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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다 Apr 15. 2023

슬기로운 병원 생활 5화

‘건강을 위해서 먹던 약들이 나를 망치다?‘

'환자분 약을 너무 많이 드시는 것 같네요 ‘


ㄱㅂㅅㅅ병원에 입원을 하게 된 필자는 B동에 있는 소화기내과 병실을 배정받았다. 첫날 입원 했을 때는 9층 다인실, 여러 환자가 모여있는 곳에 병실을 배정받았다. 다음날 소화기내과 병동에 자리가 난 뒤에 12층으로 다시 배정받았다. 하필이면 첫날도 그렇고 12층으로 이사를 오고 나서도 계속 출입구와 가까운 끝자리였다. ( 5인실에서 입원 생활을 하였다. )


베드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입원 내내 생각했다. 위치가 좋지가 못해서 밤에는 거의 잠을 못 잤고.. 낮에 뻗어서 자는 일이 많았다.


필자는 통합간호간병 병동을 신청하여 입원생활을 하게 되었다. 언제까지 입원을 하게 될지도 모르고 나이 드신 부모님께 간호를 부탁하기도 그렇고 해서 나는 통합간호간병 병동을 선택하였다. ( 입원을 할 당시에는 2박 3일이면 퇴원을 하는 줄 알았다... )


병원비는 각 과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보통 일반 병동에 비해서 하루 입원비가  1 ~ 3만 원 정도 비싼 편이다.


통합간호간병 병동은 보호자 없이 입원 생활이 가능한 병동이다. 간호사 쌤과 간호조무사 쌤이 입원 생활을 케어해 주는 병동을 말한다. ( 직접 식사하기 힘든 분들 식사를 챙겨주시고 식사를 마치며 다 먹은 식판 정리를 해주신다.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 부축도 해주시고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이 산책을 할 때 휠체어를 밀어주시기도 한다. 그리고 화장실을 직접 못 가시는 분들 기저귀도 갈아주시고 기타 등등 여러 가지에 도움을 주신다. )

‘ㄱㅂㅅㅅ병원 간호, 간병 통합서비스 안내 책자‘

합당한 진료비를 내고 입원 생활을 하는 거였지만 그래도 친절하게 대해줘서 간호사 쌤들에게 고마웠다.


준비 없이 시작된 입원 생활은 시작과 함께 많은 돈을 지출해야 했다. 핸드폰 충전기 외에는 있는 게 없었던 나는 입원하고 필요한 것들을 병원 내 유일한 편의점 CU 편의점에서 필요한 것들을 다 사야 했고.. 속옷과 양말까지 사야 했다. ( 롤휴지, 물티슈, 화장실용 비데 물티슈, 세면도구세트, 칫솔, 양말, 속옷, 수건, 생리대, 팬티형 오버나이트, 실내화, 지퍼가 있는 가방형 쇼핑백, 바디 로션, 생수, 간식 등등을 구비했다. )


입원 생활 기록..


입원 첫날부터 복통에 도움이 되는 진통제 수액과 간수치 내리는데 도움이 되는 수액을 팔에 맞았다. 첫날에는 정말 많은 피를 뽑았다. 정확한 개수는 생각이 나지 않지만 대략 10통은 피를 뽑은 것 같다. 첫날 이후에도 매일 새벽 4시쯤이면 항상 간호사 쌤이 와서 혈압을 측정하였고 피를 뽑았다. (기억으로는 혈압은 새벽 4시, 아침, 점심, 저녁 총 4번쯤 측정되었다. )


간수치 변화를 측정해야 했기 때문에 하루도 거르는 날이 없이 피를 뽑혀야 했다.. 매일 피가 퐁퐁 뽑혀 나가는 걸 지켜봐야 했다.


피를 뽑고 좀 누워 있으면 7시쯤 그날에 필요한 검사 내용을 이때 전달해 주었다. 추가 피검사나 엑스레이 등 필요한 검사 내용을 이때 알려주었다. 그리고 식전 약을 전달해 주었는데 나는 소화가 잘 되지 않았기 때문에 소화에 도움을 주는 약부터 평소 지병이 있어서 그에 관련된 약을 먹었다. 간호사 쌤은 약을 주면서 체중을 쟤러 나오라고 했고.. 나는 매일 이 일을 반복하였다.


8시가 되면 아침 식사가 나왔다. 나는  ALT기준 간수치가 500이 넘는 상태였고 복통이 심해서 밥을 먹기가 힘든 상태였다. 그런 나에게는 간질환 저단백질 식단이 식사로 나왔고.. 속이 좋지 않고 복통이 심해서 식사를 거르는 날이 잦았다..


입원 생활 중에 어느 날은 체중을 쟤러 나가서 전날과 체중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두 번을 측정하기도 했다. 퇴원일이 돼서는 상당히 체중이 줄어 있었다.

