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wing_뭉치면 소란하다

2020.03.16.달날

by 이길 colour





IMG_20200313_181401_293.jpg [Drawing_소란스러움에 임하기 전, 결기를 다지며]





파란만장한 주말이 지나갔다.


아이들의 폭풍 같은 에너지를 감당할 여력이 되지 않는 나는

주말이면 자식님들을 보필하여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니며,

서로 상생하는 법을 터득하고 있는 중이었다.


동네 놀이터, 동네 서점, 동네 방방,

그리고 인근 도서관과 조금 멀지만 나름 핫한 카페가 주무대였고,

따분해질 때면 딸아이의 반 친구네 집에 나까지 덤으로 얹혀

주말마다 민폐를 끼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 19는 나와 가족의 일상 패턴을 꽤나 많이 바꿔 놓았다.


이미 나로부터 멀찌거니 독립한 아들님은

코로나 19의 감염보다

같이 공을 찰 친구들이 줄어드는 것이 걱정이라

전전긍긍하였고,

껌딱지 같은 딸님은

내 등에 찰싹 달라붙어 화장실까지 따라올 기세를 보였다.


평일에는 친정 엄마의 도움으로

아이들을 돌봄에 보내지 않을 수 있어 한숨 돌렸지만,

에너지를 분출할 수 없는 일상은

아이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중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님은

여동생과 같은 초등학교 저학년이 되어

이전에 보이지 않았던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감정 기복을 선보였고,

새침한 말투가 꽤나 얄미우면서도 매력적이던 딸님은

말끝마다 오빠의 향기가 느껴지는 거센소리를 읊조리며

걸크러쉬한 외계어를 쓰기 시작했다.


이런 묘한 조합 속에서

두 자식님들은 놀라운 속도로 게임과 TV 폐인으로 거듭나는

변형 기술을 선보일 뿐 아니라,

매우 늦게 취침하여 느지막하게 기상함으로써

밤낮을 거꾸로 즐기고 있으며,

할머니가 떡하니 차려준 음식을 씹는 둥 마는 둥하는

호화로운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다.

자식님들의 일상시간은 오후 5시가 되면 조급해진다.

전날 내준 숙제를 내가 오기 전까지 벼락치기하느라

손은 바빠지고 입은 평온해진다.

그나마 친정 엄마에게는 휴식의 시간이 찾아온다.


내가 퇴근하고 돌아가면 집은 다시 시끌벅적 해진다.

나는 미디어 폐인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에

아이들을 들들 볶고,

친정 엄마는 갑자기 늘어난 식구들과

그로 인한 소음, 잡다한 뒤처리 등으로 쌓인

스트레스와 잔소리를 나에게 늘어놓는다.

3대가 모인 작은 싸움터는

월요일을 시작으로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개학하기 전까지 이러한 일상이 유지되어야 할 텐데

나는 과연 어떻게 지혜롭게 이 상황을 돌파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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