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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길 colour Jul 02. 2020

Description_진정한 장소[아니 에르노]

2020.06.29.달날









그녀를 만났다.

글과 섞이며 현실과 마주하는 힘을 키우고 싶다는

욕망을 느꼈다.







" 쓰는 여자가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라는

내림 비치의 문장이 자꾸 거슬렸다.

누구도 아닌 나를 향한 거슬림이었다.







"집이 더 이상 당신의 것이 아니어서

더는 들어갈 수 없게 되어야

그것이 어떠한 의미인지를 알게 되죠."

작가는 말한다.

기억과 경험, 사랑을 잃고 이를 되돌리려 하지만

골격밖에 남지 않은 상태의 특별한 절망에 대하여,,,







동일한 자극이더라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

나는 시각적 자극에 예민한 편이라,

글과 그림을 통해 기록한다.

글을 써나갈 때에도 고집하는 서체가 있고,

그림을 그릴 때 몰입의 안정과 편안함을 느낀다.

기록해야 기억하고, 기억해야 행동한다.





글은 내 앞에 있다.

항상 앞에 있다.

'씀'을 멈추지 않기 위해,

지금의 나에게 오롯이 집중한다.

그럼으로써, 나에게 영향을 주는 모든 자극 가운데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여성으로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글을 쓰지만,

성에 따라 경험하는 역사가 다르기 때문에

여성의 글은 남성의 글과 다르다.

판단이 개입된 생각을 적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적고,

경험에서 오는 감정을 써 나가야 한다.






과거의 경험은 글의 가장 강력한 소재이다.

투명하지만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강바닥에서 돌을 꺼내는 것처럼

기억의 흐름 속에서 의미 있는 일을 꺼내어

서술해야 한다.

서술은 <단조롭게> 이어간다.






글을 쓰는 것은 시선의 흔적을 남기는 것과 같다고 한다.

시선의 흐름은 과거에서 현재, 현재에서 미래로 이어진다.

흐름의 맥락 안에 변화하는 내가 있다.

글은 '나'라는 주제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글을 쓰는 것은 위험을 내포한다.

가장 솔직한 순간을 적어나가기 때문이다.

작가는 위험을 무릅쓰고 글을 선택하게 된 순간을

사랑에 빗대었다.

머리로 판단하지 않고, 명백한 감정을 믿는다.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의심하지만,

명백한 감정을 향해 나아가는 자신을

이성적인 머리가 말릴 재간은 없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의식의 상태이다.

"이전처럼 생각할 수 없게 만드는 특별한 상태"란

스스로를 바라보고 알아차림으로써

나는 이미 예전의 내가 아닌 상태이다.

의식의 흐름을 알아차린 나는 들뜨지 않고

스스로의 경험을 들여다볼 수 있다.





어디서 왔는지 모를 끝도 없는 불안함으로

과각성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소외되는 느낌, 혼자만 애쓰는 듯한 착각, 왠지 묵직한 어깨와 몸, 비난의 시선, 퉁명스러운 대답 등

예전의 나와 다른 모습으로 세상에 반응했다.

이렇게 무기력해진 순간,

더듬거리며 붓을 들고 글을 썼다.
내 삶을 배반하지 않는

나만의 비물질적인 장소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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