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에 홀리다 Apr 12. 2019

캘리포니아의 비경, 인디언 패스 로드

캘리포니아 오길비(Ogiby)


인디언 패스 로드는 오래전 이곳에 살던 주민들이 지금의 피카초 주립 휴양지가 있는 콜로라도 강을 다녀오던 길이다. 그러다가 캘리포니아에  바람이 불던 시절  길을   넓혔으나  바람이 잦아들면서 콜로라도 강으로 놀러 다니는  이용하게 됐다. 다행히도  바람이 불던 시절에도 길을 닦기는 했지만 포장을 하지 않아 지금도 포장하지 않은 채 남아 있어 시골 여행의 참맛을 느낄  있다.


따라 여기를 가려면 승용차로는 어렵고 높이가  있는 SUV나  사륜구동 SUV 차가 필요하다.  어려운 길은 아니지만  낮으면 돌부리에 걸리거나 모래 빠질 수도 있으니   있으면 차고가 좀 있으면 좋다. 그러나 피카초 주립 휴양지에서 놀 생각이라면 샌디에이고 북쪽 윈터헤븐(Winterheaven)에서 시작하는 피카초 로드를 이용하면 된다.  길은 승용차로도   있는 비포장 길이다. 이번엔 다른  입구인 오길비에서 시작하는 길로 들어가 윈터헤븐으로 나오는 길을 택했다.


그래서 나들목은  곳이다. 어느 쪽으로 들어가도 좋지만, 한쪽으로 들어가서 다른 쪽으로 나오는 것이  좋다. 승용차라면 윈터헤븐으로 들어갔나 되돌아 나오는 길을 선택하면 된다. 길은 모두 42마일(68킬로미터)이고 운전해서 통과하는 데만 4 시간 걸린다. 


피카초 휴양지에는 야영장이   있는데, 하나는 시설이 없는 프리미티브(Primitive) 야영장이고,  하나는 시설이   야영장이다. 프리미티브 야영장에서 야영하려면 필요한 것들을  가지고 가야 한다. , 화장실, 쓰레기통 등등 한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곳에선 이런 프리미티브 야영장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 이런 곳만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특히 국토관리부(BLM; Bureau of Land Management)에서 관리하는 지역은 대부분 일정한 조건 아래서 이런 야영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야외 활동을 좋아하는 이들의 놀이터다. 


그 길 들머리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텐트를 치고 밤을 보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서 은하수는 뜨지 않았다. 텐트 주변으로 들짐승이 나타나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배설물이나 발자국 들을 면밀하게 살폈지만,  다행히 아무런 흔적도 찾을  없어 안심하고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서 생겼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벌판이다 보니 밤새 바람이 어찌나 세게 불던지 텐트 바깥쪽 덮개가 펄럭이는 소리에 잠자리가 편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것도 추억이려니 간직할 수밖에...



바람 소리가 그렇게 시끄러운데도 깊은 잠에 취했는지, 어 틈엔가 바깥세상이 훤해지고 있었다. 어젯밤 어둑할 무렵 텐트를 쳤으므로 바깥 풍경이 어떨지, 그곳에서 동은 어찌 틀지, 어젯밤 휘몰아친 바람에 바깥은 다들 편안했을지 궁금했다. 


 멀리 서녘 푸르 새벽 오고,  

부지런한 새벽달 아침을 깨울 무렵

동녘을 물들이는 소리에 하루가 젖는다.


옅은 구름을 비집고 얼굴을 내민 아침해가 시나브로 솟아오르는 동안 지난밤의 흔적을 하나씩 지워나갔다. 그동안 조금 불편했던 텐트 대신 새로 마련한 팝업 텐트는 만족스럽다. 설치하기도 쉽고 빨라 이번처럼 밤에 도착했을 때는 제격이다. 착~착, 오분도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 접는 것은 아직 손에 익지 않았다. 집에서 몇 번인가 연습을 했는데도 몇 차례 실패하다가 유튜브를 보고서야 겨우 접을 수 있었다. 이것만 해결하면 차에서 잠을 자느라 불편했던 몇 가지가 해결되겠다 싶었다.


그동안 차에서 잠을 자려면 뒤쪽에 가득한 짐을 옮기랴, 잠자리 펴랴 좀 번거로웠다. 거기에 차에서 자는 것이 생각만큼 그렇게 편치는 않다. 그런데 텐트를 치고 걷는 것이 일이 아니라면 아주 작은 공간만 확보되면 잠자리가 편안해진다.


밤의 흔적이 말끔하게 사라질 무렵  짐을 챙겨 다시 길을 떠났다.

