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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에 홀리다 Dec 21. 2018

미국 사진 명소, 포레스트 검프 포인트

신들의 골짜기(Valley of the Gods)로 가는 길

공공연한 비밀 하나,

'길을 잃은 그때부터 진짜 여행이다.'


어제 틀어진 일이 계속 다음 일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처음에 가려고 했던 곳은 여기에서 세 시간 남짓 거리에 있다.


그래서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낮 동안 세 시간을 움직이는 데 쓰고서라도 거기까지 가기'와

'그만큼 여기를 둘러보기'다.


낮에 길게 움직이는 것은 짧게 여행하는 사람에게는 그다지 반갑지는 않은 일이다. 그래서 주로 저녁에 움직이고 낮엔 둘러보는 데 집중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좀 어렵게 됐다. 여기에도 볼만한 것이 많아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전부터 가보고 싶은 곳으로 겨우 한 시간 거리에 '와입 후두 군락지(Wahweap Hoodoos)', '토도스툴 후두 군락지(Toadstool Hoodoos)', '파웰 호수(Lake Powell)' 들이 있다. 전에 다녀오기는 했지만 몇 번을 가도 질리지 않을 '블루 캐니언(Blue Canyon)'과 '콜마인 캐니언(Coalmine Canyon)', '화이트 포켓(White Pocket)'과 '벅스킨 걸치(Buckskin Gulch)' 들과 널리 알려진 '앤틸로프 케니언(Antelope Canyon)', '호스슈 밴드(Horseshoe Bend)'도 아주 가까이 있다. 다들 한두 번씩은 다녀온 곳이기는 하지만, 다시 봐도 불만이 없을만한 곳들이므로 며칠을 머물며 둘러볼 수 있다.  

▲ 블루 캐니언 / 콜마인 캐니언 / 호스 슈 밴드 ©Traveler's Photo
 ▲ 화이트 포켓 / 벅스킨 걸치 / 앤틸로프 캐니언 ©Traveler's Photo



처음에 가려고 한 곳은 '모뉴먼트 밸리(Monument Valley)'를 지나는 길에 있는 '포레스트 검프 포인트(Forrest Gump Point)'다. 여기 짧게 머물다 '신들의 골짜기(Valley of the Gods)'을 거쳐 '모키 더그웨이(Moki Dugway)' 고개를 넘어 '뮬리 포인트(Muley Point)'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거나, 시간이 모자라면 신들의 계곡에서 하룻밤 머무는 것이다.


갈림길이 나올 때는 조금 더 어렵고, 좀 덜 알려지거나 포장하지 않은 길로 가고는 한다. 거기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면 거의 그쪽으로 간다. 그래서 세 시간을 가더라도 처음에 가기로 한 곳으로 가기로 했다. 가다가 잘 알려지지 않은 즐거움을 만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 지난 사월 다녀온 모뉴먼트 밸리 ©Traveler's Photo



가는 길은 89번 160번 163번을 거친다. 이 길은 낮에는 지나 본 적이 없는 길이라서 속으로는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자못 궁금했다. 길을 나서면서 케이밥 고원(Kaibab Plateau)을 끼고 달리는 89번 길은 이런 기대를 해 보기에 충분할 만큼 웅장한 고원의 단층이 계속 이어졌다. 160번 길로 바꿔 타고 블루 캐니언과 콜마인 캐니언이 있는 투바(Tuba)를 지날 때까지만 해도 지루하지 않은 풍경을 보여주던 길은 그러나 투바를 지나면서부터는 황량한 허허벌판을 가로지르느라 지루하게 가야 했다.


겨울 해는 짧은 데다 산간지역은 더 이르게 해가 떨어진다. 아무래도 해가 지기 전에 못해도 '신들의 골짜기'까지는 도착해야 잠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 그러는 사이 모뉴먼트 밸리 쪽으로 난 163번 길로 접어들면서 주변 풍경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이 곳은 콜로라도 강(Colorado River)과 샌 후안 강(San Juan River)이 흐르는 언저리다. 그러다 보니 오랫동안 강물이 흐르며 만들어 놓은 볼거리가 널리 퍼져있다. 가깝게는 모뉴먼트 밸리가 있고, 신들의 골짜기가 그 옆에 있다. 샌 후안 강이 만들어 놓은 골짜기를 내려다볼 수 있는 뮬리 포인트(Muley Point)가 가까이 있다. 내추럴 브리지 주립공원(Natural Bridge State Park)도 그리 멀지 않고, 이어서 글랜 캐니언 국립 휴양지(Glen Canyon National Recreation Area), 캐피톨 리프 국립공원(Capitol Reef National Park), 캐니언 랜즈 국립공원(Canyonlands National Park), 아치스 국립공원(Arches National Park)까지 잇따른다.  

