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있고 공감 없는 <아무튼, 술>을 읽고
"한 장만 먹으면 막걸리 남잖아요. 한 병엔 두장이지."
난 그만 아주머니에게 반할 뻔 했다. 김치전을 한 장 더 주신 것도 주신 것지만, 이렇게 한 쌍으로 묶이는 두 가지 음식의 소진 속도와 적절한 양적 균형에 까지 생각이 미치는 사람은 매우 소중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술(김혼비 2019 제철소) : 혼술의 장면들> 중에서
출렁과 찰랑을 넘나드는,
결코 넘치지 않는 절묘하고도 예술적인 표현력에 감탄하며 또 반하고 말았다.
주인공 '술'에 대한 호감도과 공감력은 여전히 0(제로).
어딘가에선 '역시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마음이 더욱 굳건해지기까지.
술에는 1(일)도 공감은 물론 이해도 안되면서 어쩌면 이토록 재미질수가 있단말인가. 게다가 묘한 '교훈'이 있단 말이지.
그 시절,
나도 앱솔루트에 좀 혹했다면 인생이 달라졌을까
간이 센 안주에 술을 마셨다면 내 간도 세어졌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봤다는.
주류파와 비주류파가 말하는 '이 책 끝내준다'의 포인트는 같을까, 다를까.
같음은 무엇이고, 다름은 무엇일까.
일단 안톤버그 위스키봉봉을 잔뜩 사서 위스키와 봉봉으로 나눠먹을 수 있는 소중한 주류파를 수배해보기로.
<아무튼, 술>은 나를 술의 세계로 인도하지 못했지만 권여선의 산문집<오늘 뭐먹지?>로 인도한다.
그나저나 이제 <아무튼, 통영> 이라든가 <아무튼, 찻잔>이라든가, <아무튼, 홍차>가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