입원 기간 중에 먹었던 ‘간질환 저단백질 식단’

9 ~ 10시 사이에는 담당의 회진 시간이었는데 나는

ㄱㅂㅅㅅ병원 소화기내과 손원 교수가 담당의였다. 담당의 선생님은 갑작스럽게 오르게 된 간수치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하였고.. 그래서 그에 관련된 여러 가지 검사를 계속하였다. 정말 많은 피를 뽑았다..


술을 많이 마시냐.. 먹고 있는 약은 어떤 것들이 있냐.. 등등 여러 가지 질문을 하였다. 평소 필자는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았고 갖고 있는 지병이 있어서 여러 가지 약을 먹고 있긴 하였다. 그리고 건강염려증이 있어서 다수의 영양제를 복용했다.


인턴 주치의에게 먹고 있는 약의 이름과 여기저기 검색을 통해서 사서 먹고 있는 영양제들 이름을 종이에 빼곡히 적어서 전달하였다.


병원에서는 내가 전달한 영양제 목록과 현재 복용 중인 처방 약 목록을 확인하여 독성이 있을 만한 약을 찾는 작업을 하는 것 같았다.


병원에서 평상시 먹고 있던 약에 대한 확인 절차가 끝나고 담당의 손원 교수님이 오셔서 이야기하기를..


'환자분 약을 너무 많이 드시는 것 같네요 ‘

’ 저희가 약을 확인해 보고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은 약을 중단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이후에 필자는 병원에서 확인해 보고 문제가 될 만하다고 확인된 약들은 그때그때 바로 중단하였고 입원 기간 중에는 영양제를 복용하지 않았다.


11시쯤이면 점심 식사 전 약을 받아서 먹고 12시가 되어서 점심 식사를 하였다. 입 맛이 없기도 하였고 속이 좋지 않아서 식사 시간이 되어도 거의 밥을 먹지 않았다. 계속 밥을 먹지 못해서.. 어느 순간부터는 식사 대체용으로 영양을 보충해 주는 포도당 수액을 추가로 맞았다.


점심 이후에는 검사를 받을 게 있는지 간호사 쌤에게 확인 후 일정이 없으면 병동을 돌아다녔다. ( 돌아다닐 때는 반드시 핸드폰을 챙겨 다녀야 한다. 급한 일이 생겼을 시에 간호사 쌤이 전화를 준다. )


소화기내과 병동에는 대부분이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 많았고.. 평소 남다른 친화력을 가진 나였지만 대화를

나눌 대상이 전혀 없었고.. 할 것도 없어서 그냥 이리저리 돌아다닐 뿐이었는데.. ㄱㅂㅅㅅ병원은 정말 아쉽게도 병원 부대시설이 그다지 좋지 않았고.. 갈 곳도 사실 별로 없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엘리베이터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지인들과 주로 통화를 하면서 보냈던 것 같다.


통화가 끝나면 보통 잠을 잤는데.. 나의 베드 옆자리에 계시던 환자분이 치매 증세가 있으셔서 하루 종일 24시간 무슨 말인지 모를 말을 하시면서 소리를 내셔서 밤새 거의 잠을 못 자서 낮에 주로 뻗어서 잤다. 그분뿐만 아니라 이를 가시거나 코를 고시는 분들도 계셨다. 그리고 방귀를 뿡뿡 계속 뀌시면서 자는 분도.. 낮이라고 해서 조용했던 건 아니지만.. 지쳐서 낮에 잠이 들었다.


낮잠을 자다 보면 간식이 나오곤 했다.

입원 당시에 먹었던 ‘간질환 저단백질 식단 간식’ 사진

보통 빵류나 과일류가 많이 나왔는데.. 평소 빵순이였던 필자는 간식은 나름 잘 먹었다.


5시쯤에는 저녁 식전 약을 복용하였고 6 ~ 7시 사이에 저녁 식사를 하였다. 계속된 복통으로 밥을 거의 세 숟가락 이내로 먹은 것 같다. 밥을 먹으면 속이 더부룩하였고 갈비뼈가 아프고 등이 아팠다. 위산이 계속 올라와서 입에서는 항상 시큼한 맛이 났다.


5시에서 7시 사이에는 식사 시간 외에도 저녁 회진이 있었는데 교수님이 오시지 않고 인턴 주치의가 오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보통 지금 증세가 어떤지 얘기하는 정도의 대화를 나눴다.


그 이후에는 핸드폰으로 OTT 영상을 보았고.. 그러다 스르르 잠이 들기 바랐지만.. 쉽지가 않았다. 평소 소리에 민감하였던 필자는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렇게 2박 3일로 끝날 것 같던 입원 생활은 계속되었다.



병에 걸리기 전까지는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 from 토마스 풀러 -


언제까지나 젊을 줄 알았고 건강이라는 걸 꼭 챙겨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너무 내 몸에 나태했고 자만했다.


잃고 나서야 후회해 봤자 가장 소용없는 건 건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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