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wing_무기력감과 무브(Move), 한 끗 차이

2020.03.11.물날

by 이길 colour




[출처: 핀터레스트, 그림: 이길]






며칠 글을 쓰지 않았다.

아니 쓸 수가 없었다.


무언가를 뱉어내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주된 원동력 또는 에너지가 필요한데

내 일상은 그럴만한 힘을 스스로 생산하거나

그에 준하는 무언가를 발견할

능동적 시선이 멈춰진 상태였다.


무기력감 때문이었다.

이유 없는 감정과 그로 인한 태도는

움직임을 뜻하는 무브(Move)와 한 끗 차이인

무기력감 때문이었다.


우울, 불안을 동반하는 무기력감은

'변화는 없다'라는 가정을 전제한다.


어제와 오늘의 내가 다름을 인지적으로 알고 있지만,

이미 몸과 정신은 박제된 상태라 쉽게 손을 쓸 수가 없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나의 경우를 비추어보면,

현재의 자기 역량에 비해 과도한 일로 혼란스러운 경우,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그 어떤 것도 통제할 수 없는 경우,

루틴한 삶에 제대로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는 경우,

관계나 사회적 역할이

갑작스럽게 어긋나거나 오해를 사는 경우에

주로 무기력감을 느낀다.


이로 인해,

관찰과 경험이 더 이상 나에게 호기심과 감응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정신적 피로감과 육체적 한계를 동시에 느낀다.


이처럼 무기력감은

대상과 사물에 대한 무감동,

계획과 실행에 대한 무욕구,

사회적 역할과 관계에 대한 무언어 증상을 보이며

기능의 마비를 초래한다.


이는 존재하던 중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일정한 기간 동안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라

돌이켜본들 경험을 통해 나에게 주어지는 답이 없다.

의미를 부여할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감동의 대상을 찾고,

내가 원하는 것을 알아차리기 위해 일상의 감각에 집중하며,

미약하게나마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 매달려야 한다.


자연의 이치에 따라

겨울잠에서 자연스레 깨어나는 것과 같은 과정이 주어지면 좋으련만,

무기력감의 동굴에서는

더 깊은 잠에 빠질 뿐

바깥의 계절에는 더욱 관심이 없어진다.


스스로 깨어날 수 없다면

주위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러나 막연한 희망의 말이나 격려는 독이 된다.

사람이 아닌 사물, 내가 집중하는 현상, 책 등을 통해

나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다음은 그 이후에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계획하고 실행하면 그만이다.


코로나 19로

다양한 신경증적 증상과 이에 따른 무기력감을

느끼고 계실 분들이 많으리라 여겨진다.


반복적인 무기력을 느끼고 있는 나와 원인은 다르겠지만

터널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막막한 마음이야

크게 다르지 않기에

그 어둠에 혼자가 아니란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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