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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Louise Nov 20. 2016

생활필수품 구입기

집을 구하고 나니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당장 덮고 잘 이불도 없고, 그릇들도 필요했다. 냉장고를 채울 식재료도 급했다.


유럽 이주민들이나 유학생들이 많은 터라 영국은 기초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가성비 좋은 물건들을 파는 점포들이 꽤 많은 편이다. 굳이 이케아를 가지 않더라고 가까운 곳에서 생활필수품들을 구입할 수 있다.


영국에는 아고스(Argos)라는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신개념 유통 전문점이 있다. 백화점 같이 수만 가지의 생활 관련된 제품을 팔지만 매장은 몇 개의 제품만 디스플레이 해 놓을 뿐 아주 심플하다.


아고스 매장에 들어서면 제품을 검색할 수 있는 카탈로그 존, 고른 물건을 계산하는 페이 존, 신청한 상품을 기다리는 웨이팅 존, 상품을 직접 받는 픽업 존이 있다.


우선 두꺼운 카탈로그나 모니터를 보고 원하는 상품을 고르면 종이쪽지에 제품 번호를 적는다. 페이 존으로 가서 제품 가격을 계산한다. 웨이팅 존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모니터에 내 제품이 나오는 상황을 볼 수 있고 번호가 뜨면 픽업 존에 가서 상품을 받는 식이다. 가전제품, 가구, 생활용품, 장난감까지 없는 것이 없다. 두꺼운 카탈로그를 집으로 가져와 전화나 인터넷으로 주문할 수도 있다. 가격도 싼 제품부터 비싼 제품까지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총망라해 가격별, 디자인별로 고르는 재미도 있다.


디스플레이와 인건비에 쓰이는 막대한 비용을 줄이고 최소의 비용을 가지고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콘셉트의 아고스는 영국에서 새로운 유통 혁신을 이룬 것으로 불경기 속에서도 매년 늘어나는 매출로 인해 유통업계에서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고르는 재미와 함께 바로 픽업해 가지고 갈 수 있기 때문에 우리도 거실 스탠드, 주방 제품, 청소기 등 대부분의 필수품을 이곳에서 구매했는데 저렴한 가격대와 괜찮은 품질로 만족도가 클 수밖에 없었다.

아고스 전경
카탈로그 존에서 모니터 또는 카탈로그로 제품을 고른 후 제품 번호를 메모한다.
제품 번호를 입력한 후 직접 계산을 한다.
아고스에서 물건이 기다리는 사람들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구입한 몇 가지 생활필수품을 소개한다.

아고스에서 구입한 브리타 정수기

영국은 한국과 같이 정수기를 집에서 쓰지 않는다. 유학생들의 필수품 중 하나는 브리타 정수기. 영국의 물에 석회질이 많다고 하는데 정작 영국 사람들은 수돗물을 끓여 마신다. 나중에 커피 포트를 보면 하얗게 석회질이 쌓인다. 영국 할머니들 중 유난히 다리가 코끼리 다리처럼 두꺼워 하지정맥류가 있는 분들을 심심치 않게 보이는데 일각에서는 물에 함유된 석회질 때문이라고 보기도 한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영국인들은 평생 수돗물을 마셔도 다리가 멀쩡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는 근거 없는 소리라고 일축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건강에 좋거나 안 좋은 음식들은 과도하게 챙기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탄 음식은 암을 유발한다고 하여 꺼리곤 하는데 영국 사람들은 오히려 탄 음식을 즐긴다. 식빵이나 소시지의 경우도 까맣게 태워 먹는 것을 좋아한다. 영국인 할아버지인 집주인 마틴에게 탄 음식은 암을 유발한다고 일러줬더니 처음 듣는 소리라며 놀랐던 적이 있다.


어쨌든 석회질이 쌓이는 물을 먹기가 꺼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브리타를 사면 필터를 2-3개월에 한 번씩 갈아줘야 하는데 번들로 사면 6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는 필터까지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요즘 젊은 영국인들도 몸을 생각하는지 필터가 들어간 워터 보틀을 많이 들고 다닌다.

