는 날 불렀다. 녀석이 쓴 시 <Oh, Lotion>을 읽는 내내 내 얼굴에도 웃음꽃이 만발했다. 화장품을 얼굴에 바르는 걸 이렇게도 싫어하는 줄은 몰랐다. 화장품을 바르지 않고 밖으로 달려 나가는 녀석을 잡아 바닥으로 내치고 누르기로 가슴과 팔을 바닥에 고정시킨 후 손바닥에 로션을 한 웅큼 떨어뜨린 후 녀석 얼굴에 잔뜩 묻였더니 서럽게 엉엉 울며 밖으로 힘없이 걸어나가던 녀석이 한순간 눈앞에 다시 찾아왔다. 역시나 함께 있는 것만으로 사람을 즐겁게 하는 묘한 매력이 넘치는 놈이다. 아빠랑은 다르게. 자, 이제 미누의 시를 감상해보자.



Oh Lotion, Oh Lotion, 
I hate the feeling of you.


Oh Lotion, Oh Lotion,
Even though you make my skin soft,
Just like cream.


Oh Lotion, Oh Lotion,
My mom forces you on my face.


Oh Lotion, Oh Lotion,
You protect me from the sun,
But I won’t change my mind.


Oh Lotion,
Because you're still a huge tub of annoying cream.


Oh Lotion, Oh Lotion,
You're still annoying.


I won’t change my mind,
But I need you on my 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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