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wing_시작하게 하는 힘!

2020.03.24.불날

by 이길 colour







그리는 행위를 존중하게 된 이유는,

그 안에 있을 때

대상과

그 대상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나의 시선 그리고 몸짓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틀에 박힌

감정, 생각, 행위에 대한 2차적 해석 없이

바라보고 행위하는 단순 명료한 세상은

끊임없이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몸과 마음을 어지럽히는 세상의 모든 자극으로부터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


내가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게 만드는 그 세상을 통해서,

삶의 에너지는 채워지고

지금-여기를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그러나 이처럼 길지 않은 시간을

내 삶에 배분하고

쉼과 충전이 유지될 수 있도록

마음을 쓰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언제나 나보다 우선하는 것들이 널려 있고,

그 속에서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일상의 토네이도에 휩쓸려

정작 나는 흔적조차 남지 않는다.


내가 없는 모든 행위는 무의미하지만,

동시에 내가 사라짐으로 인해 얻는 묘한 안도감은

부족한 엄마, 모자란 친구, 느려 터진 동료로서

나의 부족함에 대한

변명거리를 만들어 준다.


돌이켜보건대

이러한 자기 선택적 희생이

나의 삶을 유지했던 한 부분이다.

내가 해줄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솔직히 인정하기보다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는 항변과 동정심으로

타인을 조종하려 했을지 모른다.


온전하고 솔직한 나로서는

타인에게 깊은 공감을 통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을 거라는

열등감이 이러한 행위의 핵심감정이라는

추측을 해본다.


관계는 접점이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누구도 나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았으며,

이를 통해 내가 사랑하는 누구도 상대적 이익을 누리거나

이로 인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스스로를 태워 빛을 내는 양초의 미학도 있겠으나

지금 나에게 필요한 삶은

높은 효율성을 자랑하는 LED 기능이다.

꾸준하고 지속적이며 한결같은 에너지를 위해

자기만의 방법으로 스스로에게 집중해야 할 때이다.

그것이 나에게는 시작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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