작은 구름 몇 조각하늘을 수놓고,

햇살을 받은 모래 알갱이조차 예뻐 보이는 이른 아침,

그저 삭막할 것만 같았던 너른 들판에도 봄 이야기가 한창이다.


몸을 낮추고 꽃에게 머리를 가까이 들이밀어본다.

눈에 띄지도 않을 엷은 빛깔로 서있는 그들은 그러나 그들만의 세상은 아니다.

그들과 더불어 사는 또 다른 생명이 있고,

서로 부딪치듯 의지하듯 이웃하는 생명들도 있다.

겨우겨우 모래 틈 사이로 내린 뿌리가

메마른 대지 깊숙한 곳에서 찾아낸 물 한 방울

입술조차 적시지 못할 그 물기에 기대어

수줍게 꽃을 피웠다.



황량한 사막,

적막한 바람이 휘몰아쳐도

꿋꿋하게 가녀린 몸뚱이로 버티고

눈부신 태양을 향해

작고 홀쭉한 몸을 키워

마침내

꽃을 피워내는 그 생명력이 눈부시다.



우리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땅을 밟고 지나며, 때에 따라서는 그 땅을 더럽히기까지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생명을 제약하거나 통제하지는 못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을 그 생명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때로는 고개를 숙이기도 하고 몸을 낮추기도 하며, 가녀린 몸을 곧추세워 뻣뻣한 목을 단단히 매기도 한다.


땅에서 버티는 방식이 조금 다를 수는 있다. 그들도 생명이고 똑같이 사람도 생명인 이상 서로의 삶의 방식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물론 그들이 사람과 똑같은 방식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들은 그들의 체계와 세계가 있으므로 사람의 눈으로 보기에는 어설프거나 하찮아 보일 수는 있다. 그렇더라도 시간을 두고 지켜보고 인정해주고 방해하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 물론 서로에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 부분을 최소화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겠지. 이 땅에 사는 생명들이 모두 함께 살고 함께 나아갈 수 있으려면 말이다.


생김새가 다르다.

빛깔다르고 냄새도 다르다.

줄기도 꽃잎도 씨앗도 다르다.


여기에 뿌리를 내리고,

같은 하늘 아래서

같은 물과 공기를 마시고 있다.

함께 어울려 서로를 느끼며 의지한다.


하물며 사람이ㄹ....


그곳으로 가는 길은 험하고 적막하다. 사람과 짐승의 그림자를 찾기가 어려울 만큼 동떨어져있기도 하다. 산을 타고 넘은 바람은 사막의 모래를 들쑤셔 하늘로 날리고 이제 막 꽃이 피기 시작하는 가녀린 나뭇가지를 뒤흔들어 춤추게 한다. 생명의 춤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같은 곳을 지나는 데도 어느 결엔가 주변 풍경이 확 달라지는 곳이 있다. 분명하지는 않지만 미루어 생각하기에 땅의 높이와 기후가 달라져서 그곳에서 살기에 알맞은 생물들이 가장 잘 번식을 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오길비에서 시작한 인디언 패스로드는 처음 몇 마일 동안은 그나마 모래길이라 그리 덜컹거리지 않고 달릴 수 있다. 그러다 길에 돌멩이들이 늘면서 차는 좀 더 덜컹거리고, 주변의 풍경이 많이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드넓은 벌판엔 검은 빛깔 돌멩이, 현무암 자갈들이 널려있고, 그곳에 적응한 식물은 오꼬띠요(Ocotillo) 선인장과 초야(Cholla) 선인장뿐이다. 그리고 그들 언저리에서 사막 꽃의 대표 주자 격인 브리틀부시(Brittlebush- 엔첼리아 국화)가 자리 잡았다. 브리틀 부시는 관목 식물이면서도 사막에 잘 적응한 대표 식물이라서 주변의 사막 어디를 가도 이들을 볼 수 있다. 반면 오꼬띠요와 초야 선인장은 서로 다른 종이면서도 같은 기후에 적응했다.



자갈밭 깊숙이 뿌리내린 브리틀부시들이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질기 궂은 그들의 의연한 모습을 보노라면 가슴속 저 아래에서 치밀어 오르는 그 내밀한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다. 언제 한번 그들보다 더 의연했던 적이 있었던가? 그들만큼 서로 기대어 살았던 적이 있었던가? 때로는 꽃으로 때로는 부슬부슬 메마른 잎으로 그곳에서 견뎌온 세월만큼 한 번이라도 자갈밭을 탓하지 않고 견뎌본 적이 있었던가? 그들 앞에 서서 끝없이 부끄러운 아침을 맞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