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에 홀리다 Feb 21. 2019

캘리포니아의 비경, 샐베이션 마운틴

사랑 이야기

"그건 세상 사람들에 대한 사랑 이야기야"

'인투 더 와일드'의 마지막 챕터에서 크리스는 슬랩 시에 사는 소녀와 함께 구원 동산(Salvation Mountain)을 찾은 적이 있다. 그때 구원 동산을 만든 레오나드(Leonard Knight)가 크리스에게 한 말이다. 그가 구원 동산을 만든 까닭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구원 동산은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예술인지는 말하기 좀 어렵다. 딱히 집어넣을 만한 분야가 없어보인다. 지금까지 이런 작업을 한 사람이 있을까 싶을 만큼 특이하면서도 뜯어보면 별 것 아닌 것 처럼 보인다. 나중에 한 대중문화 사이트에 이름을 올리거나 미연방의회 기록보관소에 국보(National Treasure: 한국의 국보와는 개념이 다르다)로 이름을 올림으로써 공식적으로 예술작품으로 인정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사방이 텅 빈 사막에 있다. 작품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이곳에는 일종의 마을이 있었다. 왜 마을이면 마을이지 '일종의 마을'일까? 이곳에는 슬랩 시(Slab City)라고 하는 일종의 자연발생 공동체가 있었는데, 어떤 영구 건축물이 세워진 것은 아니고 소문을 듣고 모여든 사람들이 RV나 캠퍼를 몰고와 머물다 떠나곤 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그들은 흔히들 히피족이라고도 부르는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사람들도 있고, 유럽이나 북미에서 추위를 피해 장기간 머무는 사람들도 있다. 

▲슬랩시 전경  ©2019 Traveler's Photo


슬랩이라는 명칭의 유래는 간단하다. 흔히 슬라브라고 하는 건축물의 기초에 해당하는 부분을 영어로 슬랩(Slap)이라고 한다.  사막인 이곳에 그런 슬랩이 여기저기 흩어져있는데, 건축물의 흔적이다. 이 지역은 해양 도시 샌 디에고와 아주 가까이 있는 사막 지역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해군기지가 있던 곳으로 당시의 건물 잔해가 아직 남아있는데 이곳에 사람들이 모이면서 이런 이름이 붙게 됐다.

▲구원동산으로 들어가는 길목 ©2019 Traveler's Photo


1984년 구원 동산을 만들기 시작한 레오나드는 버먼트 주에서 태어나고 자라 성인이 된 후에 기독교인이 되었는데, 그 신앙의 표현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왜 그가 이곳으로 이주해 왔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1989년 무렵 처음에 지었던 구원 동산이 비바람에 무너져 버리자 그는 다른 건축 방법을 적용해 새롭게 짖기 시작해서 수년 동안 작업을 한 결과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 이때 그가 적용한 방법은 밀짚 더미로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진흙을 이겨 바른 다음 그 위에 페인트를 덧칠했다. 그가 사용한 페인트만 해도 10만 갤런이 넘는다고 하니 그의 열정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처음 만들었던 구원 동산과 망가진 뒤의 모습 from [http://salvationmountain.org/]
▲ 그가  죽은 뒤부터 더 이상 확장하지 않고 보존 관리만 하고 있다. 사용하던 볏짚이 아직 남아있다.  ©2019 Traveler's Photo


물론 여기에 있는 모든 것을 홀로 작업한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동산의 앞마당에 전시되어 있는 자동차들은 후원자들의 기증과 봉사가 있었기 때문에 완성할 수 있는 협동의 산물이다. 여기에 쓰인 문구는 모두 성경 구절들로 그가 어떤 신앙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단서다. 그가 생전에 고백했던 대로 신과 사랑과 우주와 관련된 성경 구절들이 공원 곳곳에 새겨져 있다.


그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예전에 군고구마 장수들이 썼던 것과 비슷하게 생긴 물건인데, 물론 고구마를 굽는 통은 아니고 아마도 장작불을 때는 난로로 썼던 물건이 아닌가 싶다. 거기에는 오토바이도 한 대 있는데, 사용한 페인트 통에 칠을 해 함께 진열해 놓아 웃음을 짓게 한다.

