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툴루즈 AMAP 참여농가 <Grand Jardin>방문
AMAP Association pour le maintien d'une agriculture paysanne
농사는 자연이 알아서 짓는다
이번 연수의 첫 방문지였던 AMAP 참여농가 Grand Jardin은 마리와 도미니크 부부가 2000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농장이다. 유기농사를 위해 이곳에 정착한 부부는 3헥타르 규모의 농장에서 자연농을 위주로 농사를 짓고, 겨울에는 비닐하우스에서 채소를 재배한다. 년 간 30여종의 엽채류가 회원들에게 꾸러미로 전달된다.
Grand Jarin의 경우 매출이 년 32,000유로(22.5유로/꾸러미) 수준인데 꾸러미 가격은 생산자인 농민이 년 초에 결정한다. 정착 당시에는 생산한 농산물을 주로 야시장에서 판매했지만 7~8년 전부터 AMAP 활동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년 50주 동안 운영했지만 현재는 36주로 축소되었다. 주요 수익을 AMAP을 통해 얻지만 원한다면 잉여농산물을 야시장에서 팔수도 있다. 이 농가는 판매하지 못한 생산물을 버리거나 낭비하지 않고 한 달에 한 번씩 소비약자를 위해 꾸러미를 만들어 (프랑스식) 푸드뱅크에 기부하고 있다. 부가수익을 위해 1년에 한 번 (5월 8일) 허브와 꽃모종을 판매하기도 한다.
"우리 같이 삽시다" 돈을 생각하면 AMAP을 할 수 없다
도미니크씨가 AMAP에 들어 온 이유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 서로의 약속인 “우리 같이 삽시다” 강력한 연대 때문이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야시장이 수익이 높다. 주변에 큰 도시가 많아 좋은 재료를 찾는 소비자들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회원규모가 한 때는 90명을 넘었고 농장에서는 인턴을 고용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부부가 농사지을 수 있는 만큼만 회원(현재 35명)을 모집하고 운영한다. AMAP 가입조건 중의 하나는 소비자가 비닐하우스 수리, 농산물 수확 등 농장 일에 반드시 참여하는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연대, 소비자의 자연에 대한 이해, 함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것이 AMAP이 지향하는 바다.
“
이 지역의 땅은 강이 가까이 있어 건물을 지을 수 없지만 농사를 짓기에 적합하다.
우리 농장은 유인작업을 하지 않고 필요하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다.
그대로 두면 잘 자라는데 꺾으면 상처가 생기고 병이 생기고 농약을 쓰게 된다. AMAP과 자연농을 고집하는 것은 나의 삶의 철학에 따라 내가 선택한 길이다.
”
• 프랑스의 AMAP 현황
AMAP Association pour le Maintien d'une Agriculture Paysanne은 2001년 설립된 프랑스 공동체지원농업(소농유지협회)으로 농업과 농민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도시 소비자들과의 도-농 연대모델이다. AMAP의 아이디어는 1960년대의 일본의 농약사건 이후 부모들이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농작물을 찾아다니면서 시작된 운동이다. AMAP은 프랑스뿐 아니라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2021년 현재 프랑스 전역에 2,400여개의 AMAP이 존재하며 약 120,000명의 회원과 6,500명의 농부가 참여하고 있다. 가입비는 강제적이지 않지만 5~20유로로 다양하고 년 회비는 해마다 정해진다. 농가들의 연대 활동이 있지는 않다.
소비자는 지역 AMAP 회원으로 가입하며 정해진 기간 동안 회비를 선납하고 농민은 채소, 달걀, 치즈, 고기 등 유기농으로 재배한 농산물을 주기적으로 회원에게 전달하는 구조이다. 특이한 점은 소비자에게 배달이 아니라 소비자가 지정한 장소에 와서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다르게 생산하고 다르게 소비하자’
아맙의 목표는 농민이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로 먹고 사는 것이다. AMAP은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 증가와 현지에서 생산된 신선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소농을 지키고 농업과 식량 시스템에 대해 더 많이 배우고 농장과 지역 사회를 지원할 수 있다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회원이거나 일회성 거래가 안 되고, 소비자가 원하는 농산물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것.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 농산물을 받아야 해서 1인 가구나 도시민들이 모두 소비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단점이다.
세계적 문제인 기후변화는 툴루즈도 예외가 아니어서 4월에도 서리가 내려 냉해 피해가 있다. 해마다 농사방식이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첫 번째 방문지인 만큼 농민소득을 비롯한 정부의 지원, AMAP의 지속가능성, 농장의 수익 모델 등 다양한 질문이 나왔다. 농업인들의 가장 큰 관심 중의 하나인 프랑스의 농민소득에 대한 현황을 들을 수 있었다. 부부의 농민소득은 월 2,400유로로 최저임금 1,400유로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년 간 32,000유로가 농민에게 월급으로 주어지는데 소농의 경우 농민소득 외 다른 지원은 없어 모종을 키우거나 농기구 고치는 것도 각자 알아서 해야 한다. 연수자들 간에 오히려 외형적인 지원의 규모는 우리나라가 크고 다양하다는 이야기가 오갔다.
농업폐기물관리에 대한 질문에 비닐하우스안의 비닐은 옥수수전분으로 만들어 생분해되고 플라스틱은 판매처가 수거해 재활용할 수 있게 한다고 했다. 도미니크씨는 후계농을 위한 특별한 계획을 갖고 있지는 않다.
5살 손자가 나중에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알 수 없다고 했다. 30년 동안 유기농사를 지어 온 땅에 계속 유기농사를 짓겠다고 약속하는 사람이 있다면 파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AMAP은 CSA 뿐 아니라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활발한 농산물 펀딩과 아주 유사한 모델이다. 조직차원의 운영체계를 들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달리 참여 농가를 만나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다. 협회나 협동조합처럼 협의체가 아니기 때문에 생산자들 간의 연대활동이나 조직적인 움직임이 없다는 것도 의외였다. 돌아오는 길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프랑스 농업의 최전방에 있는 농민의 현장감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AMAP에 참여하는 농부들과의 자리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각자 농가의 성격에 맞는 다양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