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인터넷 설치는 정말 어렵다

인터넷 설치 전까지 데이터 사용법

우여곡절 끝에 인터넷을 설치하긴 했지만 최종 설치하는 데 장장 3개월이란 시간이 걸렸다.

집 창밖에 비친 풍경

일반 주택가라면 기존의 인터넷 라인이 있었겠지만 내가 살던 곳은 시내임에도 불구하고 사각지대여서 안타깝게도 그나마 빠르다는 버진(Virgin) 통신사와 같은 초고속 케이블이 매립이 안된 곳이었다. 할 수 없이 우리나라의 KT와 같은 BT(British Telecom)를 통해 인터넷을 신청했는데 설상가상으로 집에 연결된 전화선이 내가 살던 곳과는 다른 곳으로 등록돼 있다고 했다. 난 고객센터에 엔지니어 스케줄을 잡기 위해, 그리고 왜 인터넷이 빨리 설치가 안되는지 묻기 위해 수없이 전화를 돌려댔고, 두어달 동안 2-3명의 BT 엔지니어들이 왔다 갔다 했지만 헛수고만 하고 돌아갔다. 9월에 학기가 시작할 때 신청했건만 12월 중순쯤이 되어서야 새로운 전화선 설치를 끝내고 BT 인터넷 라인도 더불어 마쳤다.

* 인터넷 설치 전까지 데이터 사용법

1. 핸드폰 데이터 테더링 하기

우선 인터넷이 설치되기 전까지 데이터를 한달에 약 5GB 정도 사용할 수 있는 핸드폰 요금제를 신청해서 다른 기기에 테더링(Tethering; 본 기기에 핫스팟 기능을 켜서 다른 기기에서도 인터넷을 할 수 있는 기능)을 하며 지낼 수 밖에 없었다.

2. 동글와 USB 활용하기

EE 통신사에서 판매하는 브로드밴드 디바이스 Dongle

노트북 등에 껴서 한달에 15파운드로 언리미티드 인터넷 브라우징을 제공하는 USB. 속도는 매우 느리다.

핸드폰에서 제공되는 5GB 데이터로는 턱없이 부족했던 우리는 아고스(Argos)라는 생활용품 판매점에서 동글(Dongle)이라는 디바이스를 70파운드에 구입했다. 노트북과 모바일 등 5개 제품까지 연결해 인터넷을 3개월동안 6GB까지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데이터가 부족해 한달동안 무제한 인터넷 브라우징을 할 수 있는 USB를 24파운드에 구입했다. 결과적으로 100파운드에 가까운 비용을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디바이스 구입에 쓴 셈이었다. 만약 핸드폰 데이터가 제한돼 있거나 인터넷 설치가 순조롭게 되지 않는다면, 한번의 비용 지불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단말기를 통신사 대리점 곳곳에서 구입할 수 있으니 꼭 점원에게 상담받길 권한다. 또 하나의 복병이 있었다. 통신사 중 하나인 티모바일(T-mobile)의 USB를 사긴 했는데, 구매한 바우쳐의 시리얼 번호를 어떻게 입력하는지 몰라 한참 헤맸었다. T-mobile 전화인 150번에 전화해 상담원에게 인터넷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자 아주 친절하게 대답해준다. 만약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면 무조건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도록 하자. 영어에 자신이 없더라도 모르면 차근차근 묻고 답변하다 보면 스스로 값진 노하우를 얻게 된다

3. 데이터를 이래저래 쓸 수 없는 상황이면 집 근처 동네 도서관을 방문한다. 이곳에서 누구에게나 발급되는 멤버십에 가입하면 도서관 컴퓨터와 인터넷을 무료로 쓸 수 있게 해준다.

집 근처의 Westcotes 도서관

회원 가입 하면 인터넷 와이파이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우선 나와 같이 최악의 경우를 경험하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보통 영국에서는 인터넷을 설치하면 누구나 한달에서 두달까지 걸린다고 하니, 살 집이 정해지면 버진(Virgin)이나 BT에 바로 신청해서 되도록 빨리 쓸 수 있게 지속적으로 재촉해야 함을 잊지말자. 만약 설치가 더디어진다면 고객 센터에 연락해 컴플레인을 하고 인터넷 설치 전까지 무선 와이파이 지역에서 무료로 쓸 수 있는 아이디와 패스워드라도 받아내도록 하자.

아이들은 인터넷이 안돼 CD 애니메이션을 줄기차게 봤다.

이 일을 겪으면서 그동안 우리가 인터넷에 얼마나 의존하며 살아왔는지 느낄 수 있었고, 두 딸은 인터넷을 쓸 수 없는 몇개월이나마 상상력이 풍부하게 담겨있는 그림들을 마구 그려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