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내리는 하늘
바닷가에 펼쳐진 모래밭, 물과 잇대고 있어 괜스레 모래와 물은 꼭 함께 있어야 할 것 같이 여겨지는 모래가 있다. 바다에 나가면 젖은 모래밭을 걷고는 하는데, 촉촉하고 부드러워 맨발로 걷고 싶어 진다. 물이 밴 모래는 두꺼비집을 짓고 모래성을 쌓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소환하기도 한다. 따뜻한 봄날, 또는 그 보다는 무더위가 사방을 에워싸 숨이 턱턱 막히는 여름날, 모래밭에 모여 즐겁게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물과는 거리가 먼 사막의 모래는 바다와 많이 다르다. 건조하여 바람이 불면 휘날리는 모래 먼지에 눈을 뜨기조차 힘들다. 사방은 삽시간에 어둑어둑해지고, 어느새 입안 가득 모래가 밀고 들어와 버석거린다. 이런 날 사막에서 끼니를 해결하려면 고난도의 기술을 필요하다. 바람을 막아야 하고, 사방으로 날리는 먼지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텐트를 치거나 RV를 이용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어쩔 수 없는 고행을 해야 겨우 한 끼 해결할 수 있다.
그런 줄 알면서도 모래사막을 찾는 까닭은 그들이 주는 특별한 느낌, 그들이 펼치는 숨 막히도록 아름다운 조화 때문이다. 그들은 변화무쌍한 날씨의 변화에 저항하지 않고 자신을 내어 맡김으로써 아무 때나 찾아도 결코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그들 스스로 그런 환경을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말하자면 어떤 보호색이랄까, 자신의 존재 이유가 마치 거기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지구 환경의 변화로 지구 곳곳에 널려있는 사막들에도 가끔씩 눈이 왔다는 소식을 들을 때가 있다. 뜨거운 열사에 눈이라니, 믿기지 않는 현실이기는 하나 이 또한 변화한 환경 때문에 생기는 일이니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한편으로는 그런 특이한 경치가 인식의 변화를 촉구하기도 하므로 그것이 일상화되는 것이 아니라면 그마저도 아름답게 볼 수도 있다. 환경이 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어떤 조건과 환경이 억겁의 세월을 견디는 것은 처음부터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다. 그러므로 오랜만에 찾은 곳이 경치가 달라졌다고 볼멘소리 할 까닭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