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루다 Apr 11. 2023

슬기로운 병원생활 4화

‘아프니깐 괜스레 서러워지더라 ‘

‘오늘은 당장 입원 하실 수 있으세요?’


필자는 주말 근무 일정으로 병원 권유에도 불구하고 응급실 방문 당일 입원을 못하고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들고서 집으로 돌아왔다.


몸 상태가 좋지 못했던 필자는 소화가 잘 되지 않아서 식사를 하기가 어려웠는데.. 밥을 먹는 거보다는 차라리 굶는 게 속이 편했다. 그렇다고 계속 굶을 수는 없어서 출근하기 전에는 밥을 먹으려고 노력했는데.. 밥을 먹기는 속이 불편해서 밥 대신 죽을 먹었다.


그렇게 죽을 먹고 출근하여 업무를 보았는데.. 출근하고 몇 시간 동안은 복통이 있진 않았는데 어느 순간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몸이 더웠다.. 추웠다 하면서 컨디션이 점차 나빠지는 걸 느꼈다.


출근하고 몇 시간이 지난 후 점점 배가 아파지는 걸 느꼈고 너무 참아서 그런지 식은땀이 엄청났다. 할 일이 계속 있었기 때문에 자리를 비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이 하는 얘기가 메아리처럼 들리기 시작하였다. 눈이 빙글빙글 돌고..


내가 이렇게 아픈데 대체 몰하고 있는 건가 싶었다. 갑자기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무엇 때문에 내가 이러고 있나 싶었다. 순간 이러고 살아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과.. 마음 때문이었을까?


컨디션이 너무 나빠졌고 급기야.. 구역질이 올라왔다. 미친 듯이 화장실로 뛰어갔고 화장실에 도착하기 전에 구토가 나오는걸 손으로 입을 막으며 간신히 화장실에 도착했다.


화장실에서 일을 마친 후 손을 닦으며 거울을 보았다. 헝클어진 머리, 눈에 띄게 누레진 피부와 눈, 푸석해진 피부.. 나 자신이 너무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무엇을 위해서 이러고 사나 싶었고 한편으로는 나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기도 했다. 내가 지난 과거에 했었던 나의 모든 선택들.. 그로 인해 패잔병 신세가 된 나.. 조금 더 열심히 살았더라면 내가 지금 이 나이에 좀 더 편하게 살고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모든 선택을 후회했다.


남들은 뭐 구토 좀 하고 간수치 좀 올라간 거 가지고 오버를 하냐 싶을 수도 있겠지만.. 조금 더 열심히 살았더라면.. 지금 이렇게 아플 때조차도 고민이 많아야 하고 여러 가지 상황에 눈치를 봐야 했을까? 여러 가지 생각에 빠졌다.


사담은 접어두고.. 다시 그때로 돌아가서


한 번 구토를 시작한 뒤로는 계속 구토 증상이 올라왔다. 근무 중에 계속 화장실을 가야 했고.. 그때마다 구토를 하였다. 몇 번을 그렇게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구토를 해서 그런지 올랐던 열이 좀 식고.. 식은땀도 좀 마르고.. 배와 등은 좀 아팠지만 속은 오히려 좀 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그렇게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어찌어찌 하루를 마무리했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 씻고 누워서 잠을 청했다. 배가 아파서 쉽사리 잠들 수 없는 밤이었다. 아픈 배를 부여잡고 간신히 잠이 들었고.. 그렇게 나의 짧았던 밤은 끝이 나고 곧 다시 아침이 시작되었다.


일어나 보니 얼굴이 땡땡 부었다. 신물이 넘어왔고 메슥거리고 속이 쓰렸다. 불쾌한 아침이었다.


죽이라도 챙겨 먹고 나갈까 싶었지만 어제 겪은 일들로 물만 좀 마시고 출근길에 나섰다. 출근길에 나의 사랑 스타벅스에 들려서 바나나와 자몽 허니 블랙티를 한잔 샀다. 먹을 수 있을까 생각은 들었지만 마시는 거라도 먹어야 근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사 갖고 출근길을 나섰다.


출근을 하고 바나나를 아주 조금씩 갉아먹었다. 다행히도 크게 문제는 없었고 배와 등이 아팠지만 일하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는 정도였다. 하루 종일 바나나 한 개 먹은 것으로 하루를 버텼다. 몸이 무겁고 기운이 없는 하루였다.


퇴근 후 집에 들어와서 힘에 겨워서 씻지도 않고 그냥

자고 싶었지만 소소하게 강박증과 결벽증이 있는 나로서는 그렇게 할 수는 없었고 무거운 몸을 겨우 일으켜 샤워를 하고..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을 말렸다.


이불자리에 누워 잠을 청하였지만.. 이상하게도 모든 병들은 왜 밤에 더 고통스러워지는지.. 그나마 낮에 겨우 겨우 괜찮았던 복통이 다시 시작되었고 등 또한 너무 아프기 시작했다. 어차피 내일 병원 갈 거니깐.. 그 생각으로 배를 움켜쥐고 잠을 자려는 노력은 계속되었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가고.. 아직 닭이 울지 않는 새벽녘.


배가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등이 너무 아파서 도저히 자기가 힘들었고.. 누워보려고 했지만 똑바로 누우면 등이 너무 아팠다. 결국 나는 배를 붙잡고 떼굴떼굴 굴러야 했다. 정말 만화나 시트콤에서 보던 것처럼.. 이렇게 구르고 저렇게 구르고.. 배를 붙잡고 떼굴떼굴 굴렀다.. 이렇게 배가 아파 보기는 생전 처음인 것 같았다.


등이 너무 아픈 나머지 도통 잠을 자지 못하고 있던 나는 옷을 갈아입었다. 간단한 소지품을 챙기고 집에서 나와서 택시를 타고 ㄱㅂㅅㅅ병원 응급실로 향하였다.


2023년 시작 이후 세 번째 응급실행이었다.


병원에 도착 후 기본적인 간단한 검사들을 하고 수액을 맞으며 누워있는데.. 의사가 내게 다가왔다.


‘간수치가 너무 높아서 입원하셔야 할 것 같아요.‘

‘오늘은 당장 입원 하실 수 있으세요?‘

’네.. 입원할 수 있어요.’


나는 그렇게 입원을 하게 되었다. 입원 짐 하나 없이 응급실에 온 상태 그대로.. 코로나 검사를 마치고 휠체어에 태워진 상태로 입원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내 신체에 감사하는 것이 자신을 더 사랑하는 열쇠임을 비로소 깨달았다.


- from 오프라 윈프리 -


미리 알았더라면.. 건강을 지켰을 텐데.. 이렇게 아프고 나서야 후회하고 건강을 뒤돌아 봅니다.


나 자신을 더 소중히 해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슬기로운 병원생활 3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