▲자동차에 색칠을 하고 글씨를 쓰는 따위의 방법으로 장식했다. ©2019 Traveler's Photo


일종의 설치 미술이라고도 할 수 있을 구원 동산은 보는 이에 따라 평가도 다르다. 그다지 예술처럼 보이지 않는다거나 대중문화라는 것이 순수 예술과는 결이 다르므로 대중과의 친화성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의견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비록 그가 종교적 신념으로 완성했다고는 하나 이곳에서 그런 종교적 분위기는 풍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록 동산 꼭대기에 십자가가 있고 곳곳에 성경 구절이 있기는 하지만, 그들은 하나의 장식적 요소로 작용하여 대중 미술의 한 작품으로 여겨지게 한다. 이것은 이곳을 찾는 이들의 표정에서도 잘 드러난다.

▲앞마당에 있는 낡은 자동차 견본이나, 정면에 보이는 동산이 이 공원의 전부다. ©2019 Traveler's Photo


겉으로 보기에는 그리 커 보이지는 않는다. 실제로도 그리 크지는 않다. 그런데도 이곳이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게 된 것은 겉보기와는 달리 공원 구석구석에 있는 장식들이 알록달록 페인트 칠이 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구원 동산이 언덕을 통째로 페인트 칠을 한 이 공원의 중심이라면, 구원 동산 옆에 마련된 돔(Dome) 형식의 구조물은 레오나드의 치밀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인투 더 월드에서 레오나드는 이런 돔 구조물에 상당히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곳은 죽은 나무를 기둥 삼아 그 주변으로 이것저것 이어 붙여 안이 비어있는 돔 구조물을 만들었다. 안에 들어가 보면 미로처럼 이리저리 갈라져있는데, 그의 사후에 관리가 잘 안됐는지 계단 등은 이미 진흙이 드러나고 있다. 처음엔 좀 복잡해 보이고 허접해 보이기도 하지만 이것이 한 사람의 힘으로 세워졌다고 생각하면 구조물의 예술적 가치를 넘어서 그가 이런 작업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오랫동안 애쓰고 집중했을 집념의 세월에 대하여 존경하는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돔의 내구 공간 ©2019 Traveler's Photo


이 구조물을 예술의 시각이나 볼거리로만 바라보는 것은 오랫동안 이를 위해 애쓴 레오나드의 신념을 너무 가볍게 보는 것이다. 물론 어떤 결과물을 바라볼 때 만든이가 기획한 이들의 의도를 하나하나 살펴보는 것이 어렵고 때로는 그럴 필요도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먼저 그런 의도를 살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이런 구원 동산과 같은 것들이다. 레오나드가 처음부터 어떤 설계도나 밑그림을 가지고 이일을 시작한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시작하게 된 동기는 그가 기회 있을 때마다 사람들에게 말했듯이 그의 신념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곳을 둘러보면서 곳곳에 그의 생각이 배어있기는 하지만, 그 꼭짓점에 있는 것이 바로 이 십자가가 아닐까?

▲ 동산 꼭대기에 있는 십자가  ©2019 Traveler's Photo


이 두 분은 이곳에 살면서 구원 동산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관광객들 가운데 길을 벗어나는 사람이나 구조물에 걸터앉는 등의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제지하고, 도네이션을 받거나 각종 재능 기부를 받는 등의 일을 한다. 이곳에는 전기도 수도도 없다. 그들은 밖에서 물을 구해오며,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사용한다. 단지 며칠 캠핑을 하는 것이라면 그런 것도 낭만이겠지만, 이곳에서 살아가는 그들에게는 그저 열악한 생활환경이다. 그런 가운데 무료로 개방하고 있는 구원 동산은 유지를 위해 기부와 봉사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혹시 이 글을 읽은 분 가운데 무엇이든 도움을 주고 싶은 분들은 웹 사이트 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www.salvationmountain.org 또는 facebook]                                                                            

▲관리인과 그들이 거주하는 막사   ©2019 Traveler's Photo






매거진의 이전글 캘리포니아의 비경, 솔톤 씨(Salton Sea)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