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가는 게 맞나 싶어요."
비대면 행사를 의뢰한 클라이언트가 보내 온 기획서를 본 에이전시 대표가 몹시 기운 빠져하며 던진 말.
기획서에 담긴 사진 한장이 눈에 들어 온다.
요즘 TV에 자주 등장하는 랜선공연, 랜선응원, 랜선쿡방의 한장면이다.
수백개로 쪼개진 모니터에는 수백명의 얼굴이 등장한다.
무대에서 노래하는 가수를 향해 환호하고
스튜디오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요리를 배운다.
좋다.
대면하지 못하니 이렇게라도 서로 공감하고 나누는 것.
그렇지만 좋지 않다.
"이런 장면을 만들어주세요"라는 클라이언트의 태도는.
누가봐도 수백명의 사람이 모이지 않을 행사고,
이런 방식의 토론은 효과도 의미도 없는 행사다.
그리고 제시한 예산에서 어림도 없는 행사다.
차라리
"우리가 이번에 이런 행사를 하려고 하는데요,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까요?"를 먼저 물었다면 대표는 덜 우울했을거다.
이런 저런 설명을 하면 "그럼 어떡하죠? 월요일까지 실장님께 보고해야 하는데...."라는 답만 돌아온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행사의 본질은 사라지고 보여주기만 남았다.
우리 나라는 기술력이 너무 좋다. 그래서 눈만 높아진다. 생각과 마음이 따라가지 못한다.
"못한다고 하지, 뭘 고민해요?"라는 말에
"담당자가 다른 기관에 있을 때 몇 번 행사를 의뢰했는데 거절했어요. 이번에도 거절하면 회사 이미지가 나빠질 것 같아요..."라는 에이전시 대표도 답답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이래 저래 답답하다 해도 답을 찾는 것이 기획자와 에이전시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