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재주청년을 만났다. 그리 특별한 것 없는 평범한 제주의 청년이었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대범한 어른을 만났다. 제주의 자연이 주는 ‘영감’은 자기만의 것이 아니라며 보다 많은 청년이 자신만의 눈을 새롭게 열어가길 바란다는 그와 마주했다. 2018년의 어느 멋진 날, 많은 청년들이 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고, 눈을 부릅뜨며, 이야기를 경청했다. 1시간 동안 오고갔던 그들의 스토리와 의미 있는 여정을 당신이 함께했으면 하는 마음을 짧게나마 전해본다.
[KNOCK_이경아] 문화올림픽 강원도 총감독 김태욱
Q. 제주에서 ‘영감’이란 단어를 생각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나요?
A. 곳곳이 다 의미가 있지요. 제주의 모든 것들은 저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줍니다.
가끔 얼굴을 내비치는 한라산, 저한테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 바다, 오름은 매번 다른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제 어머니와 가족의 삶의 터전으로서 제주가 저에게는 영감의 기회가 되었던 것 같아요.
지금 이야기하는 순간도 언젠가는 저에게 영감의 기회로 남게 되겠죠.
[KNOCK_이경아] 또 다른 청년 김태욱이 그의 강의를 열심히 청강하고 있다
Q. 감독님의 청년시절은?
A. 조용하고 내성적이었어요. 상상하면서 즐겼던 그 당시 찰나의 기억들이 잊혀지지 않아요.
엊그제도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났는데 많은 것들이 떠오르더군요.
작고 사소하지만 의미있었던 에피소드를 상세히 기억하는 저를 보며, 친구들이 오히려 놀랐죠.
Q. 해양토목공학과를 졸업하셨어요?!
문화예술감독으로 업을 바꾸게 된 결정적 삶의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A. 음악을 감상하는 동아리 활동을 하며 상상하는 버릇이 습관이 되었어요.
그러다가 남들은 취업준비하기 바쁠 때 제주대학교 학교축제인 대동제를 준비했어요.
축제의 전반적인 운영과 사회를 진행하며, 그동안 보지 못했던 다양한 풍경을 보게 되었지요.
그날 비가 엄청나게 많이 내렸음에도 저희가 준비한 행사들을 신나게 즐기고 열광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감동이 컸어요.
이것도 하나의 업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2001년 1월 3일 어머니가 주신 단돈 30만원을 가지고 서울로 올라갔어요.
[KNOCK_이경아] 또 다른 청년 김태욱이 그의 강의를 열심히 청강하고 있다
Q. 인생반전이 있는 삶을 살아오셨네요.
평창 문화올림픽 역시 준비기간이 2달밖에 되지 않았어요.
아쉬운 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지게 행사를 치뤄낼 수 있었던 저력이
어디에서 나온 것이지 말씀해 주세요.
A. 이번 문화올림픽에서 펼쳐진 테마공연 ‘천년향’을 이야기 하시는거죠?
2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에 만들어졌는데,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우선 관객의 입장이 되어보려 했어요.
‘제가 승부수를 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관객들은 무엇을 좋아할까?’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어요.
작품성 역시 갖추어야 하겠지만 어떻게 하면 재미와 의외성을 제대로 전할 수 있을지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어요.
그러한 고민이 쉽지 않아 그 당시에 공연제작 하는 분들에게 자문을 받으려 했지요. 다들 만류하셨구요.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다르게 이야기 하세요. 제가 공연예술만 하는 사람이었다면 ‘천년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지 못했을 거라 이야기들 하세요.
제가 전혀 다른 필드에서 기획과 이벤트를 했기 때문에 도전과 성공이 가능했다고 입을 모아 말씀하세요.
Q. 관객들이 참여하는 공연을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으세요?
A. 관객을 통해 얻어요. 제가 뮤지컬을 보러 가면 재미없는 공연도 꽤나 많아요. 무용공연을 보러 가면 어렵구요.
‘난 재미가 없고 어려운데 관객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며, 조금 더 공감하고 쉽게 관객과 호흡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찾아내게 되요.
Q. 관객의 시각과 입장을 우선적으로 생각하시는군요?
A. 네. 저는 어려운 예술하는 사람이 아니예요.
어렵고 깊은 의미를 전달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제가 해야 할 역할은 따로 있다고 봐요. 조금 더 직관적인 감정을 전달하는 거죠.
관객의 입장에서 거창한 의미를 다루기 전에 슬픔과 기쁨을 온몸으로 느끼고 자연스럽게 알아차리도록 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Q.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평창 문화올림픽이라는 축제가 끝나고, 성취감도 있었겠지만
모든 것을 소진하고 난 후의 허탈감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러한 것들 것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A. 허무함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즐겨야죠. 어느 노래에서처럼 연극이 끝나고 난 뒤 밀려오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껴보는 거죠.
과연 누가 이처럼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라는 긍정적 관점을 유지하며 마음을 다스려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Q. 문화기획자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요?
A. 강연중에도 말씀드렸지만 무엇보다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겠죠.
그러한 것들을 나만의 방법으로 키우기 위해 영화,음악, 연극 등 다양한 방법의 매체를 두루두루 접하며 끊임없이 키워 나가는 것이 중요할 거라 생각해요.
Q. 앞으로의 계획과 고향인 제주에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A.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저만의 공연을 만들어 보는 것이예요.
보통 공연은 아티스트를 보며 선택하게 되는데, 기획자인 제 이름을 보고 선택하게 되는 무대를 올려 보려구요.
시행착오를 겪으며 만든 다양한 컨텐츠를 강원도만이 아닌 제주에서도 펼쳐볼 계획도 가지고 있구요.
Q. 청년예술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A. 청년들이 행복한 꿈을 꾸었으면 해요. 누군가에게 행복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먼저 행복해져야 하니까요.
행복한 꿈이 우리 청년예술가들에게 자기만의 눈을 새롭게 여는 방법에 대하여 안내할 것이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