▲ 모뉴멘트 밸리에 앞서 만날 수 있는 뷰트(Butte)들, 이름은 모르겠다. ©Traveler's Photo



160번 도로를 타고 가다 케이엔타(Kayenta) 마을에서 모뉴멘트 밸리로 갈 수 있는 163번 도로를 만난다. 그런데 이 163번 도로로 들어서면 주변 풍경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생김새를 본다. 평평했던 땅은 급하게 울퉁불퉁해지고 메사와 뷰트가 섞바꾸며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되풀이한다.


그 파노라마 가운데 즈음에 모뉴멘트 밸리가 있다. 이곳엔 길 양 옆에 널려있는 뷰트들을 한 지역에 모아놓은 듯한 풍경이다. 이곳을 좀 더 톺아보고 싶으면 물론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잘 알다시피 이곳은 본래 나바호 족들이 살던 곳이고 지금도 그들의 땅으로 남아있다. 그러므로 모뉴먼트 밸리의 모든 관리는 나바호 족에서 관할하고 있는 말하자면 사립 유원지(?)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는 모뉴먼트 밸리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고 163번 도로를 지나면서 곳곳에 마련된 전망대를 통해 살펴봤는데, 안으로 들어가 가까이 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 밖에서 보는 모뉴먼트 밸리의 뷰트들이 새롭게 보인다 ©Traveler's Photo



그렇게 가다 서다 하면서 모든 전망대마다 서려면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곳은  평평한 땅에 저런 봉우리들이 여기저기 불쑥불쑥 솟아있다. 어디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달라 보이기도 하고, 곳곳에 특히 길이 구부러져 좀 다른 경치가 보이는 곳마다 전망대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봉우리들은 아주 멀리서도 잘 볼 수 있다.


해가 뉘엿뉘엿 서쪽으로 기울 무렵 마침내 포레스트 검프 포인트를 알리는 이정표를 만났다. 그러나 그곳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었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성격상 사람들이 많은 곳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대상을 사진으로 찍는데 똑같이 그 사진을 찍어 무엇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조금 지나쳐 다음 전망대에 내리니 그곳도 역시 다른 한 무리가 사진을 찍고 있었다.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으나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길 한가운데에서 사진을 찍고 싶어 했다. 뜻밖에도 교통량이 상당히 많아 조금은 위험해 보이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포레스트 검프가 이곳에서 달리기를 멈췄다고 하는데 아마 영화에서 그들이 도로 한가운데에 있었던 모양이다.

▲ 포레스트 검프 포인트를 조금 지난 곳에서 보이는 모뉴먼트 밸리, 저 앞에 보이는 곳이 포인트다. ©Traveler's Photo



해를 바라보고 사진을 찍으려니 햇빛 때문에 초점을 맞추기 어려운 점은 있지만, 햇빛에 가려 그늘진 산 그림자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대상이 속속들이 보이는 모습보다 이렇게 은근하게 또는 어둑하게 가려져 하늘과 맞닿아 보이는 풍경을 더 좋아한다. 아련하기도 하고 은근하고 미련해서 속이 궁금해지기 때문 아닐까?


다른 이들도 그렇겠지만 날이 밝을락 말락 할 때 들녘에 나가 먼발치로 산자락을 바라보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아직 떠오르지 않는 해를 기다리는 마음 때문이다.  아니, 그것보다는 어렴풋이 보이는 산의 테두리와 들녘에 엷게 비치기 시작하는 산 그림자, 그리고 무엇보다도 불그레하게 물들기 시작하는 하늘빛이 마음을 간질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같은 까닭으로 해가 질락 말락 할 때 서녘 하늘은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석양에 잠긴 모뉴먼트 밸리 ©Traveler's Photo



저녁은 아주 짧게 다가와 굵게 물러간다.

번잡한 속세에 푸른 정령 뿌려놓고

이내 깊숙한 숨 고르기에 들어간다.


아직 떠나지 않은 이들이 그리워

머물다 머물다  

끝내 손을 놓아 보낸다.


▲ 그러나 포레스트 검프 포인트가 다는 아니다. ©Traveler's Photo



모뉴먼트 밸리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게 될 무렵,

바야흐로 해는 산을 넘어가고,

지는 해는 산에게 꼬리 잡혔다.


해와 산이 실랑이하는 사이  

햇살 떨어진 바위에 불길이 솟는다.


▲ 멕시칸 햇(Mexican Hat)  ©Traveler's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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