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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에 홀리다 Jan 01. 2019

미국의 비경, 뮬리포인트(Muley Point)

오르막 길(37.233149, -109.993354)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며,

안 보인다고 없는 것이 아니다.


신들의 골짜기를 빠져나오면 바로 이어지는 길이 유타 지방도로 261번으로 모키 더그웨이(Moki Dugway)를 올라야 한다. 키 더그웨이는 얼핏 보기에도 위험해 보인다. 포장도 하지 않은 데다 길은 좁고 난간도 없이 가파른 언덕을 올라야 하므로 큰 차나 무거운 차는 통행을 금지하고 있다. 트럭, 버스, RV, 견인을 하는 자동차 등은 출입을 하지 말라고 입구에 분명하게 쓰여 있다. 그런데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아무런 부담 없이 잘도 다닌다. 아마도 이 길이 사십 마일쯤을 아낄 수 있는 지름길이라서 그런 모양이다.

▲ Moki Dugway의 2/3지점  ©2018 Traveler's Photo


유타 261번 도로는 1958년 프라이 캐년(Fry Canyon)에 있는 우라늄 광산에서 캔 광석을 멕시칸 햇에 있는 제련소까지 옮기기 위해 건설되었다. 다른 구간은 포장을 했지만, 이 모키 더그웨이 구간은 포장을 하지 않은 채로 남겨두었는데, 이 때문에 이곳은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전망을 줄 뿐만 아니라 도로를 오르는 동안 긴장과 흥미를 더해주는 도로로 이름나 있다.


공식으로 길이 28피트 이하, 무게 일만 파운드 이하 차량만 통행을 허용하고 있으며, 차량 높이가 높은 SUV 차량 이상을 권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올라보니 그 정도는 아니다. 물론 비나 눈이 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날이 좋으면 승용차로 오르는 것도 전혀 문제없을 뿐만 아니라, 힘 좋은 대형 트럭이나 RV들도 무리 없이 오르내린다.

▲위로 오를수록 더 넓은 곳까지 볼 수 있다. ©2018 Traveler's Photo


사람이 원래 오르는 것을 좋아하는가는 모르겠다. 어떤 이는 높은 곳을 보면 다른 보다도 한번 올라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단다. 많은 사람들이 높은 곳을 향하여 오르는 것을 보면 사람에게는 그런 성향이 있지 않을까 넘겨짚어볼 뿐이다. 어찌 됐든 높이 올라 좋은 점은 널리 그리고 멀리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오르면 안 보이는 것들도 생기고, 보기는 해도 속속들이 못 본다는 약점도 있다. 그러니 올라서 보는 것이 좋다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다.


무엇인가와 마주할 때 골고루 살펴보는 것이 좋다. 그것이 이렇다 저렇다 미리 생각하지 말고, 이리저리 살피고 꿰맞춰도 보고 뜯어보기도 한 다음에야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것이 훨씬 더 슬기롭다. 아무리 짚고 넘어가도 나중에 돌아보면 놓치고 못 본 것이 보이게 마련이므로 뜯어보기를 거듭한 뒤에야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좋다.


모키 더그웨이가 거의 끝나갈 무렵 좀 널따란 곳이 나타난다. 여기에 차를 대고 조금 걸을 수 있도록 길을 내놨는데, 여기를 걸어올라 가보자. 마치 전망대처럼 주변을 주욱 둘러볼 수 있는데,  훤히 트인 여기에서 보는 풍경은 가슴을 시원하게 해 준다. 방금 지나온 '신들의 골짜기'는 물론이고 그 너머 저 멀리 지평선까지 아주 잘 볼 수 있다.

▲ 거의 꼭대기 쯤 오르면 보이는 풍경 ©2018 Traveler's Photo


뮬리 포인트(Muley Point: 37.233149, -109.993354)에 오르면

"아!"

하는 외마디 소리와 함께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얼마 전에 비가 왔는 지 바위엔 물이 고여있다. ©2018 Traveler's Photo


모키 더그웨이를 다 오르자마자 왼편으로 길이 하나 나 있는데, 이곳이 바로 뮬리 포인트로 들어가는 길이다. 이 길을 따라 들어가면 길이 끝나기 바로 전에 왼편으로 '동쪽 뮬리 포인트'가 나타난다. 여기 널찍한 곳 아무 데나 차를 대고 절벽 쪽으로 나가보자. 갑자기 '훅~' 하고 불어오는 바람에 깜짝 놀라고, 난간도 없는 천 길 낭떠러지에 한 번 더 놀란다.

▲Lower Point에서 보는 풍경 ©2018 Traveler's Photo


멀리는 모뉴먼트 밸리까지 보이는 이곳은 세다 메사(Cedar Mesa)의 끝단에 있으며, 글랜 캐니언 국립 휴양지(Glen Canyon National Recreation Area)의 가장자리에 있다. 여기에 올라 보이는 풍경은 첫눈엔 그리 친근해 보이진 않는다. 거무스름하여 좀 음침하거나 음산해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눈에 익자 오묘한 경치가 눈에 들어온다.


어떤 사람에게는 매우 익숙한 풍경일 수도 있다. 여기 오기 전에 가까이에 있는 구스넥 공원(Goosenecks State Park)에 다녀왔다면 매우 닮은꼴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럴 것이다. 저 거무되되한 풍경은 바로 샌 후안 강(San Juan River)이 장구한 세월 빚어낸 풍경으로 조금 더 상류 쪽 풍경이 구스넥 공원이고, 하류는 바로 이곳, 뮬리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 다른 각도  ©2018 Traveler's Photo


뮬리 포인트에 달리 편의시설은 없지만 두 곳의 전망대에서 볼 수 있는 시간의 역사는 우리 인간이 자연 앞에서 얼마나 초라해 보이는지 여실하게 보여준다. 저 골짜기의 허리 즈음에 난 길은 존스 캐니언(John's Canyon)을 둘러볼 수 있는 길로, 여기를 가려면 구스넥 주립공원 가는 길로 접어들어 갈라지는 비포장 길(244번)을 이용한다.


뮬리 포인트는 두 곳이 있는데, 낮은 곳에 있는 곳과 좀 더 높은 곳에 있는 곳이 있다. 높은 곳에 있는 전망대는 좀 더 널찍하고 멀리 볼 수 있으므로 먼저 낮은 곳을 보고 이곳에 오르면 좀 더 흥미 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 High Point에서 보는 풍경 ©2018 Traveler's Photo


구름이 없는 맑은 날이라서 멀리 모뉴먼트 밸리와 애리조나의 고원지대까지 볼 수 있다.

마침 낮게 드리운 흰구름 두 점이 머문 모뉴먼트 밸리는 신화의 한 장면처럼 마치 현실이 아닌 것 같이 보였다.


높직한 곳에 오르고 보니, 오를수록 멀리 수는 있다.

그러나 멀리 보면 볼수록 덩어리는 커질지 모르지만 하나하나는 뭉개져버려

오르내리는 수고를 하지 않고는 통째로 볼 수 없다는 것을 새삼 되새겨본다.

▲Higher Point에서 보는 모뉴먼트 밸리  ©2018 Traveler's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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