Buy Bobble Infuse Water Bottle | Photo, John Lewis


영국은 7월에 잠깐 더울 뿐 8월에도 가을 날씨같이 선선하다. 10월쯤 되면 집에 있어도 옛날 건축물이기 때문에 단열이 안돼 으슬으슬 춥다. 보일러를 틀면 난방비가 비싸지고 집이 무척 건조해지기 때문에 이런 작은 이동식 라디에이터를 구입해 사용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영국은 춥다고 느껴지는 나라인만큼 침구류가 엄청나게 발전돼 있는 나라다. 백화점에 가보면 침구 안에 들어가 있는 소재별로 형태 및 무게별로 다양하게 전시돼 있어 눈을 휘둥그레 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어떤 합섬 솜이 들어가 있는지, 거위 털이 솜털, 깃털 별로 어느 분량만큼 들어가 있는지 종류가 다양하다. 또, 보통 보온성 측정 단위로 일컫는 토그(Tog)에 의해 다양한 두께의 통으로 되어 있는 이불도 많지만, 이곳에는 두 가지 두께의 토그가 결합된 형태가 있는 것이 특이했다. 얇은 이불과 두꺼운 이불을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어 여름에는 얇은 토그의 이불만 쓰다가 겨울에는 두꺼운 토그의 이불을 결합해 따뜻한 이불로 변신케 할 수 있다. 


컴팩트한 사이즈로 상자 안에 담겨있는 이불
새로 구입한 Fitted Sheet와 Duvet, Duvet Cover, Pillow cases
침대에 이불을 펴주니 좋아하는 둘째 아이
Fenwick 백화점에서 득템한 르쿠르제 접시

펜윅(Fenwick)이라는 아주 오래된 전통의 작은 백화점에서 르쿠르제 접시를 1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득템 할 기회도 있었고, TK Maxx라는 유명 브랜드를 싸게 살 수 있는 멀티숍에서 프라이팬 같은 주방용품도 구입했다. 

오븐을 사용할 때 편리한 영국식 Oven Mitt

한국 외 다른 나라에서는 오븐을 쓸 때 주로 오븐 장갑을 쓰는데 영국에는 손 넣는 곳이 일자로 이어진 형태의 오븐 글로브를 주로 쓴다. 배 부분까지 보호해 주기 때문에 옷도 상하지 않고 손만 쭉 넣어 사용하면 되기 때문에 아주 편리했다.


보면서 고르는 만족도는 윌킨슨(Willkinson)에 가서 충족시킬 수 있다. 영국에서 이케아의 대항마로 만든 이 유통 브랜드에서는 서민들에게 인기 있는 상품을 다양한 가격대와 품질의 자체 PB(Private Brand) 상품으로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

다양한 가격대의 생활 필수품을 파는 윌킨슨


새로 이사한 집에는 몇 가지 가구가 필요했다. 우선 식탁이 너무 좁았고, 아이들이 공부할 책상도 없었다. 배송비가 상당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식탁 겸 책상으로 사용할 긴 탁자와 아이들 개인별 책상과 의자를 이케아 온라인에서 구입했다. 

입주한 Flat
이케아에서 구입한 수납용기


아이들을 위해 구입한 책상과 의자

나 혼자가 아닌 가족과 함께였기에 플랫에 입주한 뒤 구입할 것이 적지 않았지만 1년 넘게 생활할 곳이므로 아이들이 느끼기에 편안함과 안정감이 들도록 하나둘씩 플랫을 채워나갔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올 때 입주 전의 상태가 되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계획 없이 사서 쌓아놓다간 귀국을 앞두고 물건들을 처분할 때 난처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주변의 아는 사람들에게 헐값에라도 팔면 좋겠지만 쉽지 않을 수 있으므로 단기간의 유학이라면 최소한의 집기만으로 생활할 각오를 해야 함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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