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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Louise Oct 12. 2016

도시 전체가 반값

여름에는 쇼핑과 축제를 즐기자

관광의 나라인 영국답게 여름에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온다.

하지만 레스터, 버밍험과 같은 지방 도시의 경우 런던, 에든버러와 같은 관광 중심 도시와 차이점이 있다. 외국인 관광객보다는 휴가를 지내기 위해 이동하는 내국인들이 많다는 점이다. 7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휴가와 방학 시즌이기 때문에 지역 활성화를 위해 버스 티켓은 물론이고 시내의 모든 상점과 쇼핑센터가 반값 할인에 들어간다. 특히 주말은 쇼핑객과 관광객으로 시내 중심부가 몸살을 앓는다. 한적했던 도시가 북적해지면서 길거리 마켓이나 카니발은 물론이고, 가족들을 위한 여러 축제가 시내 곳곳에서 열린다.

레스터의 시계탑 광장


붐비는 시티 센터


쇼핑은 물론 시내 교통비도 반값 할인을 한다. 레스터는 두발로 걸어 다녀도 시내를 둘러보기에 충분하지만 둘째 소하가 더블데커(2층 버스)를 너무 타고 싶어 했다. 마침 레스터라는 도시의 시내는 물론이고, '아웃 스커트(outskirt)'라고 불리는 외곽 지역이 어떤 모양새 인지도 궁금했다. 영국에 도착한 그다음 토요일은 버스 투어의 날로 정했다. 버스 스테이션 티켓 창구에서 브로셔를 보니 하루 온종일 아무 버스나 탈 수 있는 패밀리 티켓을 £3.99에 살 수 있다고 한다.  한 사람이 버스 한 구간을 타도 £1.5인데 4명인 온 가족이 저렴한 가격에 레스터 시내를 투어 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영국의 버스 브랜드 중 하나인 ‘First’

쇼핑 중심지인 번화가와 함께 시내에는 새로 지어진 플랫(Flat)과 아파트, 빅토리안 시대에 지어진 빌딩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고, 시 외곽에는 단독주택을 의미하는 디태치드 하우스(Detatched house)가 즐비하다. 대체로 시 중심에는 유럽, 아시아 등 다른 나라에서 온 이주민들이 많은 편이고, 아웃 스커트 지역은 영국인들이 살고 있는 집들이 대부분이다.


문득 재미있게 본 영화 '로지'나 '빌리 엘리엇' 등의 영국 영화에 나오는 그림 같은 배경들이 바로 앞에 지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저 집들마다 개성 강한 영화 캐릭터들이 가득 살고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기와나 초가 같은 건축들도 때로는 아름다움이 느껴질 때도 있지만 건축조차도 유럽의 건축들은 왜 백인과 아시아인 같은 인종의 차이만큼이나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

영국 쇼케이스 영화관과 쇼핑센터를 지나가는 더블데커

어느새 시내로 다시 접어들었다. 크고 작은 공원들과 커브라는 이름의 대형 아트센터, 곳곳에 그 위용을 자랑하는 박물관 건물들, 최근에 지어진 스포츠 스태디움도 모두 갖추고 있으니 레스터는 살기 좋은 영국 도시임에 틀림없다. 곳곳에 정비가 되지 않은 듯한 블록들이 있었지만 레스터는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조화를 이뤄 모던함과 빈티지한 매력이 물씬 풍겨 나는 도시로 서서히 바뀌어 가는 듯했다.

레스터 킹파워 스태디움

하루 종일 버스를 타고 도시를 둘러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2층의 맨 앞자리에서 좋아했던 아이들이 마치 놀이기구를 오래 탄 것처럼 멀미가 오는지 어두운 표정으로 바뀌어 서둘러 버스에서 내리고 말았다. 2-3 구간을 돌았더니 2시간 정도가 훌쩍 지나간다. 전체 도시를 전부 투어 하려면 하루 종일 걸릴 것이 분명했다.

사실 도시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에 아주 먼 거리를 제외하면 버스를 자주 이용할 기회는 별로 없다. 차를 구입하진 않았기에 오히려 많이 걸을 수 있어 영국에 있는 동안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었다.

레스터 거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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