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적응하기

어떤 프로젝트를 할 것인지 미리 정하자

대학원 학업이 처음부터 순탄치만은 않았다. 아이들을 공립학교에 온전히 보내 놔야 나도 편히 학업에 열중할 수 있는데 큰 아이가 다닐 학교는 2주 동안이나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주 동안은 큰 딸 서영이가 대학원의 모든 수업을 함께 했다. 수업에 들어갈 때마다 교수들에게 양해를 구해야 했는데 다행히도 내 딱한 사정을 이해하며 아이가 함께 있는 것을 허락해 줬다. 다행히 서영이가 지루해도 조용히 있어준 덕분에 수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아이에게 역시 대학원 수업이 재미있을 리가 없다. 서영이는 리서치 수업이나 미학의 이론을 배우는 수업은 많이 지루해했고, Sewing workshop, illustration 등 스킬을 배우는 수업은 재미있어했다. 한편으로 딸이 빨리 동급생이 다니는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엄마 학교를 같이 다녀야 하니 많이 안쓰럽기도 했다. 하지만 2주 후에 드디어 자신의 학교에 다니게 되니 너무 좋아하며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다녔다.

드몽포트 대학의 대학원 코스도 Induction Week가 있어 9월 마지막 한 주 동안 프로그램과 모듈을 신청해야 한다. 디자인 학부에 직접 가서 과목을 신청하려는데 친절하게도 우리 과 학과장이었던 Dr. Emily Baines 교수가 동행해줬다. 교수의 설명을 들으며 자신의 대학원에서 목표한 과업을 이루기 위해 생각해 놓은 과목을 고른 후 이 대학원 과정을 통해 어떤 분야에 방점을 두고 싶은지의 계획도 기술한다. 문서 작성이 끝나면 학과장의 승인 하에 학기 동안 들어야 할 과목이 최종 등록이 된다.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학교 수강 등록, 공지사항, 평가 일정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블랙보드'에 본인의 정보를 등록한다. 이 외에 CAD나 Design Workshop 등 수업 외 시간 필요한 스킬을 배우기 위해 학과 게시판에서 추가 등록한다. 

학교에서 신입생에게 배포한 MA 디자인이노베이션학과 프로그램 핸드북

대학원은 디자인 테크닉적인 소양은 기본적으로 갖춰졌다고 생각하고 1년에 걸쳐 디자인 콘셉트 기획부터, 리서치, 작품 메이킹, 프레젠테이션, 논문까지 이어지는 자신만의 프로젝트 결과가 나와야 한다. 논문에서 가장 중요한 Literature Review 작성을 위해 근거가 되는 Design Theries에 대해 깊이 있게 배우고 현시대에 맞춰 디지털과 융합할 수 있는 방법, 리서치 방법론을 배우고 이를 어떻게 실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 배운다. 프로젝트를 통해 직접 유통과 마케팅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한 모듈을 통해 접할 수 있다. 모듈을 선택할 때는 자신에게 필요 없는 수업은 피하기 위해 대학원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할 것인지 미리 러프하게라도 계획을 잡는 것이 좋다. 10월에 개강한 후 12월 크리스마스부터 시작되는 약 3주간의 겨울방학 전에 Assessment가 시작된다. 

Primary Research를 통해 콘셉트를 잡았던 내 스쿨백 디자인 프로젝트

디자인학과 경험은 없지만 디자인 이노베이션 분야에서 Product Design을 선택했던 나는 공립학교에 보내는 두 자녀를 보면서 영국의 초등학생 아이들이 열악한 가방을 들고 다니고 있음을 발견했다. 한국처럼 숙제가 많지 않기 때문에 많은 책을 가지고 다니지는 않지만 중국에서 저렴하게 만든 것 같은 퀄리티 낮은 가방들을 존 루이스, 막스 앤 스펜서 등의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었다. 기존의 가방의 형태를 아이들이 재미있게, 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에서 제품 콘셉트가 시작됐다. 결국에는 아이들과 함께 영국에서 생활하는 것이 나의 프로젝트를 시작, 완결하는 데 무한한 도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