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wing_토박이가 찾는 제주의 카페_엔트러사이트

2020.01.05.달날

by 이길 colour




[Drawing_엔트러사이트 카페 라떼]









주말에 쉼이 있었던 건 참으로 오랜만이다.

오로지 나를 위해,

먹고 마시며 즐겼다.

반쯤 마음을 풀어제끼고

책을 읽었으며,

잠에 잠을 더해 잤다.

미뤄두었던 드라마와 만화를 띄엄띄엄 보고,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무엇을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였다.

마치 패키지여행을 가는 것처럼

때되면 먹고, 마시고, 바라보며 계획된 일정에 몸을 맡겼다.


[Drawing_엔트러사이트 카페_입구]


그렇게 한참을 늘어진 채로 즐기며,

슬슬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한 채비를 했다.

역시나 느긋하게 차를 한 잔 하겠다는 야심으로 길을 나섰다.

그렇게 나선 낯선 길에,

그리 가깝지 않은 곳에,

꽤나 마음에 드는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Drawing_엔트러사이트 카페]


버려진 염색공장에 들어선 엔트러사이트 카페는 황량했다.

그 황량함이 참 마음에 들었다.

녹슨 기계와 벽을 타고 굳어진 담쟁이,

때를 만나지 못한 겨울바람이 바깥의 풍경을 즐길 여유를 주었다.


[Drawing_엔트러사이트 카페_실내]


문을 열고 들어서 초록을 마음껏 즐겼다.

고정된 의자가 불편했지만,

그 공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건 적어도 태고적부터 제주를 지켜온 고사리만이 가능한 일이기에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더욱 단순해질 때,

감정과 감각, 이미지, 신념으로 이어지는 삶이 오히려 풍요로워질 것이라는

작지만 확고한 원리를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며

멍하니 앉아 있었다.

창을 비집고 들어오는 초겨울 빛이 따스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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