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wing_귀찮음

2019.10.18.쇠날

by 이길 colour





그리 곧지만 않았던 삶의 원칙을

마음에 새겨놓고 살았다.


남의 눈치 보느라 항상 솔직하지 못했으나

정직하기 위해 노력했고,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는 삶의 기준을

판단의 중심에 세워놓고 행동하려 했다.


아빠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기민하지 못한 말이

타인의 심장에 비수처럼 꽂힐까 두려워

한동안 말을 아끼는 것이 습관이 되었고,


그래서,

남들이 보기에 답답한 사람,

물과 기름처럼 겉돌아 섞이지 않는 사람,

조금은 차가워 보이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꽤나 들었다.


이런 모습과 저울을 재듯 동일한 무게로

가끔,

술이 한 잔 들어가면

빗장이 풀린듯 눈물을 한 바가지 쏟아내

주위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기도 했다.

다음날 퉁퉁 부은 눈으로 허공을 멀뚱히 응시하며,

나를 울게 만든 건 내 무의식속의 어떤 요소였을까라는

남루한 자기분석을 늘어놓음으로

전날의 기억을 흐트려 뜨렸다.


평온해 불안했다.

크고 작은 일들이 끊이지 않았던

내 삶의 평온이 언제 깨질지 몰라 불안했다.


잔뜩 날이 선 감정의 잣대를

내려놓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음을 깨닫는 날이었다.


그런 나에게

뻔히 아는 원리원칙을 이야기하거나

요즘 들어 야위어 보인다는 등,

걱정스럽지 않으며

걱정하는 입발린말을 늘어놓는 이들의

인사는 너무나 따분하다.


힘내기 싫은데 애써 힘내야하고,

그냥 좀 숨고 싶은데 밝아 보여야하는 따위의 행동은

자주 하니까!

그저 조금 쉬고 싶다.


참,,, 귀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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