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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 강물처럼 Jan 10. 2022

2022년 검은 호랑이해가 시작했다.

어김없이 우리는 다시 또 새해의 다짐을 작성했다.

용맹과 기개를 상징하는 동물 호랑이, 그중에서 검은 호랑이가 이끄는 2022년 새해가 시작했다. 옛날에 어머니는 자꾸 우는 아이의 울음을 멈추게 하기 위해 자꾸 울면 호랑이가 와서 잡아간다고 겁을 줬단다. 그만큼 호랑이가 한국 강산 곳곳에 가득했음을 살며시 증명하는 일상의 한 단면이 아닐까? 이제 그런 호랑이를 한반도에서 만나보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일제 식민기에 한국 주둔 군인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한국 호랑이를 잡아 가죽을 벗겨내 일본으로 가져가기 시작했고, 해방 5년 만에 한반도 전역을 초토화로 만든 한국전쟁은 첩첩산중으로 살기 위해 도망친 호랑이조차 전멸시켰다. 산을 지키는 신령이었던 호랑이를 대신하는 동물 혹은 사물은 이제 한국인의 의식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용맹과 기개의 대명사였던 호랑이를 익살스러운 동물로까지 승화시켜 바라봤던 한국인에게 호랑이는 이제 몇 세대 후면 박제가 된 신화 속 동물로 변할 거라 보여진다. 검은 호랑이가 무엇인지를 모르는 두 아들 지누와 미누. 왜 한국인은 새로운 해가 시작할 때면 어김없이 새로운 동물을 앞에 두고 그 동물에 투사한 우리의 욕망과 희망을 푯대 삼아 새해 새 달력의 첫 장을 넘기는지를 설명하지는 않았다. 새해를 맞이하는 새로운 마음과 새로운 다짐의 필요성을 이제 두 녀석이 잘 알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새해가 시작하기 일주일 전부터, 내가 말하지 않았지만, 두 녀석은 새로운 마음과 새로운 다짐에 관해 서로 말하기 시작했다. 삶을 의례화하고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법을 어느새 몸속에 새겨 넣었다. 기쁘다. 


우리 가족 새김말은 작년과 동일하다. 천천히, 차분하고, 꾸준하게.


2022년 검은 호랑이해 우리 가족 새해의 다짐은 아래와 같다.


이미누

한 번에 축구공을 양 발등으로 떨어뜨리지 않고 1,000번 이상 차올리기

뉴저지 매디슨 방문

뉴저지 매디슨에 사는 친구 만나기

뉴저지 매디슨에 있는 일식집 타쿠마Takuma에서 점심 먹기

뉴저지에 있는 맛있는 고깃집에서 고기 구워 먹기

축구 실력 전체적으로 더 키우기

하와이에서 재밌는 시간 보내기


이지누

한 번에 축구공을 양 발등으로 떨어뜨리지 않고 10,000번 이상 차올리기

위스콘신 매디슨 근방에 있는 전문 유소년 축구단 입단하기

학교 성적 4.0 이상 꾸준하게 유지하기


이현민

미국연합감리교회 위스콘신 연회에서 준회원 인준받기

영어공부 꾸준하기 하기

꾸준하게 운동해서 몸무게 10파운드 빼기


이광유

종교 경험과 트라우마 한글판 출간

정신분석 훈련 갈무리

논문 두 편 출판

일본어 배우기

오카리나 배우기

영어 책 번역 작업 꾸준하게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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