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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Louise Oct 16. 2016

영국 소도시에 정착하기

핸드폰 구입과 가족이 살 집 마련하기

더 이상 관광객처럼 호텔에서 태평하게 있을 수는 없었다. 

집을 구하려면 부동산과 연락을 취할 수 있는 핸드폰이 있어야 한다. 우선 시내에 있는 통신사 대리점에서 가장 싼 2G 휴대폰을 구입했다. 한국에서도 선불요금제가 가능한 알뜰폰이 대중화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월별 약정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영국은 워낙 이주민이 많아서인지 O2, EE와 같은 통신사 대리점에서 월별 약정 외에 ‘페이 에즈 유 고(Pay As You Go)’ 심(Sim) 카드가 장착된 휴대폰이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페이 에즈 유 고'는 충전식 휴대폰으로 휴대폰을 구입한 후 전화를 통해 돈을 충전하면 돈을 다 쓸 때까지 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주로 단기간 영국에 머무르는 사람들이 선호한다. 1년 동안만 체류하는 유학생들은 보통 이 요금제를 사용하게 된다. 월별 약정의 경우 2년 이상의 계약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Tesco에서 판매하는 Pay as you go 핸드폰들

나중에 정착한 뒤에는 핸드폰을 쓸 일이 많이 없지만 처음에 이 충전식 핸드폰으로 부동산과 빈번하게 전화해야 할 때 너무 번거로웠다. 10파운드를 충전해도 몇 번 통화를 하면 금방 요금이 바닥나기 때문이었다. 물론 충전한 돈을 다 쓰더라도 상대방이 건 전화는 언제든지 받을 수 있지만 인터넷도 안 되는 2G 폰으로는 부동산 정보를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었다. 인터넷도 가능한 스마트폰을 구입하면 무료 와이파이 지역에서 인터넷도 가능하고 집 정보 등을 얻는 데 더 효율적이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한국에서 쓰던 스마트폰을 언락(Unlock;통신사와 핸드폰 약정이 끝난 후 고객센터에 전화하면 핸드폰 잠금을 풀어주게 되며 어느 나라를 가던지 심 카드만 구입해 갈아 끼우면 사용할 수 있다.)을 해오면 통신사 대리점에서 페이 에즈 유 고를 하던 월 약정을 하던 계속 쓸 수 있었다.

외국에서 스마트폰을 쓸 경우 심 카드만 바꿔 끼우면 된다. (image by mypcblewup at Youtube)

매번 요금을 충전해야 하는 것이 번거롭다면 월 약정을 신청하게 된다. 하지만 당장 은행 계좌가 없으면 O2, EE, Vordafone 같은 통신사 대리점에서 월 약정을 하기 어렵다. 영국은 은행 계좌 만드는 것이 비자법만큼이나 까다로워졌다. 은행 계좌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언급을 하겠지만 은행 계좌가 생긴 9월 중순쯤에야 핸드폰 월별 약정도 시도해 볼 수 있다. 월별 약정을 한다고 해서 꼭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2년 약정을 한 후 2년이 지나지 않은 기간 내에 한국에 들어올 때 계약을 파기하게 되면 적지 않은 양의 '계약 해지 금액(Early Termination Fee)'을 내야 함을 명심한다. 


처음에 샀던 2G 폰은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무용지물이 됐다. 한국에서 가져온 스마트폰에 심 칩을 끼우고 통신사 중 하나인 EE 홈페이지에서 데이터까지 사용 가능한 요금제로 변경했다. 아이들이 친구도 없고 학교도 가기 전이라 무료하니 정착하는 초기에는 무제한 데이터를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물론 데이터 속도는 한국보다 아주 느리다. 


핸드폰을 마련했으니 빨리 집을 구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만약 나 혼자 유학을 온 경우였다면 학교에서 추천해주는 기숙사 형태의 숙소를 골랐겠지만, 아이가 둘이 있고, 남편도 가끔 방문할 예정이므로 방 2개가 있는 플랫 형태의 ‘개인 숙소(Private Accommodation)’를 구해야 했다. 호텔 방에서 노트북으로 느린 와이파이를 이용하며 열심히 검색에 들어갔다. 


영국에서 집을 사거나 렌트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검색하는 부동산 사이트 ‘라잇 무브 닷컴(Rightmove.com)’ 에서 학교와 가깝고 시내와 가까운 집들 위주로 몇 군데를 검색했다. 그런 다음 그 집을 내놓은 부동산에 세부 자료와 집을 보러 갈 수 있는지 각각 메일을 보냈다. 전화 오기만을 기다릴 수 없어 부동산 회사와 전화번호를 리스트업하고 일일이 전화를 걸어 답변을 얻은 다음 집을 볼 수 있는 시간과 주소를 메모했다. 

부동산 전화와 둘러본 집 주소들

첫째 날 본 집들은 너무 낡거나 학교에서 꽤 떨어져 있는 집들이어서 불안한 마음이었는데, 그다음 날 하트(Haart)라는 부동산에서 추천해서 본 집 중 운이 좋게도 학교 바로 앞에 위치한 곳의 집을 둘러볼 수 있었고 바로 계약까지 할 수 있었다. 2층과 3층에 걸쳐 방 2개, 거실, 주방, 욕실이 있는 플랫(Flat)으로 월 £695에 보증금은 £795를 내야 한다. 

영국 레스터에서 구한 Flat의 첫번째 방
3층과 이어진 계단
주방
천정이 높고 불투명 유리로 되어 있어 햇살이 많이 들어오는 욕실
3층에 위치한 두번째 방
거실
SPAR 라는 편의점 윗층에 위치한 새집. 길 건너에 바로 드몽포트 대학이 있다. 


레스터 지역 시세로는 가격대가 조금 있는 편이지만 대신 전기세를 주인이 대신 내주는 조건이었으므로 망설임 없이 계약했다. 무엇보다 런던보다는 크게 저렴한 듯했다. 나중에 런던의 친구 집을 방문했을 때 비슷한 조건의 플랫이 한 달에 £1700, 레스터보다 약 2배 반이나 비싸다 라는 말을 듣고 런던으로 안 가길 잘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무엇보다도 마틴이라 불리는 집주인(Landlord)이 ‘스파숍(SPAR Shop)’이라는 편의점을 1층에서 운영하고 있어 집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달려와 수리해줄 수 있어 안심이었다. 영국 대부분의 집들은 옛날 빅토리안 시대에 지어진 집들이 많아서 천장에 물이 새거나 보일러 등에 하자가 일어날 수가 있기 때문에 집주인이 멀리 떨어져서 살면 불편한 일을 겪게 될 수 있다. 


계약은 부동산 업체를 방문해 진행했다. 

부동산 업체와 우선 6개월 거주하기로 계약했는데 처음에는 입주자를 의미하는 입주자(tenant)가 무슨 말인지도 몰라 사전을 찾아보면서 계약서를 읽어 내려갔다. 젠틀맨의 나라 영국이어서 그런지 모르는 것이 있더라도 물어보면 몇 번이고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참고로 부동산 소개비는 보통 £250을 내야 한다. 계약이 끝나면 부동산에서 최종 사인 전 참고할 서류인 하자 리스트를 준다. 직접 벽의 스크레치라던지 주방의 마모 상태, 누수 여부 등등을 세세히 기록하여 부동산에 건네주도록 한다. 

부동산에서 건네받은 계약 서류들
계약을 마친 후 친절한 부동산 직원들과 한컷

영국에 도착한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것

1. 핸드폰 구입 

2. 집 계약하기

3. BT 신청하기(기본 한 달 이상이 걸린다)

4. 은행계좌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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