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wing_치유의 숲에서 깨어남_경험편

2019.12.23.달날

by 이길 colour







[겨울숲 산림치유 '숲에서 깨어남' 중]




가벼운 눈 맞춤으로 시작을 연다.

발을 흔들어 인사를!

무릎을 흔들어 인사를!

엉덩이를 흔들어 인사를!

어깨를 흔들어 인사를!

나눈다.


긴장했던 몸이 한결 가벼워지며,

자연스레 방 안을 둘러보게 된다.

나와 비슷한 중년 이상이 8명이다.

사십 평생 이상을 살며

각자의 사연이야 헤아릴 수 없이 많겠지만,

지금-여기의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건조해진 몸과 마음을 일깨울 삶의 자극이다.


예전 같지 않은 감수성과

억압과 방어로 둔해져 버린 감정의 돌기

퇴화되는 근육을 어찌하지 못하고

어제와 다른 나를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자 하는 본능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솔직해야 한다.

수치심을 물려야 한다.

타인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아야 한다.

삶의 경험이 많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아량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므로

오늘만큼은 어제와 조금 다른 내가 되어볼 수 있겠다는 기대를 품는다.


난 춤출 수 있다.

아니 적어도,

내가 원하는 신체부위를

자유롭게 움직이고 단련할 수 있다.

하루하루 소실되는 근육의 노화를 늦추고,

나의 몸에서 발산되는 에너지와 열기를

느낄 수 있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겨울숲 산림치유 '숲에서 깨어남' 중]



Circle dance로 마음의 문을 연다.

4박자의 일관된 리듬과 서로를 향한 충성스러운 동작은

최고의 몸치인 나도 쉽게 배우고 나눌 수 있다.

地水火風의 자연이치를 몸으로 표현한다.

이어 손을 따라 시선을 나누는 동작이 이어진다.


몸풀기를 마치고

준비해 둔 생강차와 초콜릿, 귤로 가볍게 몸을 채운다.

투명한 창을 통해 투영된 붉은 동백꽃이

오늘따라 더욱 선명하게 와 닿는다.

붉은 심장이 더욱 활기차게 뛰며 요동친다.


길다고 느껴졌던 3시간이 벌써 반 이상 지났다.

몸을 고르고 마음을 한결같이 다듬으며,

리더십 감각을 키운다.

상대편의 손을 잡고 눈을 지그시 감은 뒤,

공간을 구석구석 훑으며 안내한다.

발의 감각을 세워 편백의 향을 온몸으로 끌어올린다.


연이어 가상의 긴 꼬리를 몸에서 끌어올린다.

고양이 꼬리, 돼지 꼬리, 강아지 꼬리, 소 꼬리, 말 꼬리 등등

꼬리에 단단히 힘을 주고 몸을 움직이니

한결 자유로운 동작이 펼쳐진다.

내가 꼬리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내 몸 어딘가에서 돋아난 꼬리가 내 몸을 자유롭게 잡아흔든다.

생경하지만 경이롭고 즐거운 경험이다.


자유로움과 함께 반대에 놓여있는

정적 상태의 몸을 만끽한다.

상대편과 몸이 닿지 않면서도,

엮일 수 있는 몸짓을 펼쳐보인다.

최대한의 스트레칭과 숨을 고르며 멈추는 사이

우리 자체가 예술작품이 되어 있다.


춤이되 춤이 아닌 춤,

중년이되 중년이 아닌 중년,

우리이되 완벽한 혼자,

이속에서 맺어진 연결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이러한 경험을 몸과 마음에 깊게 새긴다.


춤이란 것이 별게 아니다.

평온한 가운데 명료하고,

완벽한 혼자임에도 연결되어 있어,

세상을 향한 호기심이 발현되는 상태의 몸짓이다.


그저 그것이다.

춤을 추되,

내가 춤을 추고 있다고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바로

춤이다.




[겨울숲 산림치유 '숲에서 깨어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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